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생체실험 집단 '731 부대' 연루 의혹…진실은?
스크롤 이동 상태바
녹십자, 생체실험 집단 '731 부대' 연루 의혹…진실은?
  • 김하은 기자
  • 승인 2015.04.27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31 부대’가 설립한 미도리주지와 의료 원천기술 제휴…생체실험 과거사완 무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국내 제약회사 2위인 녹십자가 일제시대 당시 끔찍한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731 부대’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과거사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 녹십자가 지난 1970년 ‘731 부대’ 수뇌부가 설립한 일본 녹십자인 미도리주지와 기술제휴를 맺었다는 것. 더군다나 일제 식민지를 겪었던 우리나라의 경우 항일운동에 참여했던 일부 애국지사들이 이 마루타 실험으로 목숨을 잃으면서 오랫동안 아픈 과거사로 인식돼 왔다.

이는 M&A 갈등을 빚었던 일동제약 노조가 최근 국내 녹십자와 일본 녹십자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韓·日 녹십자, 70년대 혈액분획제제 기술 제휴

‘731 부대’는 일제 식민지 전쟁 당시 생화학 무기를 만들기 위해 한국·중국·러시아 등 민간인 포로들에게 참혹한 ‘마루타(생체실험 대상자) 실험’을 한 범죄 집단으로 악명이 높다.

‘731 부대’ 수뇌부인 이시로 등은 생체실험을 자행하고도 종전 후 전범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일본 의학계를 뒤흔들만한 엘리트로 성장했다. 이들은 혈액은행을 만들어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혈액을 공급해 번 수익으로 일본 녹십자, 즉 미도리주지를 설립했다.

그러나 미도리주지는 1980년대 중반 즈음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을 유발하는 혈액제제(혈액을 성분별로 분리한 뒤 원료로 사용해 만든 의약품)를 제조·판매해 물의를 빚었다. 결국 미도리주지는 문을 닫고 1998년 요시도미제약과 합병하는 길을 택했다.

▲ 녹십자가 일제시대 당시 끔찍한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731 부대’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과거사 논란에 휩싸였다. ⓒ녹십자

미도리주지와 밀접한 관계로 지낸 의혹을 받는 녹십자는 1967년 수도미생물약품판매주식회사로 출범해 1969년 극동제약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1970년에 들어와 미도리주지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혈액분획제제를 생산했다. 녹십자로 2차 사명을 변경한 시기도 이 때였다.

고 허영섭 회장은 국민 건강을 수호하는 건강한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사명을 기존 극동제약에서 녹십자로 변경했다. 이후 1989년 녹십자는 자회사 녹우제약을 일본 녹십자 미도리주지와 50대 50의 합작회사로 재출범시켰다.

일동제약 노조에 따르면 녹십자가 2000년께 자회사 녹우제약의 지분 100%를 일본 기업 웰화이드에 매각했는데, 웰화이드가 바로 요시도미제약이 미도리주지를 합병해 세운 제약업체로 알려져 있다.

반면, 녹십자는 기술제휴를 거론하며 ‘731 부대’와 엮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과거 일본으로부터 원천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미도리주지와 제휴를 맺었을 뿐 ‘731 부대’에 연루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녹십자 관계자는 “미도리주지와 기술 제휴를 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그러나 제휴를 맺은 것만으로 ‘731 부대’와 연루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 아니냐”고 반박했다.

사측, 미도리주지와 기술제휴, ‘731 부대’ 연관 없어

1970년대 혈액분해제제 원천기술이 미국 쿼터사에 있었는데, 당시 회사가 해당 원천기술을 미도리주지에 넘겨 기술제휴가 불가피했다는 게 녹십자 측 입장이다.

신종플루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09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예방 백신을 만들어 독점 배포해 1503억 원에 달하는 업계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던 녹십자.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된 일동제약과의 M&A에 이어 재차 불거진 과거 기술합병을 맺은 ‘731 부대’와의 연루 의혹으로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국내 제약업계 2위인 녹십자가 민감한 과거사 의혹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쏠린다.

담당업무 : 식음료 및 유통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