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탈당, '김한길-안철수-천정배 3자연대'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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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탈당, '김한길-안철수-천정배 3자연대' 포석?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12.28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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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신당 '가교' 역할 하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가운데)더불어민주당 권은희 의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김한길 의원, 무소속 안철수 의원, 천정배 의원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 전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이 28일 탈당을 선언했다. 권 의원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 국민회의(가칭)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일각에서는 권 의원의 탈당이 '김한길-안철수-천정배 3자연대'의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한길·안철수와의 인연

권 의원은 정치권에서 '김한길·안철수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광주 광산을에 공천된 인사다.

당시 권 의원은 광주시의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대표와의 전화통화 이후 출마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권 의원은 안 전 대표의 '호남 교두보'라 불린다. 7·30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은 광주 출마를 준비하던 '박원순계' 기동민 전 서울부시장을 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하는 대신, 권 의원을 광주 광산을에 꽂았다.

이 전략공천의 최대 희생양이 됐던 허동준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시사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기동민 전 부시장을 서울에, 권은희 의원을 광주에 전략공천한 것은) 안 전 대표가 '꼼수'를 펼친 거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전략공천한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관련기사: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010).

기 전 부시장이 호남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되면 박 시장에게 호남 지역 지지가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염려한 안 전 대표가 권 의원을 광주에 내려 보냈다는 것이다.

천정배와의 악연

권은희 의원은 천정배 의원과 악연이 깊다. 원치 않은 악연이다.

천 의원은 7·30 재보선 광주 광산을 출마를 위해 새정치연합 지도부에 공천을 요구했다. 당시 당대표는 김한길·안철수. 이들은 천 의원의 공천을 아예 배제했다.

공천을 거절당한 천 의원은 재차 경선이라도 치르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천 의원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김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에게 경선을 치르는 게 어떻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했지만, 안 전 대표는 단칼에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이 천 의원의 공천·경선 요구를 거절한 표면적인 이유는 '명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당 공천심사위원을 맡았던 수도권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지난여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서울에 지역위원장으로 계셨던 천 의원이 갑자기 광주에 출마하겠다고 하니까 설득력이 없었다"며 "그때도 우리들 앞에서 호남 정치를 복원하겠다는 주장을 하셨는데 한마디로 아무런 명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 후 안 전 대표는 광주 광산을에 권 의원을 전략공천했고, 권 의원은 광주 민심을 온전히 얻지 못하면서 '2만1545표 득표'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 과정에서 천 의원은 단단히 역정이 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안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승리로 이끌었던 천 의원이기에 안 전 대표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후, 천 의원은 지난 4·29 재보궐선거 때 탈당을 선언했고, 광주 서구을 지역에 출마해, 무소속 당선됐다.

권은희, 천정배 먼저 찾은 이유

권은희는 왜 천정배를 먼저 찾을 걸까.

현재 안철수 진영 내부에서는 김 전 대표에 대한 반발기류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 전 대표가 신당 비전으로 제시한 '새정치'와 동떨어진 인사라는 이유에서다(관련기사: [안철수 신당]'김한길 의원은 좀…' 불가론 '솔솔',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911).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여전히 안 전 대표에게 필요한 존재다. '김한길계'가 신당에 합류한다면 20대 국회 교섭단체 구성이 실현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권 의원은 김 전 대표 합류에 대한 반발을 무마시킬 수 있는 존재다. 아직 신선한 이미지는 안 전 대표가 내건 '새정치' 구호에 걸맞고, 3040세대 영입 기조에도 안성맞춤이다. 또한 김 전 대표, 안 전 대표와 모두 친분이 깊다. 권 의원과 김 전 대표가 동반 합류를 선언한다면 여론의 뭇매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가 총선 즈음 천 의원을 비롯한 호남권 탈당 인사들과 세를 합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아직은 신당 이미지 구축 차원에서 그 시기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존재다. 권 의원이 천 의원과 공조한 이후에 안 전 대표에게 손을 내민다면, 안철수-천정배 연대는 명분이 생긴다. '천정배 신당'이 갖고 있는 낡은 이미지를 권 의원이 상당부분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 안 전 대표와 천 의원의 관계 회복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점을 들어, 앞으로 권 의원이 '김한길-안철수-천정배 3자연대'를 위한 포석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권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천 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야당이 가진 고민"을 공유했지만, 이내 동료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천 의원을 만난 것은 새정치연합의 변화와 야권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한 선배 정치인을 만나 말씀을 듣는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나아갈 길'에 대해 결심을 굳혔다. 준비가 되는대로 연말·연초 중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거취를 억측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더민주당의 핵심 중앙당직자는 28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권 의원은 결국 안철수 신당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천 의원을 만난 것은 앞으로 있을 김한길-안철수-천정배 3자연대를 위한 포석이라고 봐야 한다. 모양새를 갖춘 것"이라며 "권 의원은 3자연대의 '매개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권 의원이 천 의원에게 가든, 안 전 대표에게 바로 가든 목표는 확실해 보인다"며 "신당들의 가교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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