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파업과 정몽준, 그리고 FI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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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파업과 정몽준, 그리고 FIFA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9.11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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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현대重 실질적 경영주 정몽준, 외도에 앞서 회사 챙겨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파업중인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 ⓒ 뉴시스

현대중공업노조·대우조선해양노조·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업종노조연대가 공동 파업에 나서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눈은 대체로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정부여당은 이들의 파업을 나라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허튼짓을 하고 있다며 '비애국적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국민여론도 썩 좋은 편이 아닙니다. 전체 평균 이상의 고액 연봉을 수령하는 조선업 종사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니 그도 그럴법합니다.

그러나 조선업종노조가 공동 파업에 나선 까닭을 조금만 더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없지않습니다. 어느 한쪽 편을 들자고 펜을 든 글이 아니니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네요.

이번 조선업계 공동 파업을 주도한 노동조합은 현대중공업노조(현중노조)입니다.

현중노조는 사실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 노조', 경영계에 충성하는 '착한 노조'였습니다.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9년간 무파업 기록을 세웠고요, 노조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측의 입장을 적극 수용했고 때로는 사측을 대변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현중노조를 '어용 노조'라고 불렀죠.

현중노조가 '애국 노조', '착한 노조'의 탈을 벗어던진 건 지난해 5월경입니다. 사측은 경영실적 악화를 이유로 임금인상을 꺼려했고, 현중노조는 기본급 6.51%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양측의 첨예한 입장대립에 합의는 무산됐고, 현중노조는 19년 만에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무파업 기록을 깨고 얻은 결과물은 초라했습니다.

현중노조는 해를 넘긴 협상 끝에 지난 2월 기존 사측 제시안(기본급 3만7000원 인상)에 고작 1만원을 얹은 협상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사측이 직원 1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또한 수용했습니다.

이들이 사측의 제시안을 이 같이 수용한 이유는 사측이 충분한 임금인상과 직원 복지개선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 임단협에서 사측은 현중노조와 한 약속을 깨고 임금동결을 선언했습니다. 동결 사유는 역시 경영실적 악화였습니다.

합의는 1년 전과 같이 결렬됐습니다. 이에 현중노조는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다른 조선업종노조들과 연대파업을 계획했고, 지난 10일 이를 실천에 옮겼습니다.

그리고 이날 현중노조는 일반 국민들이 듣기에 엉뚱한 소리를 했습니다. 21일까지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피파(FIFA, 국제축구연맹) 회장직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낙선운동을 위해 피파 본부가 위치한 스위스 취리히에 투쟁단을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겁니다.

현중노조는 왜 정 전 의원의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선 걸까요? 그는 일찍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는데 말이죠.

까닭은 정 전 의원이 현대중공업에서 몸만 물러났을 뿐 손은 떼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현대중공업의 CEO 임명 권한은 정 전 의원에게 있습니다. 그는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니까요.

현중노조가 단순히 회사 압박 차원에서 정 전 의원의 낙선운동에 나선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나아가 현대중공업 경영실적 악화의 책임을 정 전 의원에게 묻고자 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의 2014년 분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1분기에서 2분기로 넘어가면서 -1조1037억 원, 2분기에서 3분기로 넘어가면서 -1조9346억 원이라는 어마무지한 영업 손실을 기록합니다. 이는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정몽준 전 의원이 서울시장선거 출마라는 '외도'를 감행한 시기와 일치합니다.

2015년은 어떨까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있었던 대규모 직원 구조조정으로 영업 손실은 1분기 -1942억 원, 2분기 -1710억 원 등 큰폭으로 줄어들었습니다만, 다가오는 3분기 실적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비관적입니다. 전반적으로 호재가 전무한 실정이지요. 그리고 최대주주 정 전 의원은 얼마 전 자신의 최대 숙원이었던 피파 회장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또 한 번 '외도'를 감행하는 걸 보니, 그는 회사의 명운 따윈 안중에도 없는 눈치입니다. 이와 더불어 회사를 위해 땀 흘려 일하던 사람들이 흘리고 있는 피눈물에도 관심이 없는 모양입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정 전 의원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축구 역시 사람이 하는 스포츠임을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지금 현대중공업 사람들은 기업 최대주주이자 실제 경영주인 정몽준이 나서서 협상을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아울러 현중노조도 정 전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은 사태의 원만한 해결에 있어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국민여론은 장기적 파업을 바라지 않습니다.

노사간 대타협이 빠른 시일내에 성사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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