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전환 요구’ 확산되는 한국당…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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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전환 요구’ 확산되는 한국당…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1.0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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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상승·리더십 한계 극복·보수통합 시너지 극대화 목적…‘비대위 구성’ 목소리 커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뉴시스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에서 ‘황교안 불신임’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말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잠재됐던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는 모양새다. 이에 비박(非朴)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은 2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모두 가진 것을 내려놓고 빅텐트를 다시 쳐 당명과 당 진로를 거기서 결정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집권여당의 폭거를 막고 총선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당연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 비대위 체제로 가기 위해 당 지도부가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라의 틀을 바꾸는 잘못된 법제도를 도입하는데 지도부가 잘못된 결정을 했으면 지도부가 총사퇴해야지 선거 앞두고 할 일도 없는 국회의원 총사퇴 카드는 또 무엇을 보여 줄려는 쇼냐?”라며 “지도부 총사퇴하고 통합 비대위나 구성해라. 그래야 야당이 산다”고 충고했다.

지지율 답보…돌파구 마련해야

당내에서 비대위 전환 요구가 분출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가장 큰 원인은 지지율 답보(踏步)다. tbs 의뢰로 <리얼미터>가 2019년 12월 30일부터 2020년 1월 1일까지 수행해 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41.9%)에 9.0%포인트 뒤진 32.9%에 머물렀다.

지역별로 봐도, 한국당이 민주당에 앞선 지역은 대구·경북(55.1% vs 29.2%)과 부산·울산·경남(44.5% vs. 33.5%)밖에 없었다. 총선 승패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42.4% vs 29.0%)과 충청(46.0% vs 32.2%)에서는 모두 민주당이 크게 앞섰다. ‘영남 자민련’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도 지지율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다 보니 ‘큰 폭의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황교안 대표 체제로는 ‘30%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사실상의 지도부 교체 요구가 ‘비대위 전환 요구’ 형태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2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도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실패니 뭐니 여러 가지 말이 있지만, 본질은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솔직히 말해서 한국당 지지율이 높았으면 여당이 선거법이나 공수처법을 저렇게 통과시킬 수 있었겠나. 다 지지율이 낮아서 그런 거고, 지지율을 올리지 못한 책임을 황 대표에게 묻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계속된 전략 미스…리더십에 의구심

비슷한 맥락에서, 황 대표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당대표로 취임한 후 친박(親朴) 인사들을 요직(要職)에 배치하고,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석방’을 외치는 ‘태극기부대’와 같은 목소리를 낸 것부터가 전략 실패였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황 대표가 친박·극우(極右) 노선을 택한 탓에, 영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관계자는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취임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1년 동안 계속 보수 결집만 한 결과가 지금의 지지율 아니겠느냐”며 “그 시간 동안 중도 확장을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 됐을 텐데 정말 아쉽다”고 꼬집었다.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 과정에서의 실책(失策)도 적지 않다. 앞선 관계자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을 탄 이상 어차피 숫자 싸움으로 막기는 어려웠다. 그러면 협상장에 들어가서 얻어낼 것은 얻어냈어야 하는데, 지금은 완전히 빈털터리”라면서 “여기저기서 굉장히 불만이 많다. 그게 비대위 요구로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홍 전 대표도 지난달 30일 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목숨 걸고 막는다고 수차례 공언하더니 무기력하게 모두 줘버리고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라며 “뭘 믿고 여태 큰소리 친 것이냐. 도대체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한 것이냐”고 일갈했다. 대여 투쟁에서부터 당의 노선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전략 실패가 지도부 책임론으로 이어진 셈이다.

보수통합 위해서도 비대위 체제 수립해야

보수 진영의 최대 과제인 보수통합을 위해서도 황 대표 체제의 막을 내리고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황 대표의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점, 당대표 취임 이후 ‘우클릭’을 지속했다는 점, 태극기부대의 열성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친박·극우’ 이미지가 강하다.

여기에 대권을 노리는 황 대표 스스로도 ‘코어(core) 지지층’을 형성하기 위해 친박·극우와의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중도보수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친박·극우 세력으로부터 ‘배신자’ 취급을 받고 있으며, 유 의원 본인도 ‘극우는 보수통합 대상이 아님’을 공공연히 밝힌 상태다.

때문에 보수통합이 이뤄지려면 황 대표가 뒤로 물러나고 ‘새로운 얼굴’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친박·극우 세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황 대표가 당을 이끄는 이상, 중도보수 세력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유승민 의원·안철수 전 대표·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보수통합에 가담하기는 쉽지 않은 까닭이다.

여상규 의원도 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총선에서는 보수 대통합 없이는 승리하기 힘든데, 현재의 황교안 체제로는 보수 통합이 힘들다”면서 “지금 황교안 체제를 공고히 하면 유승민계나 안철수계에서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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