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反日 접고 克日로 韓·日관계 정상화를
[이병도의 時代架橋] 反日 접고 克日로 韓·日관계 정상화를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1.03.27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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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 넘어 큰 결단 있어야
한·미·일 공조 복원하라
늦었지만 文 화해 의지 다행
전향적 행동과 실천 뒤따라야
강제징용 등 현안 해법 관건
실질적 현안 타결로 이어지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3국 공조가 강조되고 있지만, 한·일(韓日) 관계 갈등은 계속 최악이다. 특히, 올해는 우리 정부의 對日 화해 메시지가 나온 102주년 3·1절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흘러도 일본의 대답과 해법(解法)은 보이질 않는다.

해마다 이 때면 대한민국은 성숙한 독립국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성찰하게 된다. 정치와 경제, 문화와 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다. 그러면서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일 관계를 다시 반추하게 된다. 지금 양국 관계의 실상과 전망은 과연 어떠하며 진정한 해법은 무엇인가.

위안부 피해자 및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를 통해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면서 “양국 협력은 동북아 안정과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화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의 입장은 계속 강경하다. 일본 언론들은 문 대통령의 연설과 관련, “일본 정부를 향한 구체적인 요구나 새로운 제안은 없었다”고 저(低)평가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스가 요시히데 정부는 전임 아베 신조 총리 때와 다를 게 없다. 한국이 먼저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해법을 내놔야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한·일(韓日) 관계 갈등은 계속 최악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화해 메시지만으로 풀릴지 의문

사실, 한일관계는 문 대통령 취임 후 한일위안부합의 파기, 대법원 징용공 배상 판결,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선언 및 취소 등으로 갈등이 심화해왔다.

외교 현장에서도 한일 양국은 최근까지 경쟁하듯 상대국 얼굴인 정부 인사들에게 수모를 안기고 있다. 지난달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취임한 지 20일이 지나도록 양국 외교장관 사이의 전화 통화조차 이뤄지지 않은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강창일 주일대사도 1월 하순 일본에 도착한 이래 스가 총리는커녕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도 만나지 못했다. 이에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신임 주한 일본대사 역시 정 장관을 만나지 못했다.

파국은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면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1절에는 “전쟁 시기 반인륜적 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2019년에는 “친일 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고 했다. 

그런데, 올해는 대통령 말과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이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한·미·일 3국 협력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취임 이후 4년 가까이 대일 강경 자세로 일관하던 문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한·일 관계 경색의 최대 원인인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 판결에 대한 해법은 내놓지 않아 알맹이가 빠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결국 관건은 강제징용·위안부 등 현안 문제의 해법을 어떻게 찾느냐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열린 자세와 창의적 실행계획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어가려면 과거·미래 분리 선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사법부의 영역을 넘어 실용적 외교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일본의 도덕적 반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제는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 없다’는 말을 행동으로 실천할 때다. 

일단 우리 정부가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이다. 대화 테이블에 나와 강제징용 문제 등에 대해 복안을 제시해야 협상에 속도를 낼 수 있다. 필요하다면 피해자 구제는 내부에서 정리하겠다는 식의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등 한일 관계의 부담을 차기 정부에 넘겨서는 안 된다.

대화 테이블 마련을 위한 정부의 후속 실천과 일본 정부의 호응이 관건이 되리라는 전망은 한층 분명해졌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는 종족적 반일(反日)이 아닌 이성적 극일(克日)에 바탕을 둬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에 때맞춰 중국 견제와 북핵 폐기, 경제 협력을 위해 한미일 공조 복원을 서둘러야 한다. 일단 만나야 한다. 

희망을 버릴 순 없다. 일본 정부의 열린 대화 자세와 정부의 창의적 실행계획을 기대한다.

스스로 반성할 점은 ?

대한민국 스스로 반성할 점은 과연 없는가. 툭하면 반일(反日)정서를 자극해온 정치권에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죽창 들고 맞서자”고 선동적 구호를 외친 것도 정치권이었다. 

‘위안부 판결’이 정부 간 합의를 흔들어버리면서 나온 일본 반응에 대응할 우리의 ‘외교 카드’를 가로막은 거칠고 다분히 감정적인 또 하나의 포퓰리즘이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표를 계산한 ‘반일 장사’라는 비판이 나왔으며, 반일종족주의라는 자성적 진단이 나왔는지 여권이 특히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3·1절은 문 대통령이 불행했던 역사 속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기억하는 날이다. 그런 날에 유화 메시지를 꺼낸 것은 물론 의미가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의 세 차례 3·1절 기념사가 결과적으로 일본을 크게 자극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번에 문 대통령 역시 ‘위안부’와 ‘강제 징용’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메시지가 부드러워졌다지만 양국 관계의 급속한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솔직한 평가다. 기념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강제징용 근로자 배상판결 등 한일 관계 경색의 최대 현안 등에 대한 구체적 해법이 담기지 않았다.

국정 동력 수요 큰 외교 난제

대일 관계는 지뢰밭이다. 독도, 교과서, 위안부, 강제징용 이슈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때마다 과거사를 들추면 한·일 관계는 한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대일 외교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전략이 필수다.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면서 공동 이익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한일 양국의 상대를 겨냥한 반감과 적의 표출은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직접 나서 식민 지배와 전쟁범죄에 대해 사죄한 뒤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풀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 우리도 스가 총리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전향적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과거사를 악용하는 정치 논리에 따라 한일 관계의 미래는 늘 희생양이 돼왔다. 역대 일본 정부는 식민 지배와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제대로 사죄하지 않았고, 심지어 아베 신조 내각은 되레 ‘한국 때리기’로 정치적 이득까지 취했다. 그런 일본의 몰염치가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영향을 줬음은 물론이다.

한일관계의 장을 새롭게 여는 것은 국정 동력의 수요가 큰 외교 난제다. 지난 1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 배상해야 한다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처럼 행정부 통제 밖의 변수가 끼어드는 것도 난관을 조성한다.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도쿄(東京)올림픽이 남북미일 상호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으나 코로나 위기 탓에 도쿄올림픽은 정상적인 개최 여부마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 정치 활용 최악 시나리오

한·일관계는 과거사 문제를 풀지 않고선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과거사는 진정성이 뒤따르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1993년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1995년 식민지배에 대해 공식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같은 진정성 있는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지난 1월 대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 등이 양국 관계 경색을 불러왔다. 

한국이 손을 내밀어도 일본이 잡을 생각이 없다면 관계 개선은 요원하다. 현실은 낙관을 어렵게 한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의 대화 의지가 한국 정부만큼 되느냐부터가 의문이다. 반한 감정을 국내 정치에 이용한 전임 아베 신조 총리 때와 다를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안부 합의의 사실상 무효화와 징용 기업에 대한 사법부의 배상 판결 관련 문제의 해법부터 한국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마련해야만 대화가 열린다는 태도에도 변화를 줄지 장담하기 어렵다. 

반일 정서를 국내 정치에 활용했다고 비판받는 한국 정부도 일본 쪽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양국 정부는 대화 의지에 관한 립서비스만 되뇌면서 정작 돌파구를 내기 위한 실천은 하지 않는 패턴을 되풀이하지 말란 법이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양국 정상 조속히 만나야

중요한 건 지금부터의 노력이다. 극도의 한·일 갈등이 이어지는 동안 양국 신뢰가 바닥을 드러내 좀처럼 회복이 힘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제질서는 이제 변화를 요구한다.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중 패권 전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의 핵 개발에 대응하려면 한·미·일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한일 관계 복원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일이 얽힌 실타래를 풀고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로 나가려면 양국 정상이 조속히 만나야 한다. 어려운 조건을 달지 말고 일단 만나 관계 복원의 돌파구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북핵과 미·중 갈등으로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미국과 북한이 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미국 요청이 아니더라도 한일 관계 복원과 한·미·일 3국 협력 체제 구축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가장 큰 영향 미국 신정부 출범

악화한 한일관계 개선에 정부가 변화를 꾀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미국 신정부 출범이다. 트럼프식 톱다운이 아닌 보텀업과 다자주의 복원을 앞세우는 가운데 중국 견제는 지속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동북아 전략 요체는 미일 동맹, 한미 동맹, 그리고 한미일 삼각 공조이므로 한일관계 개선이 자연스레 당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트럼프 때 일본은 패싱 되는 인상이 짙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과거 6자회담처럼 점진적, 다자적 해법 모색을 위해서라도 한일 밀착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양국의 자유민주 가치 연대와 국제분업 체제 속 경제 협력은 기본으로 깔리는 대전제다.

벌써 한미일 삼각 협력 체제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은 가시화한 상태다. 지난달 18일 열린 한미일 차관보급 북핵 화상 대화가 그것이다. 흐름을 보면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은 더 노골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 복원은 더욱 절실해진 형국이다. 상대의 대화 메시지에 화답해야 대화가 열리고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도 그 열쇠가 될 것이다.

국가 실익(實益)이 우선

한일관계를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우리의 외교·안보 및 경제적 입지는 갈수록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로부터는 이미 기금조성·대위변제 입법 및 외교적 대타협 등 아이디어가 무수히 나와 있다. 문제는 문 대통령과 정부가 이들 견해에 귀와 마음을 열고 실천에 옮기는 것 뿐이다. 분노와 비판만이 대일 외교의 중심이어서는 곤란하다. 국가 실익이 우선이다.

우선, 한일관계 최대 현안인 징용공 문제를 우리 정부가 나서서 매듭을 풀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본기업 대신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함으로써 일본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이란 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시간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 징용공 문제만 해소되면 일단 한일간 시한폭탄은 제거된다. 

이후 새롭게 제기된 위안부 배상 판결, 수출규제 등을 차분히 대화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감정과 감성이 아닌 합리와 실용으로 국익에 기초한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해법을 찾아내려면 일본도 피해자의 입장을 더 헤아리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과거사와 관련해 사과할 만큼 했다지만 피해자가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면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얼마 전 바이든 미 대통령이 태평양전쟁 중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 수용했던 것에 대해 이전 대통령들에 이어 또 사과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일본이 이제라도 인류보편적 규범에 바탕해 과거사 해결을 위한 전향적 자세로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한다.

한국이 상호발전 관계 주도를

우선은 외교당국 간 레벨에서부터 이런 현실을 타개해야만 한다. 관계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책임은 어느 한쪽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일본 정부도 지금까지의 대한 강경 일변도에서 벗어나 성의 있는 자세로 돌아서길 촉구한다. 

우리 정부도 전향적 한일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지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수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치적 목적의 반일 장사는 고귀한 3·1정신의 모욕이다. 감정적 반일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극일(克日)도 가능하다.

정부는 현안 해결을 위한 보다 전향적이고 건설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일본과의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실무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외교당국 간 대화의 급을 격상시키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진정으로 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다면 이제부터는 행동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한·일 양국이 모두 마찬가지다. 

양국 간 미래 아젠다를 선점하는 차원에서 한국이 상호발전 관계를 주도하기 바란다.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2019년 기준)의 경제강국이다. OECD·G20 회원국이며, 올해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회의에 게스트로 초청받을 만큼 국격이 높아졌다. 우리가 만든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배터리, K팝이 세계를 휩쓴다. 대한민국은 일본에 당당하게 맞설 자격이 있다. 진정한 극일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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