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가석방 될 수 없는 이유…"역차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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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가석방 될 수 없는 이유…"역차별 아니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12.26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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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가석방 불허는 일반인과 역차별"? 사실과 달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 최태원 SK 회장 ⓒ 뉴시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경제부총리,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을 요구함에 따라 연말 정치권이 시끄럽다. 이들은 '기업인이라고 해서 일반인과 역차별 해선 안 된다'는 이유로 가석방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사오늘>의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위기가 굉장히 심각하다. 모든 힘을 동원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형을 살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사면이든 가석방이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청와대에 전달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일반인도 일정 형기가 지나면 가석방을 검토한다. 기업인이라고 일반인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도 25일 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기업인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가석방을 검토해야 한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일정한 기간을 복역하면 어떤 사람도 가석방을 해줘야 한다"며 "기업인·고위공직자들은 가중처벌을 받았으니 가석방은 평등하게 해 주는 게 좋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은 정치인들의 발언으로 인해 재계는 총수들의 가석방 가능성을 크게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태원 SK 회장의 가석방 여부가 큰 관심사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징역 4년형을 받고 수감돼, 우리 형법상 가석방 요건(형법 제72조, 형기의 1/3 경과)을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

▲ 최태원 SK 회장 가석방 논란에 대한 주요 언론 보도 ⓒ 네이버 캡처

주요 언론들도 '기업인 내년 초 가석방되나?', '최태원·최재원·구본상 가석방 요건 충족', '"역차별 안 돼 … 기업총수 가석방해야" 여권 내 기류 확산', '기업인 가석방 추진…SK 최태원 회장 요건 충족' 등의 기사를 통해 입을 모아 최 회장의 가석방을 바라고(?) 있는 눈치다.

청와대는 한 발 물러섰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대통령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사실상 기업인 가석방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업인 가석방 불허는 일반인과 역차별"? 사실과 달라
재범(再犯) 최태원, 가석방 가능한가

▲ 법무부 교정본부 통계자료, 범죄백서 ⓒ 법무부

하지만 기업인 최태원 SK 회장은 '일반인'의 잣대를 적용했을 경우, 가석방 될 수 없는 복역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형법에서는 형기의 1/3을 경과한 자를 대상으로 가석방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난 2012년 법무부가 공개한 2006~2011년까지 연도별 성인가석방자의 형집행률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가석방자의 형집행률은 80% 이상으로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31에 법정 구속돼 징역 4년형을 받았기 때문에 2017년 1월까지 복역해야 하므로, 이번 달 기준 그의 형집행률은 50%에 불과하다.

또한 법무부에 따르면 총 출소인원 중 가석방 비율은 2006년 33.7%에서 2011년 30%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기업인이라고 해서 일반인과 역차별 해선 안 된다'는 정치권의 주장은 궤변이었던 것. 최 회장은 최소한 형집행률 80% 이상, 즉 3년3개월을 채워야만 일반인과 차별 없는 가석방을 바라볼 수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누구든지 요건에 맞으면 가석방할 수 있고, 요건에 안 맞으면 가석방 안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재범이라는 측면에서도 가석방 될 여지가 적다.

최 회장은 지난 2005년 6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배임죄 등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고, 2008년 광복절을 맞아 사면됐다. 그리고 최 회장은 사면·복권된 지 불과 3개월만인 2008년 10월 계열사 자금 450억 원을 개인 투자금 명목으로 횡령했다. 결국 최 회장은 2013년 1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기소됐고, 법원은 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우리 형법에서는 가석방 심사대상자를 '행상이 양호해 개선의 정이 현저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해당 법에 대한 시행규칙에는 '교정성적이 우수하고 뉘우치는 빛이 뚜렷하여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자'라고 설명한다.

법조계에서는 최 회장을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자'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보는 것이 중론.

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던 재판부는 "종전에 SK그룹 계열사에 대한 배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사면 및 복권이 이루어진 후부터 불과 3개월도 경과되지 않은 시점에서 범행에 이른 점 등을 종합할 때, 그 책임에 상응하는 실형의 처벌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26일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역차별을 주장하며 기업인 가석방을 얘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궁색한 변명"이라며 "경제살리기를 위해 기업인을 석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드니 또 다른 구실로 중대범죄를 저지른 기업 오너를 빼내자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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