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를 잡아라'…김종인 리더십,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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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를 잡아라'…김종인 리더십, ‘주목’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3.07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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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 보완론 등으로 '우클릭'…종북 프레임 차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계단을 오르고 있다. ⓒ 뉴시스

총선을 한 달 여 앞둔 가운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1야당의 전열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양초의 난'으로 무너졌던 야권이 조금씩 안정되면서 김 대표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는 올초 취임 이래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처리과정과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기존 야권과는 다른 대응방식을 취했다.

원샷법 처리에 손 쓸 도리 없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 여야간 힘겨루기를 연장해 선거구 획정안을 연계하려는 새누리당 전략을 부각시켰다. 이는 '경제법안을 발목 잡는다'는 여당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었다.

필리버스터 정국에서도 신속한 출구전략을 밀어붙여, 총선에서 이념이 아닌 경제 프레임으로 대응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이종걸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이견차가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지만, 결국 김 대표의 결정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마무리됐다.

그는 이와 함께 야권 통합을 전격 제안해 전반적인 총선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다.
 
김 대표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데는 '딴지 걸지 않는' 당내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주류든 비주류든 주도권을 잡으면 견제세력이 나서 '지도부 흔들기'에 여념없던 과거와 달리, 김종인 체제에서는 쓸데없는 갈등을 줄이고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가 지난달 종래 더민주와 결이 다른 대북정책관을 밝혀 당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바 있지만, 그 역시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는 "북한궤멸론은 흡수통일이 아니라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는 뜻"이라고 해명하면서도 "그 말 자체를 취소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또 "햇볕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설계된 것이고 시대에 맞춰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민감한' 발언에도 당내 의원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야권분열로 바닥까지 지지율이 떨어진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지리하게 이어졌던 '양초의 난'을 경험한 직후이기 때문에 김 대표의 '노련한' 리더십이 당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으로 나뉜 가운데, '집토끼'만으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김 대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사실상 야당의 아킬레스건을 가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종북 프레임'은 선거철 야권을 겨냥한 단골 공격메뉴다. 북핵 도발과 미사일 발사로 민감한 한반도 정세에서 안보에 안이한 야당의 이미지는 보수성향인 유권자의 표를 깎아먹기에 충분한 사유가 됐다.

이같은 맥락에서 김 대표의 '햇볕정책 보완' 발언은 그간 선거때마다 등장했던 종북 프레임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보수정권에 참여한 김 대표의 경험 역시 보수층에게는 지지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 6일 더민주 공천면접에 참여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뉴시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김 대표와 함께 '산토끼'를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여권 심장부'인 대구 출신에 박근혜 정부의 핵심 참모였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 업무를 맡았다는 점에서, 선거운동이 과열되면 '조커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이 선거철마다 '선악구도' '권선징악'에 기대 유권자의 윤리적 심판만 부르짖었다면, 조 전 비서관의 존재는 실질적 공격에 가까운 파장을 낳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조 전 비서관의 영입은 포용력 있는 당 이미지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지난 6일 더민주 공천 심사에서 정치적 정체성 질문을 받자 "저처럼 현 정부 비서관 등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 더민주에 와서 기존의 인사들과 화합해 시너지를 낸다면 국민들이 더 큰 신뢰를 보내줄 것이라 믿는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 정권의 핵심부에서 일했던 조 전 비서관의 영입이 '더민주라면 무조건 싫다'는 유권자를 다시금 설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는 것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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