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의 사람과 법>법률가에 대한 통제장치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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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의 사람과 법>법률가에 대한 통제장치가 필요한 때
  • 안철현 변호사
  • 승인 2015.03.01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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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철현 변호사)

악법도 법일까요? 물론 악법도 법은 법이겠지만 반드시 폐지하거나 올바른 법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하겠지요. 그럼에도 악법은 법이 아니니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그 반대의 주장도 가능하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그렇다면 선한 법이 과연 만인에 평등하게 적용되는가’에 의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똑같은 법이라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고 집행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고,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해방 이후 역사만 더듬어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서구는 자유주의자들이 봉건 권력과의 오랜 투쟁 과정을 거쳐 법의 지배를 이루어왔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와 남북 분단을 거치면서 외부로부터 도입된 법이 때로는 권력자나 기득권자의 장식품으로 전락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법이 약자의 권리 보호가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와 통치권자의 예외적인 권한을 더 우선시하고 강조하는 기능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을까요. 법보다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더 큰 가치를 두어 시장과 같은 초법적인 가치를 당연시해 왔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 등을 거쳐 이 사회가 차츰 민주화되면서 요즘에는 검찰과 법원의 최종 판단을 두고 좌우 양 진영에서 서로 옳다 그르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그래도 과거 권위주의 시절보다 법이 좀 더 올바른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법원이나 검찰이 과거에는 똑같은 의식과 인식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체라고 한다면 지금은 과거보다 더 다양한 시각과 의식을 가진 법률가들이 존재하기 시작했음을 여러 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권위주의 시절이나 많이 민주화된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은 법률가라는 조직을 통제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와 같은 통제장치가 없기 때문에 오늘날도 여전히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검찰이 공익에 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온라인에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논객을 체포하여 기소한 사건, 광우병에 대한 ‘피디수첩’의 주관적인 평가를 단순한 평가로 보지 않고 고의로 조작하여 허위 선동을 일삼은 행위로 간주하고 제작진을 체포하여 기소한 사건이 있었지요. 그러나 이 사건들은 모두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발행을 통한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를 인정하였지요. 이외에도 비난받아 마땅하거나 잘못된 판단들이 많았지요. 그러나 그에 대한 제재나 통제가 이루어졌던가요. 국회의원은 최소한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심판이라도 받지요. 

그래서 일부 학자는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되면 피해 당사자가 영장을 청구한 검사와 발부한 판사를 시민 법정에 소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정당성을 설득할 수 없다면 직권남용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지요. 그런 시민소환이 통제장치로 적절한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통제장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저는 시민참여 또는 시민불복종이라는 것에 눈을 돌려보게 됩니다. 아렌트는 <참여의 희망>에서 '시민불복종은 상당수의 시민이 일상의 변화 채널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호소를 듣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순간, 또는 대조적으로 정부가 그 합법성과 헌법성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통해 막 변화하려는 순간, 또는 변동을 시작하고 지속하려는 순간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데 불신이 쌓이면 엘리트 지식인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시민들이 참여가 없었다면 오늘날 법률가들의 변화가 조금이라도 일어났을까요. 저는 지금까지는 법이나 제도보다는 시민의 참여가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법과 제도를 통해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언제까지나 권위와 힘만이 법치주의를 바로 세운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겠습니다.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것도 기계가 아닌 언제든지 부패하기 쉬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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