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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뚝섬한강공원 흙길 보행로 망치는 서울시한강사업본부
매미의 비원(悲願)
2018년 04월 09일 09:43:28 김웅식 기자 212627@hanmail.net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 정비공사가 진행중인 뚝섬한강공원 흙길 보행로. ⓒ 시사오늘

땅바닥으로 30㎝ 파고들어가 3~7년을 땅속에서 산다. 흙속의 시간은 다음 세대인 후손을 남기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다. 지상에서의 꿈같은 한 달을 위해 긴 시간을 참고 기다렸다. 나는 매미다.

내일이면 지상으로 올라가 짝을 찾아 후손을 남기고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었다. 하지만 크고 강한 벽, 콘크리트 보도블록이 버티고 있어 땅을 뚫고 나갈 수 없다. 며칠 전까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정말 슬프다. 비원(悲願)이다. 사람들이 땅바닥이라 부르는 것이 우리 매미에게는 생사가 걸린 땅의 천장이다. 

뚝섬한강공원 흙길 보행로가 며칠 전부터 파헤쳐지고 있다. 서울시한강사업본부에서 ‘망원 절두산 성지주변 외 2개소 보행로 정비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흙길로 남겨둬도 괜찮을 듯한데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 뒤집는 이유를 모르겠다.
 
뚝섬한강공원 흙길 보행로는 1Km 이상 한강과 어우러져 이어지는데, 시골 고향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 좋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찾아 풋풋한 흙길을 걸으며 마음을 다잡고 생활의 활력을 얻고 있다. 흙길이 주는 부드러운 속삭임은 콘크리트 보도블록에 비할 바가 아니다.

손대서 좋은 게 있고, 손을 대서는 안 되는 게 있다. 자연환경은 가급적이면 손대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는 게 최상이라고 학교에서 배웠다. 한 번 훼손된 자연을 회복하는 데는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지만, 아니 온전하게 되살리는 것은 수십 년 수백 년이 걸려도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혹여 보행로 흙길을 파낸 그 자리에 콘크리트 보도블록을 깔아 정비를 하겠다는 심사는 아닌지 모르겠다. 기우(杞憂)이기를 바란다. 흙길 보행로를 정비(整備)할 게 아니라 흙길을 보존하면서 가꾸는 단장(丹粧)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선조들은 매미를 오덕(五德)을 갖춘 선충으로 군자에 비유하곤 했다. 매미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생태계의 한 구성원이다. 매미가 줄어들면 천적인 새, 다람쥐, 거미, 고양이 등도 터전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어머니 품속 같은 흙길을 콘크리트 블록으로 정비하는 것은 숨구멍을 막는 것과 진배없다. 매미에게는 생사가 달린 문제다. 우리 인간만 살겠다는 것인지.

내일 지상으로 올라갈 생각으로 밤잠을 설쳤을 매미, 저 매미의 비원이 무섭다. 머리로 치받고 또 치받아 천장을 뚫고 올라가 보려는 저 몸짓. 절망의 콘크리트 보도블록이다. 흙길을 파괴하는 우매한 일들로 인해 머잖아 우리라고 매미 신세가 되지 말라는 법 없다. 매미의 비원이 단지 매미의 이야기로만 들리는가.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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