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불펜투수론' 거론한 까닭…'친노 패권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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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불펜투수론' 거론한 까닭…'친노 패권 연장'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5.25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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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17년 차기 대선을 1년 6개월여 앞둔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더불어민주당)가 '불펜투수론'을 꺼내들어 그 배경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총선 당선자 정책설명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하고, 불펜투수로서 연습해서 몸을 풀고 몸을 만드는 단계"라며 "시대의 요청이 있을 때 준비가 안 된 건 장수의 책임이다. 시대의 부름에 응하지 못하는 건 가장 큰 죄"라고 말했다.

'선발투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위기에 봉착하면 자신이 '불펜투수(구원투수)'로 등판할 수 있다고 공언한 것이다. 안 지사는 지난 12일에도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직접 슛을 때릴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50대 기수론', 선발투수 文의 위기

정계에서는 예측 가능한 '문재인의 위기'를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호남발(發) 반문(反文) 정서의 심화 △반기문 UN(유엔) 사무총장의 새누리당 합류와 대선 출마 △새누리당의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다. 이 가운데 안 지사가 '불펜투수론'으로 포석을 둔 것은 맨 마지막 경우로 보인다.

우선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는 안 지사의 등판으로 희석될 수 없는 문제다. 또한 반 총장이 '충청대망론'을 내세워 출마한다 하더라도 문 전 대표가 위축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되레 20대 총선의 민의를 무시한 채 지역주의에 기반한 카드를 들이민 새누리당과 친박(친박근혜)계에 대한 심판론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문제는 마지막 경우다. 새누리당이 4·13 총선의 민의를 수용하고 대대적으로 전략을 수정해 '50대 기수론'을 내세운다면 문 전 대표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여당 내에서 나온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의 한 핵심 관계자는 25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우리가 50대 기수를 대선 후보로 정한다면 문재인 전 대표(만 63세)는 순식간에 구태 정치인의 이미지를 갖게 된다. 호남에서의 정계은퇴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친노 패권주의로 야권을 분열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는 호남 지역주의를 이용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전체 대선판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 전 대표와 안 대표가 역대 최악의 19대 국회에서 지도부로 일했던 부분도 약점"이라며 "여권에서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원외 소장파 원희룡 제주지사(만 52세), 남경필 경기지사(만 51세) 등에게는 해당이 안 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안희정, '불펜투수론'으로 선수 쳤나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 안희정 충남지사 ⓒ 뉴시스

문재인 전 대표가 50대 기수론을 내세운 새누리당에 타격을 받을 경우 더민주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안희정 충남지사(만 51세), 김부겸 당선자(만 58세) 등이다.

공교롭게도 안 지사는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핵심 인사고, 김 당선자는 비주류 진영의 대표 주자로 분류된다. 안 지사는 이 같은 부분을 고려해 '불펜투수론'으로 선수를 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더민주 일각에서는 안 지사가 불펜투수로 등판하는 건 곧 친노 패권주의의 연장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민주의 한 중앙당직자는 25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문 전 대표는 친노계 좌장이고, 안 지사는 바로 그 아래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선발투수도 친노고, 불펜투수도 친노인 셈"이라며 "비노계의 반응이 불 보듯 뻔한다"고 꼬집었다.

이는 안 지사의 불펜투수론에 대한 문 전 대표의 반응에서도 엿볼 수 있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 같은 좋은 후배와 경쟁할 수 있다면 내게 큰 영광이다. 그만큼 우리 정치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좌장'이 '좌상'을 점지한 모양새다.

두 사람은 최근 손학규 전 대표의 '새판 발언'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해 눈길을 끌었다. 안 지사는 불펜투수론을 거론한 그 자리에서(20일) 손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문 전 대표도 바로 전날(19일) "잘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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