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더 짓자?…세계가 웃는다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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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더 짓자?…세계가 웃는다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12.10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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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지역 이기심 합쳐져 ‘바보들의 행진’ 계속”
“국가부담 늘거나 말거나 총선 겨냥, 또 ‘짓자!’”
“단거리 비행 금지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
“잘 나가던 어떤 나라처럼 추락하는 건 순식간”
“피해자 될 MZ, 문제의 정치인들 표로 심판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지난 4월 17일 오후 전북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 휴게소에서 열린 ‘대구·광주 공항특별법 동시 통과 기념행사’에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지난 4월 17일 오후 전북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 휴게소에서 열린 ‘대구·광주 공항특별법 동시 통과 기념행사’에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국내 15개 공항 중 10개가 적자 수렁에 빠져있는데도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들은 때만 되면 자기 지방에 공항을 짓자고 여론을 띄운다. 정치인들의 공약으로 돼 있거나 지자체 ‘숙원사업’이라는 공항이 경기도남부 국제공항, 서산 공항, 새만금 국제공항, 대구경북 공항, 울릉도 공항, 제주 2공항, 가덕도 공항 등이다. 
모두 21조 원가량 투입될 건설비와 계속 발생할 운영 적자는 결국은 차세대가 갚아나가야 할 빚이다.  

‘넘쳐흐를’ 정도인 육상교통망과 공항 시설  

남한 국토 면적은 10만㎢가 조금 넘는다. 전 세계 국가 중 109위(세계식량농업기구(FAO) 2021년 기준)의 좁은 국토다. 이 작은 나라에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등 도로망이 촘촘히 짜여 있고 철도도 고속철도를 중심으로 잘 갖춰져 있다. 이렇게 지역 간 육상 교통망 시설은 나무랄 데 없는 수준이다. 외국을 자주 드나드는 이들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육상교통망 하나는 거의 완벽하다”고 평가한다. 

공항 사정도 ‘넘쳐흐를 정도’로 좋다. 15개 공항 대부분이 국내외 여객 운송을 담당하는 항공기를 취항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여객기가 운항하는 공항은 많지 않다. 여객 수요가 항공기 운항을 가능케 할 정도로 많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적자운영과 잇따른 공항 폐쇄는 당연한 결과다. 지난 5년간 10개 공항 누적 적자가 4000억 원을 넘었고 평균 활주로 활용률이 4.5%에 불과했다는 당국 조사 결과다. 양양공항은 문을 닫았다 열었다 하는 중이고 예천공항은 아예 문을 닫고 군사시설이 됐다. 울진공항은 문도 제대로 못 열어본 채 비행훈련원으로 용도 변경됐다. 무안공항은 연간 220억 원 이상의 운영비가 들어가지만 지난해 매출은 20억 원에 불과했다. 양양공항 지난해 적자는 140여억 원이다. 이 공항들 모두 지자체와 정치권이 합작해서 만들었다. 

수요 예측이 안 돼서 지은 게 아니다. 지역민 표를 얻기 위한 얄팍한 포퓰리즘이 낳은 결과며 역시 그 빚은 차세대가 넘겨받게 돼 있다. 수원 시민들이 수원에도 수도권 공항을 하나 짓자고 나오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일본, 영국, 유럽은 이 ‘공항 낭비’를 어떻게 볼까? 

영국은 우리보다 면적도 넓고 인구도 많다. 24만여 ㎢에 인구는 약 6700만 명이다.  영국공항공단(British Airport Authority)은 세계에서 국가가 운영하는 공항공단 중 가장 큰 규모다.  히드로, 개트윅, 글래스고, 에든버러 공항을 비롯해 7개 공항을 관리하는데 7개 공항 연간 여객처리 수가 1억 명이 넘는다. 그 1억 명은 그나마 영국 공항 전체 여객처리 수의 70% 미만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인천 공항을 중심으로 한 지난해 여객 처리 수는 9000만 명 선이었다. 일본의 면적은 37만여 ㎢에 인구는 1억 2000여만 명으로, 역시 우리보다 넓고 인구도 많다. 주요 공항 수는 11개(국제공항협의회(ACI) 자료). 

영국과 일본 모두 섬나라라는 특성에도 불구, 공항 수는 우리보다 적고 여객 처리 수와 화물 처리 수 모두 우리보다 많다. 두 나라 모두 우리보다 육상교통망은 세밀하게 짜여있지도 않는다. 나랏돈을 흥청망청 허비하는 한국을 보는 그들의 시선이 어떨지는 뻔하다. 

유럽 국가들은 단거리 비행을 금지하자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2시간 30분 내에 기차로 연결되는 지점 간의 비행을 금지하자는 ‘기후보호법(Klimaschutz-Gesetz)’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기가 뿜어내는 매연이 오존층을 심각하게 파괴하기 때문에 “단거리 여행에 비행기 이용하는 걸 부끄럽게 여겨라”라는 사회운동까지 벌어진다고 한다. 

그런 기준이라면 우리 국내 공항은 두세 개 남겨두고 대부분 폐쇄해야 할 판이다. 굳이 기후보호법이 아니더라도 철도와 도로가 이렇게 잘 깔린 나라에서 국제공항은 두세 개면 충분하다. 

새벽밥 먹고 김포공항으로 달려가 해외 수출전선으로 날아가던 1970년대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공항 문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접근해 보자는 얘기다.  

끝 간 데 없는 포퓰리즘…그 나라들처럼 되려나?

공항뿐만이 아니다. 정치권과 지자체의 무책임과 무지, 그에 맹종하는 행정부로 인해 국가적 낭비는 계속될 전망이다. ‘혁신도시 시즌2’, ‘유사 고속철도’ 등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 개발은 다양하고도 끈질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혁신도시 시즌2가 불붙기 시작했다. 지자체들이 궐기대회를 열며 국책은행 등 300여 기관들을 놓고 유치 경쟁에 들어갔다. 공공 기관 부채 670조 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실패는 당 차원 실패에 끝나지만, 혁신도시 실패는 국가적 실패로 이어진다. 이미 1000조 원을 돌파한 국가 부채가 총선을 전후, 얼마나 더 늘어날까? 정부는 ‘아직은 안전한 수준’이라고 1997년 말 환란 때처럼 ‘헛말씀’을 계속할 것인가.  

잘 나가던 유럽의 OOO, 남미의 OOOOO는 포퓰리즘으로 서서히 가라앉다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달빛 고속철도’라는 명칭이 그럴듯해서 들여다보니 대구와 광주를 잇는 복선 고속철도 건설계획이다. 달구벌과 빛고을 앞 자를 딴 명칭이란다. 광주~대구 구간 일반철도 운행에 86분 걸리는 것을 84분으로 2분 단축하기 위해 5조 원이 넘는 예산을 쓴다. 특별히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하고 여야가 모처럼 합심해서 아니, 야합해서 추진한다. 대단한 정치권, 대단한 지자체들이다. 앞으로 목포~포항, 당진~태백, 강화도~속초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지 말라는 법도 없겠다.

국가 전체의 이해관계와 지역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공항을 포함한 대부분의 광역교통망 SOC(사회간접자본)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무리하게 지은 공항은 나랏빚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에도 빚을 안기고 이후 운영 과정에서도 주민들에게 부담을 지우게 마련이다. 

언론을 비롯해, 이런저런 사회단체가 국익을 좀 먹는 그런 야합을 어제오늘 견제해 온 게 아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는 “너희는 떠들어라. 우리는 그냥 간다!”

해서 이 ‘미래세대 착취범들’에 대한 청년들의 현명하고 단호한 정치 행위가 긴요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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