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의 '해바라기' 변신과 '광대'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문수의 '해바라기' 변신과 '광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6.15 1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대구 출마하겠다", 김문수…이번엔 영남패권론 '해바라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정부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메르스가 '중동 낙타 독감'인데 이것 때문에 난리다. 마산 이쪽에는 죽은 사람이 없는데도 난리다. 그런데 원자폭탄은 아무도 겁을 안 내니 희한하다."

"미국 소고기 먹고 배탈 걸린 사람 손 들어봐. 아무도 없잖아. 대한민국 사람 웃겨."

▲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최근 막말로 구설수에 오르며 그의 변신이 화제가 됐다. 김 전 지사의 행보는 '변절자'가 아닌 전형적인 해바라기 정치인의 모습일 수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캐리커쳐 ⓒ시사오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을 지낸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막말'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12일 경남 창원 마산대학교에서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특강에서 위와 같이 언급했다고 합니다.

그의 이날 발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핵무기는 겁 안 내고 독감은 겁내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코미디 국민'"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고, 또 일부 국민들께서는 이에 동조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기자는 김 전 지사에게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김문수 전 지사님께서 꿈꾸는 대한민국은 '해바라기 공화국'인지요?"

김문수 전 지사의 정치역경은 참으로 굴곡집니다. 학생 운동과 노동 운동으로 일약 스타 반열에 오르며 정치권에 입문한 김 전 지사는, 이후 '변절자'라는 욕을 들어가면서까지 행보를 급 전향해 보수정당의 대표 정치인으로 급부상했습니다.

기자는 '변절자'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모름지기 정치인이란 자신의 소신에 따라 나아갈 길을 스스로 정하고, 정치적 갈림길에서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길로 몸을 틀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 전 지사는 스스로 옳다고 생각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다만, 저는 그에게 '변절자' 대신 '해바라기 정치인'이라는 별칭을 붙여주고 싶습니다. 해가 떠오르는 방향을 따라 어여쁜 꽃잎을 사방에 뽐내는 해바라기처럼, 떠오르는 권력을 향해 자신을 선보인 대표적인 정치인 중 하나가 바로 김 전 지사이니까요.

권력을 향해 몸을 돌린 김 전 지사는 승승장구합니다. 김 전 지사는 그가 '코미디 국민'이라고 지칭한 국민들로부터 무려 세 번씩이나 선택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고, '핵무기는 겁 안 내고, 독감은 겁내는' 경기도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재선 경기도지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김문수 전 지사는 또다시 '해바라기'가 됩니다. 그의 고향인 TK(대구경북)에 내려가 택시 운전을 하는가 하면, 박정희의 생가를 찾아 "내가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박정희"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TK 지지층을 결집해 대권을 노리겠다는 그의 심산이 엿보입니다.

급기야 '대권 주자가 편히 먹고 살려한다'는 당내 일각의 반발 기류에도 불구하고 김 전 지사는 최근 20대 총선 대구 지역 출마를 기정사실화했습니다.

앞선 발언을 한 마산대학교 특강은 그 이후 열린 행사입니다. 총선 출마 선언 직후에 잡힌 특강에서 '메르스'와 '북핵'을 연결 짓고, '광우병'을 운운하는 김 전 지사의 정치력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보수층 결집하는 데에 이만한 '떡밥'은 또 없을 테니까요.

더욱이 대한민국 정치판은 '영남패권론'에 점령당한 상태입니다. 영남 출신 정치인이 아니라면 대권은 쉽사리 넘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죠. 대권을 노리고 있는 김 전 지사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 당연한 발언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정치인은 권력을 좇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그래야만 하는 게 정치인의 숙명입니다. 높은 반열에 서야 자신의 뜻도 펼칠 수 있으니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해바라기 정치인' 김문수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코미디 국민'에게 선택받은 정치인은 광대에 불과해"

다만, 김 전 지사는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자신을 다섯 번씩이나 지지한 국민들을 '웃기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죽은 사람도 없는데 독감을 겁내는 사람'으로 규정한다면, 그런 국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은 김 전 지사도 제대로 된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코미디 국민'에게 선택받은 정치인은 '정치인'이 아닙니다. '광대'에 불과할 뿐입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