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르네상스호텔 부실채권 개별 매각 고집...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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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르네상스호텔 부실채권 개별 매각 고집...왜?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5.12.04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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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우리은행이 르네상스 호텔 매각 가시화에도 호텔 부실채권(NPL) 본입찰을 고집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1월 2일 4분기 NPL 매각 계획에 르네상스 호텔 채권을 포함시키고 1836억 원(원금 기준)의 담보채권을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11월 30일, 삼부토건은 홍콩 골딘그룹과 1조950억 원의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르네상스 호텔 매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삼부토건은 우리은행 등 금융권에 총 7500억 원대의 채무를 지고 있다. 르네상스 호텔이 예정대로 1조 원대에 매각될 경우 법인세나 관련비용을 차감하더라도 금융기관의 손실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호텔 매각 후 배분 받기보다 당장의 NPL 개별 매각을 선택했다. NPL 개별 매각시 일정 부분의 손해가 불가피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시기상 '업무상 배임'으로 몰릴 수도 있다.

우리은행이 르네상스 호텔 NPL 매각을 고집하는 데는 은행의 안정성 지표인 NPL커버리지 비율이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NPL커버리지 비율은 높을수록 잠재적인 부실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크다.

우리은행의 NPL커버리지 비율은 9월말 기준 114.3%다. 신한은행은 170%, 국민은행 150.5%, KEB하나은행 138.5%, 기업은행 163.3% 등 다른 은행보다 낮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이 부실·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지시하고 있어 시중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이나 대손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하는 등 NPL커버리지 비율 상향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4분기 추가 대손충당금 전망치는 3710억 원. 연말에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가 나오면 충당금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3233억 원)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민영화을 위해 실적이 필요한 우리은행으로서는 차라리 NPL을 매각해 충당금 규모를 줄이는 것이 유리한 셈이다.

▲ 우리은행 ⓒ뉴시스

장기적으로 보면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맞춰야 한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로 볼 수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내년 바젤III 시행에 따라 BIS비율을2019년까지 14%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맞추기 못하면 퇴출 당할 수 있다.

9월말 기준 우리은행의 BIS 비율은 13.32%로 KB국민은행(16.14%), 신한은행(14.96), KEB하나은행(14.60%) NH농협은행(14.10%)에 뒤쳐지는데다 유일하게 기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우리은행의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유상증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본을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NPL 등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면 BIS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은 성동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기업의 자금지원을 중단하는 등 위험가중자산을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매각 본입찰 기일이 삼부토건과 골딘그룹의 양해각서 체결 직후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만약 르네상스 호텔 매각 가격이 실제로 1조 원대에서 결정된다면 NPL 매각 가격에 따라 우리은행은 배임 혐의를 덮어 쓸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호텔 NPL 매각 계획은 이미 한 달 전 공고된 것"이라며 "업계 특성상 신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마음대로 일정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텔 매수자가 나타나긴 했지만 양해각서가 법적 효력이 없는데다 이미 수차례 매각이 무산된 사례가 있다"며 "계약이 성사되기를 기다릴수만은 없어 NPL 매각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NPL커버리지 비율은 다른 은행에 비해 낮을 뿐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배임에 대해서도 "가능성만으로 배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과거 우리은행 주가가 높을 당시 매각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배임 혐의를 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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