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미국 이어 유럽도 ‘강수’…K-배터리, 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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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조금, 미국 이어 유럽도 ‘강수’…K-배터리, 득일까 실일까?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8.11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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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TCTF 등 역내 전기차 인프라 유치전
K-배터리, IRA 이어 투자 자금조달 ‘숙제’ 안아
EU 성장 가능성에 ‘시장 경쟁력 확보’ 기대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라츠와프 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유럽이 ‘유럽판 IRA’로 맞불을 놓으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또다시 숙제를 떠안는 모습이다.

앞서 미국 IRA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선 바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로선 유럽판 IRA 시행 시, 추가적인 투자부담을 안게 될 수 있어서다.

다만, 실익에 대한 기대가 없진 않다. 미국 IRA 대응에서 출발한 공급망 의존도 개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중국산 배터리 견제의 반사이익도 바라볼 수 있다.

 

CRMA·TCTF 등 중무장한 유럽연합…역내 투자 유치·규제 ‘속도’


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자국 전기차 인프라 성장 및 역외 유출 방지를 위한 보조금 및 규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규제정책은 CRMA(핵심원자재법)이다.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를 65% 이하로 낮추기 위해 현지 진출 기업에 공급망 감사 등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가 지난달 공개한 전기차 보조금 개정안도 유럽연합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우선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평이다. 이동 시 발생하는 탄소를 포함, 탄소배출량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 하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찍만 휘두르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IRA를 통해 그랬듯이 당근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올해 3월 유럽연합은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TCTF)를 통해 역내 투자로 선회한 친환경 기업에 제3국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키로 했다. 예컨대 미국 투자 시 IRA 관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유럽 내 생산공장을 지으면 IRA에 상당하는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식이다.

아울러 독일은 지난 1월 IPICEI(EU 공통 중요이해관계프로젝트)의 배터리 관련 사업에 보조금 10억 유로를 추가 책정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역내 배터리 개발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대응 나선 K-배터리…기존 공장 증설하고 신설 투자도


유럽이 공격적으로 규제 및 투자에 나서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유럽의 배터리 셀 자급률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글로벌 배터리의 최대 격전지, EU 배터리 시장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유럽연합 주요 국가에 신설 예정인 배터리셀 생산능력은 1.31TWh 수준이다. 2030년 EU 내 예상 수요(1.1TWh)를 넘어선다.

해당 보고서는 “EU는 2030년까지 △배터리 셀 제조 △조립 분야에서 자체 공급량이 수요의 대부분을 충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은 유럽 시장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현지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5년까지 폴란드 생산거점 추가 증설에 나선다다. 24GWh 수준을 증설하는 게 골자다.

SK온은 헝가리 코마롬 1, 2공장에 이어, 헝가리 이반차에 총 76GWh 수준 공장을 신설한다. 2024년 준공이 목표다. 삼성SDI는 오는 2028년까지 헝가리 공장에 10GWh 규모 라인을 증설키로 했다.

 

美 IRA 대응 부담 ‘상당’…단기적으로는 추가 투자 부담 견뎌야


국내 배터리 업계의 對유럽 투자가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 IRA로 인한 투자금 부담이 이미 누적된 까닭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분기 기준 △미국 오하이오  소재 혼다 합작법인에 18억 200만 달러 투자 △캐나다 소재 스텔란티스 합작법인(넥스트스타 에너지)에 14억 6400만 달러 투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ESS 공장에는 11억 7300만 원을 출자한다.

삼성SDI는 오는 2025년 8월까지 미국 소재 스텔란티스 합작 법인 설립에 총 12억 8700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소재 GM 합작법인 설립에 GM과 함께 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SK온 역시 미국 소재 포드 합작법인 블루오벌SK 3개 공장에 114억 달러(약 13조 원) 수준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3사는 해당 투자금 확보를 위해 한 차례 ‘쩐의 전쟁’을 벌인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1조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SK온은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프리IPO △모회사 조달 △차입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투자금 마련에 나섰었다.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LG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확보와 오너 경영의 역할’에서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국내 등에 투자를 하고 폴란드에서도 증설 중”이라며 “자금은 무한히 들어가고, 시장은 보이는데 (투자금) 조달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EU 시장 성장 가능성 높아…중국 견제 인한 반사이익도 ‘기대’


다만, 장기적으로는 투자 대비 높은 실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유럽시장의 배터리 수요가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유럽연합은 오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를 퇴출시킬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맥켄지보고서는 2030년 유럽연합의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가 1.1TWh(테라와트시)로, 전 세계 수요의 23.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연합이 전기차 밸류체인 ‘자급자족’을 선언한 이상, 유럽 투자가 향후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또한, 안정적인 광물 공급망 확보 노력에 더욱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미국 IRA 및 유럽 CRMA의 우선 목표는 자국에 유통되는 전기차 밸류체인의 중국산 광물 의존도를 낮추는 데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광물 공급망을 기존 중국 중심에서 △호주 △독일 △아프리카 등으로 분산하면서 대응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성장이 한풀 꺾일 것으로 예측되면서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업계는 중국 배터리 기업이 광물 등의 자국 현지 조달 및 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온 만큼, CRMA 등 대응에 취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연합 배터리 시장은 한국과 중국이 양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점유율이 한국 63.5%, 중국 34.0%, 일본 2.6%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 메인 플레이어가 몇 없지 않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제조 경쟁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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