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간사이 공항 회항, 5개월 째 조사 진행 중…‘조류 충돌’ 아니었나? [취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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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간사이 공항 회항, 5개월 째 조사 진행 중…‘조류 충돌’ 아니었나? [취재일기]
  • 편슬기 기자
  • 승인 2023.04.27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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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내 ‘조류 충돌 흔적’ 있었나, 없었나…엇갈린 진술 “진실은?”
국토교통부 조류 충돌 보고서 양식 및 고시 기준 ‘미준수’ 드러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제주항공이 회원을 대상으로 월1회 할인 항공권을 판매하는 'JJ 멤버스 위크'를 진행한다. ⓒ 제주항공
 지난해 11월 간사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 의심' 회항을 둘러싸고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 제주항공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제주항공 간사이 공항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사건, 사실은 엔진 결함이었다’는 내용의 고발글이 게시판을 달구다 이내 삭제됐다. 단순 사고로 인한 해프닝일 수 있지만, 의혹이 제기된 이상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을 심도있게 살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사건을 직접 취재해봤는데, 아직도 결론은 내려지질 않았단다. 관련 조사도 이례적으로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기에 그 문제점들을 짚어내봤다.

 

지난해 11월 제주항공편 ‘조류 충돌’ 회항…이후 엔진결함 은폐 의혹 제기


글을 언급하기에 앞서 우선 지난해 11월 20일, 간사이 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회항 사건을 다시 한번 되짚을 필요가 있다. 

당시 김포 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1381편은 ‘조류 충돌’로 인해 간사이 공항으로 급히 회항했다. 사고 발생 직후 국내 언론에는 조류 충돌로 인한 긴급 회항이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흔히 일어나곤 하는 ‘조류 충돌’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후 후속 보도 없이 잠잠하게 마무리되나 싶었다.

다만 지난 4월 9일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해당 글은 기존에 알려진 내용과 사뭇 달랐다. 오히려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제주항공 측에서 엔진 결함으로 인한 회항을 ‘조류 충돌’으로 조작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조류 충돌 사고였음에도 ‘엔진 내 조류 흔적 및 혈흔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은 눈길을 끌었다. 자연스레 은폐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의문1. 조류 충돌 흔적 없는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할까


그 날의 진실을 알기 위해 제주항공 측에 문의했다. 당시 엔진에 조류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다던데 어떻게 된 것인지 묻자 한 관계자는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해도 흔적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당시 보고서를 작성했던 국토부 산하 항공안전기술원 담당자의 말은 달랐다. 담당자는 “현장 감독관들이 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확인했다”며 “항공기 엔진 쪽에서 조류 혈흔을 발견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고, 그 후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엇갈린 진술이 나온 가운데, 업계에선 흔치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항공 업계 전문가는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시 조류 사체의 흔적이 없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항공기에 새가 상대 속도로 매우 강하게 부딪힌다고 하면, 이 때 5톤 가량의 충격이 발생한다”며 “상식적으로 봤을 때 조류 사체의 흔적이 없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의문2. 국토부는 고시 및 보고서 작성 양식 따르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 고시에 별첨된 '조류 충돌 보고서' ⓒ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 고시에 별첨된 '조류 충돌 보고서' ⓒ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의 오락가락 행정도 문제다. 항공기와 충돌한 조류의 종(種)을 명확히 확인해 기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국토부의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 고시를 살펴보면 해외에서 발생한 국적항공사의 조류 충돌은 서울지방항공청에 보고하게끔 돼 있다.

즉, 국토부 서식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하고, 보고서를 보고받은 ‘공항운영자’는 안전보고시스템에 해당 보고서를 입력하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선 항공기와 충돌한 조류의 종(種)을 명확히 확인하고, 지방항공청장에 보고해야 한다. 지방항공청장도 통합항공안전관리시스템에 조류 종을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사고 보고서 작성자는 조류 종을 기입하지 않았다. 그는 “조류의 종을 기입하는 란이 없는 것으로 안다. 필수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답할 뿐이었다.

고시에서 명시하고 있는 ‘사고 조류에 대해 명확히 기입할 것’이라는 내용과는 다르다. 고시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해당 보고서를 최종 취합해 국토부에 보고하는 서울항공지방청 관계자에 다시 물었다. 당시 보고서에 기입된 조류 충돌 원인이 된 새의 종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책임 떠넘기기식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는 “해당 사건에 대한 질의는 국토부 항공운항과에서 받고 있다. 그쪽으로 연락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토부 항공운항과에선 ‘조류 충돌’ 사고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남겼다.

관계자는 “엔진에서 발견된 조류의 혈흔과 깃털 등과 같은 것만으로 ‘조류 충돌’ 사고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또한 항공사가 제조사에 엔진 수리를 맡긴 이후 저희도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더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제주항공 측 “조류 충돌 아니라 조류 충돌 의심이다”


제주항공은 취재가 이어지자 그간 조류 충돌로 확정 보도됐던 것과 달리, 조류 충돌 의심 사건이라는 답을 내놨다.

제주항공 측은 핏자국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 것은 1차 회항 당시 외관에서 혈흔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추가적으로 인천 항공으로 해당 사고 엔진을 이송 후 자체적으로 블랙라이트(UV라이트) 검사를 진행한 결과도 알려줬다.

이 관계자는 “내부에서 혈흔이 조금 나오긴 했다. 하지만 이 혈흔이 조류 충돌로 인한 혈흔인지, 벌레에서 나온 혈흔인지는 명확하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조류 충돌로 확정지어 답했던 것과는 달리, 사고 당시 기장이 날아가는 새떼를 목격했고 이후 엔진에 이상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조류 충돌로 추정을 했다는 입장이다. 1차 관제 보고를 통해 보도가 이뤄진 만큼, 현재 대응이 당시 상황과 같을 수 없는 점을 양해해 달라는 말도 남겼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국토부와 제주항공 모두 간사이 공항 조류 충돌 회항 사건의 원인이 ‘조류 충돌’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제주항공은 ‘조류 충돌’을 ‘조류 충돌 의심’이라 바꿔 말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 맞춰지지 못한 퍼즐도 남았다. 현장 감독관들이 사고 항공기 내부에서 발견했다는 ‘조류 혈흔’은 어디서 왔는지 의문이다. 애초에 조류 충돌이 원인인지 확실하지도 않은 사건을 조류 충돌로 국토부에 최종 보고한 점은 의구심을 키운다.

정답을 알고 있을 사고 항공기 엔진은 사고 발생 후 인천으로 돌아왔다가 곧장 독일로 넘어갔다. 제조사로부터 수리를 받고 있는 중이란 것이다. 행정 당국인 국토부의 관리 소홀과 제주항공의 발빠른 조치(?) 덕에 사고 원인을 밝히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담당업무 : IT, 통신, 전기전자 / 항공, 물류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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