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 저성장 늪 빠진 한국의 유일한 탈출구"
정운찬, "동반성장, 저성장 늪 빠진 한국의 유일한 탈출구"
  • 방글 기자·박상길 기자
  • 승인 2015.03.27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운찬 이사장 현 정부 경제정책 '낙제점'…경제민주화 약속 지켜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박상길 기자)

‘한 국가 혹은 정부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효율성·투명성·객관성과 같이, 정책이 갖추어야 할 속성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그 가운데 가장 필수불가결한 요소를 꼽으라면 나는 일관성을 들고 싶다.’-정운찬 <가슴으로 승부하라> 中

▲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세종시 정책에 대해 '국가적 재앙'으로 평가했다. ⓒ 시사오늘 서지연 기자

지난 24일 서울대학교 인근의 사무실에서 만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낙제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약속했던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 양극화 해소에 대한 노력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며 대통령이 되기 위한 빈약속이었던 셈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 이사장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단순히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양극화 완화나 성장잠재력 확충에는 아예 관심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흔들리지 않는 철학과 강력한 의지, 현실감각이 있어야 경제민주화가 실현된다.
성장기 20년을 청와대에서 지내신 분이라 그런지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정 이사장은 화려한 이력과 달리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박사, 컬럼비아대학교 조교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하와이대학교 초빙 부교수, 영국 런던정경대학 객원 부교수, 독일 보쿰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학교 총장, 제40대 대한민국 국무총리 등 그가 거쳐온 이력을 살펴보면 소위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스코필드 박사의 배려로 학업을 마쳤고, 서울대학교 재학시절에는 동문회의 장학금을 받아 학업을 이어갔다.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물었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1년 다니고 서울로 이사를 왔는데,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서울대학교 부속병원에서 병상 시트 세탁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을 이어갔는데, 당연히 풍족할 수는 없었다. 먹는 게 가장 힘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점심을 먹어본 적이 없다. 동숭동에서 서울살이를 시작했는데, 자꾸 산꼭대기로 올라가 나중에는 월세가 싼 낙산동까지 올라갔다.”

아버지가 계실 때도 풍족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자서전인 <가슴으로 승부하라>에서는 좀 더 상세하게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다뤘다. 내용 일부를 발췌했다.

‘세상에 태어나 햇빛을 본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딸이든 아들이든 자식을 낳는다면 당장 한 숟가락 밥이 문제였다…어머니가 태아를 떼어버리려고 달여 드신 것은 익모초라는 이름의 약초였다…약성이 강해 임신부에게 해롭다는 속설과는 달리, 노산이었던 산모도 탈이없었고 태아 또한 건강했다.’

-어떻게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나.

“초등학교 시절, 이병헌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아버지가 이영소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장이었는데, 공부 열심히 해서 경기중학교에만 들어가면 학비를 마련해주겠다고 했다. 중학교 합격증을 보여드렸더니 스코필드 박사를 소개해 주셨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스코필드 박사의 도움을 받았다.”

스코필드 박사는 훗날 정 이사장이 경제학을 전공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당시 스코필드 박사는 정 이사장에게 “한국은 빈부 격차가 너무 크고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일어나는 데도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배려하는 게 눈꼽만큼도 없다”며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공부를 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이사장은 “스코필드 박사의 말씀이 평생의 업이 됐다”고 회상했다.

▲ 정운찬 동반성장 연구소 이사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시사오늘 서지연 기자

“중소기업 발전=대기업 발전, 비용절감 대상 아닌 동반성장 대상으로 봐야”

 경제의 많은 분야 중에 동반성장에 유독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동반성장이 왜 필요한 지 물었다.

“동반성장을 안하고 양극화 심화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경제는 쇠약해지고 사회는 파탄난다. 현재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 동반성장이다. ”

-동반성장에 대해 관심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총리시절, 중소업체 사람이 찾아와서 이민을 가야겠다고 하더라.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거래에서 납품가를 후려치는 등 너무 횡포를 부린다고 하더라. 사실 확인을 하고 경악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특단의 조치를 요청했고, 몇 달 후에 동반성장위원회를 발족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반성장’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떠올린다. 하지만 정운찬 이사장이 꿈꾸는 ‘동반성장’에는 △교육에서의 동반성장 △남북한의 동반성장 △지역간 동반성장 △세대간 동반성장 △농업과 동반성장 △개헌과 동반성장 등 분야가 다양하다. 정 이사장은 그 중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곪아 터졌다고 봐야할까. 남양유업 사태부터 시작해서 대기업의 횡포가 부각된 적이 있다. 이후 기업들의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이는데, 긍정적인 결과라고 보나.

“사회 분위기 때문에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는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시늉만 할 뿐 진정성과 연속성의 문제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가진 문제점은?

“대기업은 투자 대상인 핵심첨단 기술이 없고, 중소기업은 투자 대상은 있는 데 돈이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은 돈을 쌓아두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 한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 성장의 기회가 대기업에만 주어지고 있다는 거다. 이같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돈이 제도적으로 그리고 스무스하게 중소기업으로 흘러 들어가서 중소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는 게 중요하다. 대기업 역시 중소기업을 협력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중소기업의 기술 발전이 자신들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야지, 비용절감의 대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어린시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시사오늘 서지연 기자

중소기업 임금, 대기업 75%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임금구조 개선이 좋은 일자리 창출해 ‘이중효과’

정 이사장은 청년들의 꿈이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이 되는 것으로 통일 된 데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성장이 중요한데,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인력들이 대기업과 공직자리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인력들을 중소기업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임금 구조 개선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대기업에 들어가고, 공무원이 되는 게 청년들의 꿈이 된 시대가 됐다. 중소기업에 취직한다고 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결혼조차 하기 어렵다. 임금 구조 때문인데, 대기업 임금은 대체로 높은 편이다. 중소기업의 임금을 대기업의 75% 수준까지는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과이익공유제나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정부의 중소기업 직접 발주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사실상 동반성장위원회의 첫 작품이었다. 재벌개혁에 이어 동반성장, 초과이익공유제까지 내세우자 정 이사장을 향한 각종 비난이 쏟아졌다. ‘더불어 잘살자’고 했는데 왜 이같은 비난을 받아야 한 걸까.

“일각에서는 나를 ‘빨갱이’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동반성장은 자본주의에 위배된다는 반론도 많았다. 하지만 이건 동반성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생긴 일이다. 있는 사람 것을 빼앗아 없는 사람을 주자는 게 아니라,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되 분배는 좀 더 공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국무총리 청문회는 인신공격 현장”

남북간의 동반성장이나 교육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하나하나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총리 시절 빼놓을 수 없는 사건 중 하나인 ‘세종시’ 문제를 꺼냈다. 서울과 중앙정부의 동반성장을 주장하는 정 이사장이 세종시를 반대한 이유가 궁금했다.

정 이사장은 총리시절 세종시 문제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마찰을 빚었다. 결국 세종시 문제가 정 총리의 발목을 잡았고, 사퇴하는 데까지 이르게 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를 위해 정 총리를 임명했다는 뒷말까지 나오며 ‘세종시 총리’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총리로 임명될 당시의 상황부터 세종시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서울시장, 인수위원장 등의 자리도 제안받은 것으로 안다. 이를 거부하고, 국무총리를 수락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2002년 처음 만났다. 당시 나는 서울대 총장을 맡은지 얼마 안 됐고, 이 전 대통령은 시장으로 취임한지 얼마 안 됐을 때다. 서울대 정문앞에 150m 고가도로를 짓는다고 하길래 추진 저지를 위해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 이 대통령도 나를 좋게 봤는지, 이후 서울 시장 등 5번이나 이런저런 제안을 해오셨다. 총리 제의가 왔을 때 계속해서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특히 당시 한국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양극화, 광우병 파동, 북한 핵실험 등으로 온 나라가 어려울 때였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총리로 지명하는 일종의 탕평책을 편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정 이사장은 여당과 야당,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비판하는 인물이다. 때문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정운찬 이사장을 총리로 내정했을 당시, 비판적 인물을 포용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모처럼 만에 신선한 인사라는 평가였다.

실제로 7%까지 급락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회복세를 띄며 50%를 넘어섰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는 정운찬 이사장에게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다.

▲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세종시 총리'라는 별칭과 관련, 유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 시사오늘 서지연기자

정 이사장은 “공직 후보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한다는 취지의 인사청문회가 인신모독의 현장으로 변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완벽하지 못한 점도 있었고, 준비가 덜 된 것도 있었지만 억울한 부분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당시 청문회에서는 △부선망(父先亡) 독자로 소집이 면제된 것을 놓고 병역기피 했다고 문제삼고 △이미 군복무를 마친 아들의 미국국적 문제 △아파트 매매시 다운계약서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총리 임기를 마친 이후, 정운찬 이사장과 하와이 대학에서 인연을 맺은 최헌걸 씨는 ‘정운찬의 시시비비’라는 책을 발간, 청문회에서 나온 왜곡된 사실들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행정부 이등분’ 세종시는 국가적 재앙”

다시 세종시의 이야기로 돌아가 반대했던 이유를 물었다.

정 이사장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며 “세종시는 국가적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어느나라에도 행정부가 둘로 나눠져 있는 경우는 없다. 정부부처끼리 또 같은 부처내에서의 소통이 어렵다.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장소에서 차분하게 의사결정 할 시간이 없는 거다. 워싱턴이나 동경 등을 보면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는 4~5km 반경 안에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130km 떨어진 곳에 행정부의 일부만을 가져다 놓겠다니 당황스러웠다.”

“이미 지역을 다 파헤치고 새 도시를 만들겠다는 지역 주민과의 약속이 있으니, 수정안을 만들었다. 시기는 10년을 앞당기고, 행정중심 복합도시 대신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를 건설한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이를 위해 세종시에 입주하면 부지를 싼 값에 제공하고,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하자, 기업과 유명대학들이 관심을 보였다. 삼성과 한화, 웅진, 롯데그룹과 같은 기업들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투자 약속금액이 4조가 넘었다. 다른 지역 단체장들이 불만을 토로할 지경이었다. 내용이 세종시한테 너무 좋아 입법이 안 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나올 정도였다. 차기 대통령직을 노리는 정치 지도자들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낸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도 ‘2009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정운찬 총리의 대선후보론을 견제하기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내용은 파장을 일으켰고, 청와대는 유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 정운찬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낙제점이라고 평가했다. ⓒ 시사오늘 서지연 기자

-한 때 유력대권후보로 떠오르며 ‘정운찬 대망론’까지 일으켰다. 정계에 진출할 의사가 있나.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쓴소리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정계에 진출한다면 여당과 야당 중 어디를 선택할 생각인가.

“무얼 하는 게 중요하지 무엇이 되는 게 중요한게 아니다. 어떤 자리에서든지 동반성장을 위해 일할 거다. 다만, 지식인들은 사회를 향해 항상 건설적인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운찬이 말하는 ‘동반성장 시대’는 언제쯤 올까.

“바위를 산 꼭대기에 올려놓으려 하나 끝에 가서 자꾸 떨어지는 ‘시지프스의 노동’과 같은 마음으로 하고 있다.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언제가는 될거다.”

 

 

 

담당업무 : 그룹사 및 산업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은 냉철하게, 행동은 열정적으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