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포럼] 정미경 “선거법·공수처법, 대통령이 입법부·사법부 장악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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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포럼] 정미경 “선거법·공수처법, 대통령이 입법부·사법부 장악하겠다는 것”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11.14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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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63)> 자유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
자유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이 베네수엘라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사오늘
자유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이 베네수엘라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사오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오늘 강연을 듣고 나신 후에, 딱 한 단어만 기억해주시면 됩니다. 베네수엘라!”

초겨울 바람이 가을의 끝자락을 밀어내던 11월 12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자유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은 강연 첫머리부터 ‘베네수엘라(Venezuela)’를 외쳤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산유국임에도, ‘경제 파탄의 살아있는 모델’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쓴 국가. 얼핏 보기에 우리와 별다른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나라를, 정 최고위원이 반드시 기억해 달라고 호소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70분 넘게 펼쳐진 그의 열띤 강연을 따라가 보자.

“문재인 정부, 베네수엘라 정책 베끼고 있어”

정 최고위원이 베네수엘라를 반복해 강조한 이유를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망한 나라의 망한 정책’을 베끼고 있다며, 현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보수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망한 나라’는 베네수엘라를 지칭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망한 나라의 망한 정책을 베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부터 살펴볼까요. 얼마 전까지 소득주도성장을 한다고 해서 말이 많았습니다. 문제는 소득주도성장이 이미 베네수엘라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했던 정책이라는 점입니다. 최저임금을 높이고,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청년수당을 주는 건 전부 베네수엘라가 도입했던 정책들이에요. 공무원 수를 늘려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망하지 않았습니까. 현존하는 국가 중에 가장 지옥에 가까운 국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베네수엘라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베네수엘라는 물가상승률이 천만 퍼센트에 달한다고 해요. 천만 퍼센트가 어느 정도냐면, 음식점에 들어가서 밥을 먹기 전에 돈을 냈을 때와 밥을 먹고 나서 돈을 냈을 때의 가격이 달라지는 수준입니다. 밥 먹는 사이에 물가가 뛰는 거예요.”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베네수엘라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역설한 정 최고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정치·사회적으로도 베네수엘라를 따라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 그럼 문재인 정부가 경제 정책만 베꼈을까요.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내놨던 슬로건 중에 ‘사람이 먼저다’라는 게 있었죠. 이것도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이 한 말이에요.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은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의 골자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죠. 연동형 비례대표제 역시 베네수엘라에서 베껴온 겁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의 2/3를 쉽게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요약할 수 있어요. 지난 창원 성산 보궐선거에서 볼 수 있듯이, 민주당과 정의당은 한 몸입니다. 집권여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다른 당 후보를 미는 건 전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에요. 민주당이 그럴 수 있었던 건, 민주당과 정의당이 한 몸이기 때문이죠. 정의당은 야당이 아니에요. 그런데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선거법대로 하면,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 수가 확 늘게 돼있어요.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다수를 획득하고, 비례대표는 정의당이 가져가면 어떻게 될까요. 민주당과 정의당이 연합만 하면 국회 의석의 2/3까지 가져갈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러면 합법적 독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게 베네수엘라에서 차베스 대통령이 했던 거예요.”

“패스트트랙 저지하는 방법, 의원직 총사퇴밖에 없어”

정 최고위원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정 최고위원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이어서 정 최고위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지금의 공수처법이 통과될 경우, 사법권마저 대통령에게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공수처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겠다는 말은 그럴싸합니다. 문제는 의도가 뭐냐는 거죠. 공수처의 의도도 베네수엘라에서 베껴온 겁니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은 국회와 행정부를 감찰하는 검사직을 신설해서 판사들을 처벌했습니다. 입법권과 사법권, 행정권을 다 장악해 독재로 나아갔던 겁니다. 지금 민주당에서 낸 법안을 보세요. 수사해서 기소까지 할 수 있는 대상은 크게 세 그룹입니다. 판사와 검사, 고위경찰. 이상하지 않습니까? 왜 기소 대상을 세 그룹으로 한정했을까요. 이들은 사법기능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법기능을 하는 이 사람들을 공수처에서 기소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봅시다. 먼저 공수처장은 누가 임명하나요? 누가 무슨 위원회를 만들고 추천해서 임명한다느니 하지만, 결국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있습니다. 현재 검찰총장도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하고 법무부장관이 제청해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있습니다. 근데 실제로는 그냥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습니까. 윤석열 검찰총장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어요. 이렇게 대통령이 공수처장 임명권을 갖게 되면, 공수처는 대통령 하급기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공수처가 수사해서 기소할 수 있는 판사, 검사, 고위경찰도 대통령 말을 들을 수밖에 없겠죠. 이게 민주당의 공수처 법안이고, 그래서 우리가 반대하는 겁니다.”

정 최고위원은 한국당이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의 국회 구성 하에서는, 한국당이 ‘합법적으로’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이유였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 법안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면 야당이 막을 수 있을까요? 못 막습니다. 의원 수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제 주장입니다만, 저는 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헌법에는 국회의원 수를 200명 이상으로 해야 한다(헌법 제41조 제2항-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돼있는데요. 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를 해버리면 200인이 안 됩니다. 만약에 국회의원 수가 200인이 안 되는 상황에서 공수처를 통과시키면, 효력을 다툴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질 겁니다. 그래서 저는 총사퇴를 하고, 거리로 나가서 국민들께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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