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호의 시사보기>정보사회, 정치 엘리트와 정당정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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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정보사회, 정치 엘리트와 정당정치의 위기
  • 강상호 시사평론가
  • 승인 2015.03.26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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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시사평론가)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와 정당학회 공동 주최로 정치개혁 관련 학술회의가 있었다.  이 학술회의에서 서울 소재  "S"대학 정치학과 교수가 이 번 학기부터 ‘정당론’이 폐강되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참석자 중 일부가 “과목의 문제요 아니면 교수의 문제요?“라고 말해 사람들이 일순간 웃었지만, 참석한 정치학자들은 내심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정치학과가 지방의 많은 대학에서 사라지고, 서울 소재 유명 공사립 대학까지 정치학과 석박사 학위과정 모집에 지원자가 격감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정치 참여 과잉 현상이 이어졌는데도 관련 학과의 인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시들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김종필 전 총리가 ‘정치는 허업(虛業)이다’라고 이야기 했는데, 자본주의 시장체제에서 정치는 경제에 밀리고, 정치가는 자본가에 밀리는 형국이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정치의 몰락’이라고 하나, 정확히 말하면 ‘정치 엘리트의 몰락’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우리사회가 부의 승계에는 비교적 관대하면서도 권력의 승계에는 부정적이라는 것도 파워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회가 확산되고 정보통신 기계가 발전함에 따라 의회 정치의 중심에 있는 정당의 역할은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정당은 19세기 산업사회에서 자본과 노동을 중심으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으로 발전되었고 오랫동안 대의정치의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정보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여백이 없어짐으로써, 정당은 정부와 시민사회 중간에서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00 년 영국의 ‘챌린지 포럼’에서는 2020 년경 정당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였고, 2005 년 미국의 외교관계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오늘은 있으나 내일은 사라질 것(Here today gone tomorrow)이란 특집 기사에서 2040 년 쯤 사라질 것’들 중 하나로 정당을 포함시켰다.   정당의 위기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정보사회의 세계적 현상이라는 이야기이다.

정당의 쇠퇴는 전통적 대의정치의 쇠퇴를 의미한다.   시민사회의 성장과 전자민주주의의 등장으로 시민들은 정당을 거치지 않고서도 정부와 소통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정부의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양한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시민사회가 정당과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20 년 동안 영국에서 정당의 당원 수가 80 % 이상 감소하였다는 보고서는 우리나라 정당의 미래 예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정당의 문제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진성 당원의 문제는 앞으로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더 나아지기 어렵다는 것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정당이 앞으로 폐쇄형 정당보다는 개방형 정당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002 년 16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등장한 국민 참여 경선 방식은 개방형 정당 운영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후로 각종 선거에서 확대 적용되어 오고 있다. 

소위 당심과 민심에서 많은 후보들이 당심에서는 패배했으나 민심에서 승리함으로써 정당의 후보나 대표로 선출되는 경우가 있었다.   17대 대통령 선거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간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그랬고, 최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박지원 간 당 대표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그랬다. 

대중의 지지가 중시되는 이러한 경선 방식은 앞으로도 당의 조직보다는 개인 후보자의 이미지가 더 중요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 결과 정당 지도부의 영향력은 더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광역 비례대표제가 채택되고 여야 모두 상향식 공천 방식으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실시할 경우 우리의 정당체제와 정당의 성격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선거구 획정, 선거법 개정, 헌법 개정 문제가 금년 내 주요 현안으로 등장한 상황에서 정당 개혁과 관련한 논의도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당 개혁의 출발은 산업사회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정보사회에 적합한 정당의 역할을 정립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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