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만 바뀐 바른미래당 도돌이표’ [낙준연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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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만 바뀐 바른미래당 도돌이표’ [낙준연대 미래]
  • 이윤혁 기자
  • 승인 2024.01.27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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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총선…낙준연대는 6년전 바른미래당 ‘오마주’
안철수는 이낙연으로, 유승민은 이준석으로 주인공 교체
지지기반 이탈·화학적 결합 실패·리더십 충돌…유사 레퍼토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바른미래당 폐망으로 본 낙준연대의 미래를 분석해 봤다. ⓒ시사오늘
바른미래당 폐망으로 본 낙준연대의 미래를 분석해 봤다. ⓒ시사오늘

총선을 70여 일 앞두고 ‘제3지대’ 신당 창당 물꼬가 터졌다. 이낙연·이준석 신당에서부터 금태섭 대표·류호정 의원의 새로운선택, 양향자 대표의 한국의희망 등이 연달아 깃발을 세우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관심사는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의 움직임이다. 거대양당의 대표를 역임한 두 사람은 일부 행보를 함께하며 ‘낙준연대’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연합을 통해 ‘반(反) 거대양당’ 표심을 끌어 모으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파괴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않다. 낙준연대의 기본 구조가 2018년 창당된 후 2년여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바른미래당과 흡사하다는 이유에서다.

 

바른미래당의 실패 이유


바른미래당은 2018년 초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유승민의 바른정당이 통합한 정당이다. 바른미래당은 제19대 대선 당시 안철수·유승민 득표율의 단순 합이 홍준표 후보를 4.2%p 앞섰다는 점에 착안, 영호남 화합을 도모한다는 명분 하에 창당됐다.

하지만 이들은 제7회 지방선거에 나선 1039명의 후보자 중 고작 26명의 당선자를 내는 대패를 당하며 2년여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상이한 지지 기반과 정체성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화학적 결합’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당의 간판 격인 안철수와 유승민의 불협화음도 발목을 잡았던 까닭이다.

기본적으로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합리적 진보’ 정당이었던 반면, 수도권과 영남 출신이 중심이 된 바른정당은 ‘개혁적 보수’를 표방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양자는 당헌·당규를 정할 때부터 삐걱거렸다. 바른정당은 기존 양당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결합’이라는 표현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당은 오히려 폭넓은 지지 확보를 위해 ‘합리적 중도’ 대신 ‘합리적 진보’가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승민 대표가 합당 선결 조건으로 ‘보수’의 가치를 내걸며 햇볕정책 폐기 등을 주장한 것도 문제가 됐다. 지역 민심을 살펴야하는 호남 의원들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청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당 반통합파 의원들이 당을 떠나 민주평화당을 창당했다. 이로써 바른미래당은 합당 전보다 줄어든 30석으로 출발했다.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전 대표가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동 통합추진위원회에 참석한 모습이다. ⓒ뉴시스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전 대표가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동 통합추진위원회에 참석한 모습이다. ⓒ뉴시스

이와 더불어 당의 간판 격인 안철수·유승민의 불협화음도 바른미래당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바른미래당 전 관계자는 “두 사람은 합당 과정에서 단둘이 술자리 한 번을 같이 하지 않을 정도로 스킨십이 없었다”며 “같은 정당이 아닌, 한 지붕 두 가족을 보는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이러한 화학적 결합의 실패는 여러 곳에서 감지됐다. 당내 지분 분쟁과 지방선거 관련 인재영입 방향 등으로 권력다툼이 이어졌고, 공천 과정에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서울 노원병과 송파을 공천을 두고 볼썽사나운 다툼이 벌어졌다.

노원병의 경우, 이곳이 과거 안철수의 지역구였던 만큼 자기 계파 사람이 나가는 게 맞다는 안철수계와 바른정당 시절부터 노원병 지역위원장으로 있었던 이준석이 후보로 나가는 게 맞다는 바른정당계가 부딪쳤다. 결국 이준석이 공천을 받아 출마했지만 결과는 29.2%p차 낙선이었다.

송파을에선 박종진 후보가 압도적 득표율로 경선에서 승리했음에도 안철수계가 박종진의 경쟁력에 의문을 표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이에 당시 유 대표는 취재진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로의 목표가 달랐다는 한계도 있었다. 국민의당계가 독자 생존을 원했던 것과 달리, 바른정당계는 보수정당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같은 배에 탔을 뿐 목적지가 다르니 배가 나아갈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바른미래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제3지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플랜을 가져야 하는데, 바른미래당은 당장의 성과를 위한 ‘떴다방’ 방식이었다”면서 “당을 같이 하면서도 목표는 달랐다. 바른정당계는 보수정당에 복귀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고, 국민의당계는 독자생존을 꿈꿨다”고 전했다.

정세운 시사평론가 역시 “바른정당계는 지방선거 참패 이후 자기 살림을 차려 자유한국당이랑 합친다는 의중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과 낙준연대의 유사성


낙준연대를 보면 바른미래당과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지지 기반과 정체성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이낙연 신당은 호남, 이준석 신당은 영남을 표방한다. 호남에서만 4선을 하고 전남도지사까지 지낸 이낙연 전 대표는 호남의 정통성을 가진 인물이다.

반면 개혁보수를 자처하는 이준석 대표는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전국적인 정당이지만, TK를 기반으로 신당을 차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화학적 결합에 실패했던 바른미래당의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새로운미래 출범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새로운미래 출범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대해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호남이 보수의 가치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또한 “한 차례 실패한 안철수·유승민의 바른미래당과 유사한 점이 많다”며 “이낙연·이준석의 연대도 호남세력을 가지고 있던 안철수가 이낙연으로, 중도보수 포지션의 유승민이 이준석으로 바뀌었을 뿐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예현 시사평론가 역시 최근 “양당정치에 흡수되지 못한 층을 잡으려는 목표의식만 같을 뿐”이라면서 “정당이라는 것은 같은 가치와 정책을 실현하려고 모이는 집단인데, 두 집단의 공통점을 찾기 어렵기에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안철수·유승민의 사례처럼 다른 진영에서 거물급으로 활동해온 두 사람의 주도권 다툼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미 ‘제3지대’의 주도권을 사이에 둔 신경전은 시작된 모양새다.

이준석 대표는 17일 이낙연 전 대표에 “도전의 결과물이 불출마인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비민주적인 당 운영에 대해 지적을 많이 했기 때문에 저라면 인천 계양을로 간다”고 말했다. 20일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 후에는 ‘빅텐트’ 구상에 대해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제3지대 신당 관계자는 “개혁신당에서는 조직을 만들어놨기에, 이낙연 대표 측이 함께하더라도 들어갈 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공천을 둘러싸고 권력다툼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다만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바른미래당 오마주’라는 비판과 관련해 개혁신당 천하람 최고위원은 1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안철수의 새정치보다 구체적이고, 유승민보다 적극적이다”라며 “단순한 연합보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화학적 결합을 중점적으로 보고있다”고 강조했다.

호남민심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개혁신당의 호남 지지율이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보다 낮지 않다”고 반박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같은 날 “호남에서 이준석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면서 “가능성은 절박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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