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文 단상] ‘이첩 문건’의 진실 여부와 진위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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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語文 단상] ‘이첩 문건’의 진실 여부와 진위 여부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12.05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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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으로 연일 지문지면이 뜨겁습니다. 관련 내용 중 '이첩 문건의 진위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틀린 표현입니다. '이첩 문건의 진위를 조사해야 한다' ‘이첩 문건의 진실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로 해야 합니다.  ⓒ인터넷커뮤니티 
이른바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으로 연일 신문 지면이 뜨겁습니다. 관련 내용 중 '이첩 문건의 진위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틀린 표현입니다. '이첩 문건의 진위를 조사해야 한다' ‘이첩 문건의 진실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로 해야 합니다.  ⓒ인터넷커뮤니티 

이른바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으로 신문 지면이 뜨겁습니다. 민정비서관의 ‘이첩 문건’이 제보 원본(진짜)인지 수정 보완된 것(가짜)인지를 두고 공방이 치열합니다. 이를 보도한 일간신문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첩 문건의 진위 여부부터 가려내야 한다.’ ‘이첩 문건의 진위 여부가 이번 의혹을 규명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들 문장에 쓰인 ‘진위 여부’는 신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올바른 표현이라 할 수 없습니다. 진위와 여부를 나란히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진위(眞僞)가 ‘참(眞)과 거짓(僞)’을 뜻하고, 여부(與否)는 ‘그렇고 그렇지 아니함’을 뜻합니다. 이처럼 진위와 같이 상반된 개념을 지닌 낱말 뒤에는 여부를 쓰지 말아야 합니다. 

다음 문장에서 보듯 진위만으로 충분합니다. 진위가 이미 ‘이것 아니면 저것’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첩 문건의 진위부터 가려내야 한다.’(O) ‘이첩 문건의 진위가 이번 의혹을 규명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O)  

이젠 다음과 같은 표현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겠죠. ‘등산객의 생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X) ‘우리 연구소의 운명은 그 실험의 성패 여부에 달렸다.’(X) 생사(生死)가 ‘삶과 죽음’, 성패(成敗)가 ‘성공과 실패’라는 상반된 개념을 뜻하는 낱말이기 때문에 이들 문장은 생사, 성패만으로 충분합니다. 

물론 ‘OO 여부’라는 표현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는 올바로 쓴 경우입니다. ‘이첩 문건 내용의 진실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선거개입 의혹이 짙다.’

진실 여부는 ‘진실인지 아닌지’, 사실 여부는 ‘사실인지 아닌지’를 나타냅니다. 여기에서 진실과 사실은 상반된 개념을 가진 낱말이 아니기에 ‘여부’를 사용해도 틀리지 않는 것입니다.  

*참고자료: 리의도 <올바른 우리말 사용법>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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