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잔류' 김종인, 취임 두 달간 '종횡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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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잔류' 김종인, 취임 두 달간 '종횡무진'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3.23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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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권정당 앞세우며 강력한 리더십 선보여…비례대표 논란에도 '정면돌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 뉴시스

비례대표 공천 후폭풍으로 사퇴설이 불거졌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민 끝에 당에 남겠다"고 밝혔다. 중앙위원회 파행 이래 나흘만의 봉합이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께 여러 가지 소란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비례대표는 이 당을 끌고 가기 위한 선택일 뿐, 당을 떠남과 동시에 의원직을 던지겠다는 각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로 일부 세력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면서 "나는 국민이 선택하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수권정당을 만들기 위해 더민주에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아울러 "이번 사태가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회복하려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비례대표 논란은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당내 혼란을 야기했다. 그러나 이와는 상관없이 김 대표는 오는 4·13총선을 자신의 책임하에 치르게 됐다.

더민주 수장으로 야권 재편의 중심에 선 김종인 대표의 취임 두 달간 인상적인 행보를 <시사오늘>이 살펴봤다.

◇文이 영입한 朴의 남자…반신반의(半信半疑) 속 '첫 만남'

지난해 말 촉발된 야권분열을 수습하기 위해 문재인 전 대표가 뽑아 든 카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경제민주화'라는 브랜드를 선점해 여당 승리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논란이 예상됐지만 분위기는 의외로 잠잠했다.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대규모 탈당 행렬이 이어지는 등 누가 봐도 지리멸렬한 분위기 속에 굳이 토를 다려는 사람들은 찾기 어려웠다. 이는 지난 2014년 이상돈 교수 카드가 제시될 때와 대비되기도 했다.

그러나 반쯤의 의심이 남은 것은 김 대표의 보수 이력뿐 아니라 "단독 비대위원장으로 수락했다" "문재인 대표는 조만간 사퇴할 것"이라는 거침없는 발언 때문이었다. 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인사지만 까칠한 발언으로 대립구도의 여지가 보인 탓에 전통 지지층은 '긴가민가'하며 지난 1월 27일 김종인 체제를 맞았다. 

◇'익숙한 보수의 향기'…국보위 사과와 햇볕정책 보완론

당초 우려대로 김종인 대표의 이념적 정체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크게 두 가지 사건이 이어졌는데, 하나는 국보위 이력과, 나머지 하나는 햇볕정책 보완론 논란이었다.

김종인 대표가 더민주당의 전권을 쥐자 예상대로 국보위 전력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에 김 대표는 "스스로 들어간 것도 아니고 전문성으로 참여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논란이 번지자, 광주를 찾아 전두환 정권의 탄압 행위를 비판하고 국보위에 참여한 일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위기는 다시금 찾아왔다. 연이은 북한 핵도발과 관련, 김종인 대표가 북한궤멸론을 언급하면서다. 종래 당의 대북관과 결이 다른 발언에 파장이 일었지만, 김 대표는 "궤멸은 흡수통일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다 생각이 있어서 한 말이니 취소하지 않겠다"고 밀어붙였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상징인 햇볕정책을 시대정신에 맞춰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국방위에 참석, 상반된 주장을 폈지만 김 대표와 직접 맞부딪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김 대표 덕분에 당이 안정됐다"고 치켜세워 당내 갈등의 여지를 잠재우는 데 일조했다.

◇여야 협상에서 부각된 '정치 고단수'의 '리더십'

김종인 대표의 존재감이 부각된 것은 여야 협상 과정에서였다.

그는 지난 1월 30일 북한인권법, 원샷법(기업활력제고법), 선거구획정안 처리로 여야간 협상이 벽에 부딪혔을 때 기존 야권과는 다른 대응방식을 취했다.

손 쓸 도리 없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여야 간 힘겨루기를 연장해 선거구 획정안을 연계하려는 새누리당의 꼼수를 부각했다. 이는 '경제법안을 발목 잡는다'는 여당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었다. 당시 더민주 내부에서도 '김종인 대표의 리더십에 놀랐다'는 평이 나왔다. 

필리버스터 정국에서도 신속한 출구전략을 밀어붙여, 총선에서 이념이 아닌 경제 프레임으로 대응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이종걸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이견차가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지만, 결국 김 대표의 결정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마무리됐다.

김 대표는 아울러 야권 통합을 전격 제안해 전반적인 총선 흐름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비례대표 공천 논란

두 달간 많은 논란에 휩싸였지만 김 대표는 묵묵히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당내 분위기 역시 협조적이었다. 잡음이 일기 시작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다. 컷오프에 친노·운동권 성향의 의원들 이름이 오르자 당 내부가 흔들렸다.

그러나 김 대표는 "정무적 판단"이라며 밀어붙였고, 가장 이목이 쏠린 정청래 의원이 컷오프를 받아들이고 손혜원 위원장과 손을 잡으면서 계파 간 갈등 역시 봉합되는 듯 보였다.

가까스로 꿰맨 상처가 얼마 지나지 않아 터져버린 것은 비례공천 후보자 명단이 계기였다. 김 대표의 셀프지명과 칸막이 투표 방식에 중앙위원회가 반발하자, 김 대표는 등을 돌렸다. 이에 친노·운동권 프레임이 재등장하면서 더민주의 상승세는 꺾인 듯 했다.

김 대표의 사퇴설이 돌면서 전날 문재인 전 대표가 급거 상경했고 비대위원들 역시 사의를 표명하는 등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이날 오전까지 김 대표의 거취 향방을 단언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김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 잔류 결정을 밝혔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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