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응답하라 DJ' 열풍…'응답 없는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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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응답하라 DJ' 열풍…'응답 없는 DJ'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1.14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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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없으면 후폭풍 직면…제2, 제3의 이정현 나올 수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하는 무소속 김한길, 안철수 의원 등 국민의당 관계자들 ⓒ 뉴시스

야권이 '응답하라 DJ' 열풍에 휩싸였다. '안철수 신당' 국민의당, '천정배 신당' 국민회의가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 계승을 내세워 호남 민심 잡기에 치중하는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역시 호남 출신 인재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며 야권의 심장부를 잃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눈치다.

이들이 외치는 '응답하라 DJ' 구호 속에는 호남을 잡아야 20대 총선과 후보자 연대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DJ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모양새다.

야권, 너도나도 호남 잡기에 총력

전국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의당의 실상은 '호남정당'에 가깝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우선 당의 정체성이 DJ 정신 계승이다.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은 더민주당 탈당 이후 첫 행보로 DJ 묘역 참배를 선택했다. 김 의원은 "DJ는 내게 정치적 아버지 같은 분"이라며 방명록에 "민주·민생·평화 그 정신을 이어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안철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직후 광주를 두 차례나 방문했다. 그리고 이희호 여사를 찾아 "DJ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 그리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을 꼭 이루겠다"고 말했다. 동석한 임내현 의원도 "DJ의 유업과 정신을 받들어 열심히 하는 호남 정치인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민의당이 최근 영입한 인재들은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경록 경희대 교수, 정용화 전 청와대 비서관, 안재경 전 경찰대학장 등 호남 인사들이다.

더욱이 국민의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철저히 호남에 편중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공개한 1월 첫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호남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41%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인천(24%)을 제외한 서울, 대전·세종·충청,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등 지역에서는 20% 밑에 머물렀다.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국민회의의 정체성 역시 국민의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천 의원은 신당 창당 계획을 공개할 때부터 호남 정치 복원과 '뉴 DJ' 양성을 내세웠고, 최근에는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과거에 대해 호남 지역 주민들에게 사죄하면서 "호남 정치의 부활과 복원으로 빚을 갚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 신당의 당명에서도 DJ의 향수가 묻어난다. 국민의당에서는 DJ의 '국민의 정부'가, 국민회의에서는 1995년 DJ가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가 떠오른다.

이에 맞서는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출신 인재 영입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김병관 웹젠 의장,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오기형 변호사 등 호남 출신 전문가들을 잇달아 영입해 호남 민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또한 조기선거대책위원회를 호남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응답 없는 DJ' 왜?

더민주당과 신당 세력들이 '응답하라 DJ'를 목 놓아 외치고 있지만, 이미 소천한 DJ는 말이 없다. 그의 후예들인 호남 지역 주민들 역시 DJ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의 행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13일 공개한 1월 둘째 주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호남에서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23.8%로 집계됐다.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일주일 전 여론조사에서는 29.9%를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크게 하락한 것이다. 더민주당의 호남 지지율도 22.5%에 머물렀다.

되레, 새누리당의 호남 지지율은 전주 대비 7.7% 상승해 14.3%를 기록했다. 야권의 '도토리 키 재기' 공방 속에 어부지리를 얻은 것이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만 하더라도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신당'이 갑자기 주춤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13일 <시사오늘>과 만난 전북 지역 정가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당에 대한 호남의 높은 지지율은 안철수나 국민의당을 온전히 지지한 게 아니라 그저 '새로운 것'에 대한 호남의 기대일 뿐"이라며 "이제 더민주당을 탈당할 사람들도 대부분 당을 나왔으니 이벤트 효과도 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교동계의 한 원로인사는 1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호남의 진짜 민심은 투표함 깔 때까지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더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호남을 위한 진정성 없이 DJ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되레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다. 차기 총선에서 '제2의 이정현', '제3의 이정현'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라고 경고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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