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박지원 지지했다˝…野 전당대회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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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박지원 지지했다˝…野 전당대회 막후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2.12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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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조경태·박영선 등 대권 잠룡, 朴 전폭 지지
차기 총선 공천 '주목', "후보 공천 과정서 文 독주 염려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45.30 vs. 41.78%. 지난 8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는 3.52% 차로 박지원 의원을 따돌린 문재인 대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문 대표의 승리보다 의미 있는 박 의원의 패배였다는 평가들이 정계 일각에서 나올 정도로 그야말로 신승이었고, 석패였다. 박지원은 어떻게 '대세의 문재인'을 턱밑까지 추격했을까. 지난 10일 <시사오늘>과 만난 야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부겸, 김두관, 조경태, 박영선 등 야권의 대권 잠룡들이 박지원을 전폭 지지했다"는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막후를 공개했다.

"김부겸은 박지원을 지지했다"

▲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당지도부였던 박지원 의원(오른쪽), 김부겸 전 의원 ⓒ 뉴시스

새정치연합 대의원들은 문재인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원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기관 <비전코리아>가 1577명의 대의원을 대상으로 '문재인 의원의 당권 도전에 찬성하느냐'고 묻자 이들 중 50.2%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입장은 37.7%에 그쳤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이 출마했을 경우를 가정한 '당대표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문 의원이 24.9%로 1위를 차지했다. 대의원들이 문 의원의 출마를 반대하면서도 가장 선호한 까닭은 그와 비등한 경쟁을 할 만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비노(비노무현)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친노(친노무현)계가 대세를 타고 당권을 쥐어도 문제고, 괜히 역량이 안 되는 인물을 지지했다가는 후폭풍을 맞고 차기 총선 공천 과정에서 완전 숙청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대구의 김부겸 전 의원(18.9%)·호남의 박지원 의원(18.2%)이 '문재인의 대항마'로 부상하게 된 배경이다.

당대표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지난 12월 28일, 이들은 서로 다른 선택을 했다. 비노(비노무현)계의 구심점 역할을 맡아 '문재인의 대항마'가 될 것이라 예상됐던  대구의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같은 날 11시, 국회 정론관에서는 박지원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에 나서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전당대회의 주된 유권자인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지원 의원이 문재인 의원을 앞섰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박 의원이 51.5%로 31.9%에 그친 문 의원을 크게 앞섰다. 권리당원들도 47.7%가 박 의원을, 34.6%가 문 의원을 지지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지원의 '격파론'이 문재인의 '대세론'을 '격파'할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박 의원은 2·8전당대회에서 대의원에게 42.66%, 권리당원 45.76%, 일반국민 29.45%, 일반당원 44.41%를 차지해, 당심에서는 문 의원(대의원 45.05%, 권리당원 39.98%, 일반국민 58.05%, 일반당원 43.29%)을 제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지난 10일 <시사오늘>과 만난 야권 지역위원장급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부겸, 김두관, 조경태, 박영선 등 잠재적 대권 후보들이 박지원을 전폭 지지했다"고 밝혔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 조경태 의원, 박영선 의원이 박지원 의원을 지지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김부겸 전 의원이 박 의원을 밀어줬다는 이야기는 그간 정계에서 '찌라시'처럼 돌았을 뿐 확인된 부분이 아니었다.

그는 "비노계의 단일화 논의가 조심스레 있었다. 공개적으로 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었고, 당시에는 누가 비노계의 구심점이 되더라도 거의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김부겸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미 사전에 박지원과 충분한 논의가 있은 뒤였다. 김 전 의원은 대구를 선택했다. 다만 박 의원을 물밑에서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 측은 11일 본지와 한 통화에서 "김부겸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박 의원과 사전교감이 있었던 건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김부겸, 김두관, 조경태, 박영선 등이 박 의원을 지지하고 도와준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앞선 여론조사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면 눈여겨볼만한 대목이 나온다. 바로 TK(대구·경북)지역에서 실시한 '권리당원 대상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호남출신 박지원 의원이 영남출신 문재인 의원을 눌렀다는 점이다. '대의원 대상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도 박 의원(36.6%)은 문 의원(40.8%)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선전했다.

돌이켜보면 "김부겸은 박지원을 지지했다"는 심증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박 의원은 전당대회 당일 정견발표에서 "대구 참여연대가 이 박지원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습니다"라며 대구 지역과 본인의 인연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구 참여연대는 13일 서면을 통해 "박지원 후보의 대구경북 비례대표 4명 공천 공약을 환영했을 뿐 박지원 후보를 지지한 것은 아니다. 대구 참여연대는 지난 새정치연합 당대표 선거에서 어느 특정후보도 지지한 바 없고, 대구 참여연대는 김부겸 전 의원을 지지하거나 가까운 관계에 있었다고 보일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본지에 보내왔다.

두 사람은 전당대회를 한달 앞둔 지난 1월 6일 조찬을 함께 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대구를 방문해 13명의 대구·경북 지역위원장과 조찬을 갖고 자신의 집권계획과 공약을 설명했다. 김 전 의원과는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뉴시스

"차기 총선 공천에서 문재인 독주 염려돼"

앞서 본지와 만난 야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지원+김부겸의 효과가 생각보다 컸다. 사실 나는 박지원이 아슬아슬하게 이길 거라고 예상하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졌다. 이 후폭풍은 차기 총선 공천 과정에서 터져 나올 것이다. 염려가 되는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도 박근혜(51.6%)가 문재인(48%)에게 단 3.6% 차로 이겼다. 요즘 정부 지지율을 보라. 이번 전당대회도 마찬가지다. 단 3.52% 차이다. 앞으로 비노계는 박지원·김부겸을 구심점으로 삼아 친노계를 적절히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차기 총선에서 문재인 대표와 친노가 독주를 꾀한다면 지금까지 봤던 내홍과는 규모가 다른 계파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2일 본지와 한 통화에서 "김부겸 전 의원이 박지원 의원을 지지한 것은 상당히 큰 정치적 승부수였다고 생각된다. 문재인 대표의 승리로 끝났으니 아무래도 김 전 의원의 입지가 축소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 당내 갈등과 차기 총선 공천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줄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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