연말 정국 야인시대, 이명박·정윤회…그들이 '당당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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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정국 야인시대, 이명박·정윤회…그들이 '당당한 이유'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12.15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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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人時代', '국정조사·靑 국정농단'의 주인공 MB·YH
MB, "국정조사? 내가 나가지 뭐"…YH, "누가 불장난 쳤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 정윤회씨 ⓒ 뉴시스

'야인시대(野人時代)'다. 이명박(MB)과 정윤회(YH), 정계를 떠난 두 야인(野人)이 2014년 연말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MB는 '자원외교 국정조사'의, YH는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주인공이다. 이처럼 불명예스러운 사유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야인은 되레 '당당'한 모습을 보여 국민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MB는 최근 새누리당 측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조사, 못 할 게 뭐 있느냐. 내가 나가지 뭐"라는 식의 입장을 밝혔다고 알려졌다.. YH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또 그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잃을 것 없는 '야인(野人)'이기 때문에 당당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밝혀지면 잃을 게 많은 '야인(夜人)'이라 떳떳한 척 하는 것인지 각각 국정조사와 검찰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일이지만, 궁금하다. MB와 YH가 당당한, 아니 당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 <시사오늘>이 짚어봤다.

국정조사, 전혀 부담 못 느끼는 MB? "국정조사? 내가 나가지 뭐"

▲ 이명박 전 대통령 ⓒ 뉴시스

12월 11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을 합의하기 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MB)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MB는 새누리당 측에 "국정조사, 못 할 게 뭐 있느냐. 내가 나가지 뭐"라고 말했다는 후문.

지난 10월 진행됐던 2014년도 국정감사에서도 MB는 증인대에 오를 뻔 한적이 있었다.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와 관련 야당 측에서 그를 증인으로 신청한 것.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전순옥 의원은 지난달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감사에서 내가 MB와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증인으로 신청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의원의 증인 신청은 '국정감사에서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한 사례가 없다'는 산자위 여야 간사의 설명과 함께 기각됐다.

당시에도 MB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는 후문이다. 15일 <시사오늘>과 통화한 그의 한 측근은 "국정감사에서 그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도, MB는 전혀 신경 안 썼다. 말할 것도 없고, 밝힐 것도 없다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입법부가 국정감사·국정조사에 나서겠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떳떳한 태도를 견지하는 MB, 그가 이처럼 당당한 까닭은 무엇일까.

"정부와 국회가 공멸을 원하지 않는 이상, MB를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부를 일은 없을 것이다." '국민의 정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핵심 보좌진이었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4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MB가 국정조사에 나올 가능성을 일축했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DJ가 1997년 해외자원개발 사업법을 개정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7조5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실시했고, MB는 이를 30조 원 가량으로 늘렸다. 그는 이처럼 자원외교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쳐 추진된 점에 주목해, 국회가 MB를 쉽사리 국정조사에 부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자원외교가 DJ 때부터 시작됐다. 야권에 속한 정치인들도 책임을 피하기 쉽지 않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다 자기들이랑 함께 벌인 사업인데, 만약 MB가 악에 받쳐서 작정하고 '같이 죽자'고 폭로하면 여당에서도 답 안 나온다. 아무리 MB가 실패한 사업을 했다고 해도, 정부와 국회가 공멸을 원하지 않는 이상, 그를 국정조사에 부를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15일 CBS<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 "김대중 정부 때는 자원외교라는 말조차 없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자원외교가 아니라 주로 개발연구에 투자했다"며 "단군 이래 모든 사업에 대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면 논리적 비약이다. (MB를) 집중적으로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제시한 박근혜 대통령? YH, "누가 불장난 쳤나"

▲ 정윤회씨 ⓒ 뉴시스

지난 10일, 온 국민의 이목이 서울중앙지검 앞에 집중됐다.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주인공', 정윤회씨(YH)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섰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혔다.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또 그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불장난' 발언, 돌려 풀어보자면 자신을 둘러싼 '비선실세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누군가 이를 통해 정치력 이익을 얻으려 꾸민 '찌라시'라는 것이다.

YH의 해당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누가 문건을 유출했는지에 중점을 둔 박 대통령과 '불장난'을 지핀 '방화범'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YH의 발언이 닮은꼴이라는 것.

박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건 유출을 누가 어떤 의도로 해서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지 조속히 밝혀야 한다. 검찰이 한 점 의혹도 없이 명명백백하게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며 "이번에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이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다. 공직기강의 문란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적폐"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판을 퍼붰다. 비선실세의 실체적 규명보다 문건 유출에 더 무게를 둬, 사실상 검찰에게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것.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정치쇄신특별위원을 맡았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11일 KBS라디오에서 "엄정한 수사를 하라는 것에 그쳐야지,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에) 답을 미리 제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 YH는 '야인(野人)'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오랜 기간 준비한, 그리고 이 자리를 위해 연출된 '정치인'의 모양새였다.

10년 전, YH의 측근이었던 한 핵심 관계자는 최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그가 아주 당당하게 출석했다. '국정농단'을 조사받으러 온 사람이 이렇게 자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나. 그것이 정씨 스타일이다. 그는 매사에 자신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그가 당당한 이유는 분명하다. 검찰 수사결과에 자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이 YH의 비선실세 의혹 규명보다는 문건 유출 부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던 서울경찰청 최 모 경위는 지난 13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이 공개한 그의 유서에는 "민정비서관실에서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릴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유족은 이 부분을 두고 청와대와 검찰이 최 경위를 회유하려 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황교안 법무장관은 15일 국회 긴급현안 질의에서 "중간보고를 들은 바로는 회유나 강압 수사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5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YH가 비선실세든 아니든 검찰이 그의 죄를 묻기는 어렵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 실세가 아니라면 내용이 사실이 아니니 혐의가 없고, 실세라면 검찰이 YH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느냐"며 "YH가 당당한 까닭은 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 흘러가더라도 그의 편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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