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표현의 자유 제한되면 소통도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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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희, “표현의 자유 제한되면 소통도 어려워진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5.11.25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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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68)> “국력 강화 위해서도 민주주의 발전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 ⓒ 시사오늘

“우리가 혐오하는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노암 촘스키의 말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는 질서 유지라는 미명하에 '듣기 싫은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다. 세계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 ‘언론자유국’의 지위를 상실했다. 올해 발표된 언론 자유 세계 순위에서는 아프리카 국가 나미비아와 함께 공동 67위에 자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표현의 자유’에 가장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 8월에도 표현의 자유를 강화하기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유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강연에서도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우리나라 표현의 자유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풀어놓았다.

“헌법 21조에 명시된 것처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갖는 필수불가결의 기본권입니다. 추상적인 권리긴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침해돼서는 안 되는 권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는 국가권력에 의해 끊임없이 제약돼 왔습니다.”

그는 헌법 조항을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이것이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확대돼 왔다고 설명했다.

“영화 <변호인>을 보면 불온서적이 나옵니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한국경제의 실상과 허상>, <전환시대의 논리>, <해방전후사의 인식> 등이 모두 불온서적이었습니다. 이런 책들은 모두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역사를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봐야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책이었지만, 예전에는 마음 놓고 읽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이룩되고, 故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대통령에 오르면서 표현의 자유가 크게 확대됐습니다. 1993년에는 현직 대통령을 소재로 한 〈YS는 못말려〉라는 정치유머집이 출간될 정도였습니다. YS에 이어 故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민주주의는 화려한 꽃을 피웠습니다.”

YS와 DJ, 노 전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민주주의가 만개했다고 평가한 유 최고위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우리 국민들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정치적 민주주의는 완성됐고 경제적 민주화만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출판뿐만 아니라 인터넷까지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언론자유국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강등된 상태입니다.” 

▲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 ⓒ 시사오늘

그는 표현의 자유가 하락한 근거로 다양한 사례를 들었다.

“<개그콘서트>의 ‘민상 토론’이라는 코너에서 메르스 사태 당시 비판적인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방심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징계를 내렸습니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정치인들에 대해 풍자적인 그림을 많이 그리는 이하 작가는 벽화를 그렸다고 재물손괴죄, 대통령을 풍자했다고 명예훼손죄, 옥상에서 그림을 뿌렸다고 건물침입죄 등으로 규제를 받았습니다. 직접적으로 통제를 하지는 못하고 여러 가지 법 조항을 적용해서 간접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던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광주민주항쟁과 결합해서 비판적인 그림을 그렸던 홍성담 작가가 이 작품을 독일에서 전시하려고 하자, 운송업체에서 운송을 거부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들이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유 최고위원은 예술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BBK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유라고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 등이 적용돼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됐습니다.”

“조희연 교육감도 상대 후보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을 뿐이지만, 그 사실만으로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유포로 기소 당했습니다. 노회찬 전 의원 또한 2005년 삼성에게 떡값 받은 검사 명단을 공개했다가 명예훼손죄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했습니다.”

그는 표현의 자유가 후퇴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소개하며, 표현의 자유는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권리라고 재차 강조했다.

“명예훼손죄가 남용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소통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예전에는 댓글을 보면 국민들이 생각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소위 ‘일베형 댓글’이 아니면 실리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마저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받고 있는 것입니다.”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선거 때는 후보에 의해 정보가 유포돼야 하지만, 이런 과정이 제한받고 있습니다. 자연히 유권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투표를 하게 됩니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예술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유 최고위원은 자유에 대한 명언을 언급하며 국민들 스스로가 표현의 자유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당부했다.

“국가권력은 국민의 자유가 확대되면 될수록 국가가 불안해지고 국력이 약해진다고 겁박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 ICT 산업이 가장 발전했을 때는 민주주의가 최고조였던 국민의 정부 때였습니다. 국력 강화를 위해서도 민주주의의 발전이 중요하다는 증거입니다.”

“미국의 정치가 W.윌슨은 ‘자유는 국민이 정부에 관심을 보일 때만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도 ‘일시적인 안전을 얻기 위해서 본질적인 자유를 포기할 수 있는 인간은 자유도 안전도 누릴 자격이 없다’고 했습니다. 자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쟁취해야 하는 것인 만큼, 국민들께서도 이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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