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재난 지원금' 혼란과 극복 과제
[이병도의 時代架橋] '재난 지원금' 혼란과 극복 과제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4.0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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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 대비 재정 건전성 비상
국채 발행은 최악 시나리오
지급기준·중복지급 교통정리를
가장 절박한 계층에 한정해야
성급한 발표로 혼선 자초
정치논리에 흔들린 재난대책
형평성 놓고 국민 갈등 소지
지자체별 편차 해결 시급
최선은 기업 살려 일자리 지키는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긴급재난지원금은 전례 없는 일이다. 정부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전체 가구의 70%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수혜 대상은 1천400만 가구의 3천400만명 정도에 달한다. 이렇게 광범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처음이다.

취약계층과 자영업자의 고통이 극심한 터라, 정부가 막대한 국가 예산을 동원하기로 한 것에 이의가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재원 마련,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숙고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상당 부분은 또 빚(적자 국채)을 낼 전망이다. 경제부총리도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했다. 벌써 여당 일각에서도 지원금이 1차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마다 국채를 찍으면 나라 재정은 엉망이 된다. 

코로나 사태는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가용 자원을 다 털어 썼는데 코로나 감염이 계속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경고치 않을 수 없다.

적자 국채를 찍는 것은 미래 세대의 돈을 지금 당장 나눠 먹는다는 뜻이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무차별적 현금 살포가 되어선 안된다. 가구소득 월 600만∼700만원의 중산층 가구에까지 긴급재난지원금을 뿌려야 하는지는 극히 의문스럽다. 

정부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전체 가구의 70%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뉴시스
정부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전체 가구의 70%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뉴시스

정치적 의도 의심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중앙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지방자치단체들은 제각기 지원책을 발표했다. 

많게는 1인당 50만원(경기도 포천시)까지 받는 반면, 한 푼도 없는 곳 또한 수두룩하다. 하지만 정부의 재난지원금 집행 계획에 이에 대한 고려는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 똑같이 어려움을 겪는데 받는 지원은 천차만별이 될 판이다.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세금 살포로 추진되는 정책은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야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혼란이 지속된다면 코로나19 방역에도 모자란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지급 결정 발표가 먼저 이뤄진 탓에 정부 내에서조차 정리가 안된 게 문제다. 복지 주무 부처와 재정 당국의 메시지가 다르다. 입장 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지급 방침을 성급하게 발표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손에 잡히는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소비 진작 효과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총선용 급조 대책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관건은 지원 방법과 지원 범위의 효율성이다. 최종안을 보면 총선을 앞둔 여당의 정치 논리가 깊숙이 개입된 것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하위 70%'에게 동일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정책을 수립하면서 구체적 지급 기준조차 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정말 어려운 계층 지원’과 ‘신속 지원’의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 있는 선택을 해야 하는데, 지원 대상은 넓힐 대로 넓히고 행정적 복잡성도 높게 만드는 우를 범했다. 

장기전 대비해야

많은 국민은 자신이 지급 대상인지조차 알 수 없다. 국민들은 자신이 대상자인지 혼란에 빠지면서 주민센터에 지급기준을 문의하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고, 보건복지부 복지포털 ‘복지로’가 마비되는 일까지 빚어졌다. 

3월 소득 기준으로 5월에 지급할 계획이지만 3월 이후 소득이 급감한 가구들의 이의신청이 쏟아지면 행정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방위로 퍼져가는 ‘코로나 쇼크’를 보면 그 파장이 한두 달 안에 끝날 것 같지도 않다. 코로나19 경제위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사태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발화 일보직전의 여러 분야에 추가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다.

재차 돈을 풀어야 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무작정 국채를 찍어 돈을 조달할 수는 없다. 적자투성이 재정 부담이 더 늘고, 그러잖아도 휘청거리는 기업들은 치명상을 입는다. 

주요 산업의 생태계 붕괴로 인해 급증할 실업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금은 가성비가 떨어지고 포퓰리즘으로 흐르기 쉬운 무차별 현금 살포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꼭 필요한 곳에 집중하며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 납득 급선무

비상상황인 현 국면에서 혼선이 오래가서는 안 된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재원 규모와 조달 방법, 정책 실효성 등을 두고 찬반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 국민을 납득시키는 게 급선무다.

무엇이 코로나 경제위기를 이겨내고 경제 선순환 구조를 다시 안착시킬 축(軸)인지 초점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혼선이 오래갈 경우 정책 취지나 순기능보다는 부작용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 

온 국민이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견뎌내는 상황에서 중복지원으로 위화감이나 형평성 논란을 부추겨서는 안 될 일이다. 혼란이 계속된다면 모처럼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마련한 재난지원금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시급성과 형평성을 다 같이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 

지구촌 차원에서 바이러스가 세계 경제에 남길 상흔이 얼마나 크고 깊을지, 또 언제쯤 길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올지 모른다. 최악 상황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최대한 비축해 둬야 하는 이유다.

국가 경제 위협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마비된 지금, 긴급 재난지원금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식당은 텅 비었고, 가게는 주인만 덩그러니 지키고 있으며, 아르바이트생은 일자리를 잃었다. “실직 때문에 질식하겠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생계를 이어 갈 자금은 필요하다. 재난지원금이 나온 배경이다.

이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 9조1000억 원과 이미 지원하기로 결정된 저소득층 소비쿠폰, 긴급복지자금 2000억 원을 포함한 총 10조3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이 필요하게 됐다. 빈사 상태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지만 일회성 비용으로는 대단히 큰 금액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20조원이던 적자 국채 발행액이 올 한 해 본예산에서만 60조원으로 늘었고, 1·2차 추경까지 합치면 8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여야의 경쟁적 '현금 뿌리기'가 계속되면 이 눈사태 같은 재정 적자가 앞으로 코로나보다 더 심각하게 국민과 국가 경제를 위협할 것이다. 

이는 1차 추경(11조 7000억원)이 국회를 통과한 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은 여건에서 다시 후속 추경을 추진해야 할 만큼 돌아가는 상황이 긴급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2차 추경안 처리 절차를 고려할 때 지원금의 실제 집행은 이르면 5월 초에나 가능할 것 같다. 정책이 기대한 소기의 효과를 거두려면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속도감 있게’ 집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근본적 재설계 필요

중앙정부가 재난을 맞아 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1948년 이래 처음인 만큼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중복 지원을 사실상 허용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 중장기적으로 나라 곳간이 얼마나 모자랄지와 이를 어떻게 채워나갈지 등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재정 건전성은 어떤 비상상황이 오더라도 지켜야 할 국가적 가치다.

코로나 방역은 물론 비상경제 대책은 초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과거 금 모으기 운동처럼 국민의 공감대와 고통 분담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당은 처음부터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청와대와 여당이 기획재정부까지 윽박지르듯 밀어붙였을 정도이니,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나랏돈을 비효율적으로 맘대로 쓰면 언젠가 국회 청문회나 검찰 수사가 필요할지 모른다.

한마디로 졸속이다. 아직 구체적인 지급 대상 가구의 선정도 안 돼 있다. 또 지급 기준 월 소득에 근로소득 이외에 금융·연금소득이나 임대 수입 같은 자산소득이 포함되는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부동산, 자동차 등 자산을 소득으로 인정할지도 미정이다. 정부 발표 이후 문의가 폭주했으나 정부는 대답하지 못했다.

기준에 부동산 금융자산 등도 포함시키겠다고 하는데 어떤 재산이 어떤 비율로 계산이 되는지 밝히지 않아 본인이 수혜 대상인지 아닌지 몰라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복지부 산하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중위소득 150% 이하가 소득 하위 70%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고 월 소득 712만원(4인 가구 기준) 이하이면 대상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혼선은 고려 요소가 많은 ‘중위소득 하위 70%’를 기준으로 정할 때 예고된 것이다. 마치 지난 정부가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중위소득 하위 90%’로 정했던 실책과 유사하다. 

형평성 논란 불가피

4인가구 기준 100만원으로 지원규모가 적잖고, 일회성이 아닐 수도 있어 기준이 명확지 않으면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러니 총선용 졸속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지원금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신속하게 정하고 절차를 단순화해야 한다. 

국민에게 현금이 지급되는 과정, 즉 신청방식과 지급체계 등을 향후 정책 지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는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소득산정 방식의 늑장 공개로 자초한 혼선을 무겁게 돌아보고, 합리적으로 그은 기준선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

정책 목표를 살리면서도 국민 갈등은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국가가 빚을 내서 마련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오히려 일부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형평성 논란에 불을 지펴 소모적인 갈등으로 번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재난지원금의 실질적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상위 계층에게 100만원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돈이겠지만 하위 계층에겐 그렇지 않다. 바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다. 효과도 불투명한 상위 계층 지원은 접고 하위 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선순환 마중물 돼야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곳에 돈을 투여해야 한다. 정부 재정이 먼저 가야 할 곳은 취약계층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산업이다. 

진정한 재난지원책은 기업을 살려 일자리를 지키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외환위기 때처럼 기업이 줄지어 도산하고 하루 1만명씩 실업자가 폭증하는 상황이 벌어질 때는 무슨 수로 대처할 것인가. 기업들 사이에 팽배한 ‘4월 위기설’도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칼바람은 일용직·계약직·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 우선 닥치고 있다. 일선 실업급여 창구엔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상담이 끝도 없다.

코로나 경제위기 앞에서 기업들이 사경을 헤매는 것은 여간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이 내놓은 긴급 지원책은 가계에 현금을 쥐여주는 ‘현금 살포’에 그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1400만 가구에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면 유리지갑인 급여생활자와 소득증빙이 불투명한 자영업자 간 차별 논란은 불가피하다.

일본도 20년 장기 불황 때 현금 살포, 소비 쿠폰 지급 등 안 해 본 것이 없지만 다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런 일본이 이번에 저소득층 선별 지원을 선택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도 미국·일본처럼 저소득층 피해 가구를 선별해 이들에게 집중 지원하는 방향으로 집행해야 한다. 지자체들의 현금 살포 경쟁을 더 방치해서도 안 된다. 

큰 틀에서는 정해졌지만, 경계 선상의 지급대상을 확정할 때 조금이라도 뒷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지원금이 엉뚱한 데로 새 나가는 우회로도 빈틈없이 차단해야 한다. 이 지원금이 소비로 이어져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고,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 무너져가는 산업생태계를 조금이라도 지탱해나갈 수 있는 선순환의 마중물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정 건전성 위기

정부에 주어진 중요한 숙제는 재원 조달 방안이다. 현실적으로 적자국채 추가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마디로, 재정건전성이 문제다. 긴급재난지원금 규모는 9조1천억원(지자체 부담 2조원)으로, 예산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의 말이지만, 올해 예산 지출을 전부 새로 짠다면 모를까, 어렵다. 그렇다면 적자 국채 발행밖에 없다. 

이미 정부는 사실상 적자 국채 발행을 내용으로 하는 2차 추경 편성에 들어갔다. 나랏빚으로 쌓인 11조7000억원의 추경이 국회를 통과한 지 2주 만에 2차 추경은 또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이다. 

나라 곳간은 이미 한계에 이를 만큼 빨간불이 켜져 있다. 올해 60조원의 적자국채 발행을 포함해 512조원의 슈퍼예산이 편성된데다 1차 추경에 10조원 넘는 추가 적자국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2차 추경까지 더하면 국가채무는 820조원 안팎까지 치솟고 국가채무비율 역시 42%에 달한다. 경기 위축으로 세수가 급감하면 나랏빚은 통제하기 힘든 수준으로 빠져들 수 있다.

코로나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정 기반을 허무는 적자국채 발행은 더 큰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 능력을 잃게 한다.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더 지속되고, 경제 충격이 얼마나 심대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실업 대란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돈이 필요할 때마다 적자국채로 메울 순 없다.

현재 세계경제는 18년 만에 배럴당 20달러선이 붕괴된 저유가 저금리, 저원화가치와 함께 더욱 골 깊은 불황을 알리는 ‘신3저’ 환경을 만들고 있다. 장기불황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3차, 4차 추경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투입된 재정의 가성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지급하고, 정책 목적에 최대한 부합하는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미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안에 손을 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긴급재정명령권을 동원하면 예산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1 야당이 낸 제안인 만큼 예산 구조조정에 진척이 없으면 문 대통령이 이를 차선책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나랏빚은 위기 대응 능력을 약화시키고, 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가 부담을 모두 떠안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지급 범위 의문

지금 한국 경제는 전대미문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발 실물·금융 복합 위기에 노출돼, 다수 기업과 가계가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기업 줄도산과 가계 대량 파산을 막지 못하면 경제 생태계가 붕괴될지도 모른다. 

무차별 현금 살포같이 투입 대비 효과가 불투명한 정책 실험에 재정을 낭비할 여력이 없다.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 임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절박한 처지에 있는 계층을 지원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려면 철저히 경제 논리에 입각해 한정된 재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국민 70%에게 용돈 수준 구호금을 주기보다 취약층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수준의 생계비를 집중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소비 촉진 효과도 크다. 미국, 일본도 이런 맥락에서 취약층에게 선별·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미국과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 지원을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소득 하위 40%인 연소득 7만5000달러 이하 가구에 성인 1명당 1200달러, 가구당 최대 3000달러의 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1인당 소득(6만5000달러)이 한국의 2배인 점을 감안해 한국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연소득 4500만원 이하 가구에 180만원가량 생활비를 지원하는 격이다. 

일본 정부도 소득 하위 20% 가구(연소득 200만엔)에 가구당 20만~30만엔의 재난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1~2개월치 소득을 지원하는 셈이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취약 계층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우리 정부의 이번 지급 범위가 적절했는지는 역시 의문이다. 전체 가구의 70%면 월소득 712만원, 연간 8500만원까지다. 이 정도면 돈이 없어서 못 쓰는 상황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있어도 못 쓰는 계층도 포함된다. 이들에게 주는 돈은 생계 지원도 아니고, 소비 진작 효과가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당이 여기까지 지원 대상을 넓힌 데 대해 “총선을 겨냥한 선심”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지원대상 확대가 문제

물론, 이번 조치는 평시 대책으로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충격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원 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한 것이 문제다. 경제 효과와 재정 등을 고려해 고통을 감내하기 힘든 취약계층에 집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어야 했다.

정부 내 관점도 엇갈린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소득 기준에 재산을 포함할 것을 주장한 반면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긴급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은 중위소득의 150% 이하인 가구에 대해 상품권이나 전자화폐 형태로 4월 총선 이후 지급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소득 하위 70%에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이에 해당하는 정확한 월소득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단순 월소득인지, 재산상태 등을 고려한 소득인정액인지도 모호하다. 정부 내에서도 말이 엇갈린다. 기획재정부는 단순 월소득만 볼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보건복지부는 보유 재산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하자는 의견이 많지만, 건강보험료는 작년 이전의 소득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소득감소를 반영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소득 산정 시점도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게 뻔하다. 올해가 아닌 지난해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득을 산정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작년까지는 괜찮았다가 코로나19로 수입이 크게 줄어든 자영업자나 실직자는 지원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만든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다.

형평성 신속성 과제 

지급 기준도 문제지만 ‘형평성’은 더 큰 문제다. 가구당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맞벌이 부부는 못 받고, 소득이 적은 수십억 자산가는 받게 된다는 불만이 벌써 제기된다. 기준선 전후의 가구는 지원금 때문에 소득이 역전되는 ‘역진성’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지자체 지원책이 중복되는 바람에 사는 지역에 따라 수혜 폭도 크게 달라지게 됐다. 비수혜자의 불만이 쌓이면 국민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마저 있다.

정부가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주된 기준으로 삼고 부동산·금융재산 등의 보유 현황을 고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지만 이 역시 문제투성이다. 직장·지역 가입자 간 기준이 다른 데다 개인의 종합 소득과 재산을 반영하기 힘들다.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반영하지 않으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이것저것 반영해 형평성 논란을 줄이려면 지원금이 당장 절박한 사람들의 아우성을 피하기 어렵다. 신속성과 형평성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절충선을 찾기란 그만큼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신속성도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생계 어려움과 상권 위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신속하게 지원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지급 기준 등에 대한 당정 간, 부처 간 이견으로 결정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 소득평가액 기준으로 우선 신속하게 집행하고 형평성 부분은 나중에 세금 등으로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길 바란다.

정부·지자체 혼선 현안 

지방자치단체 간 지원금 불균형도 중대 현안이다. 현재 재난수당으로 지역 주민을 돕겠다고 선언한 지자체의 지원 형태는 중구난방이다.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주민에게 나눠주겠다는 곳도 있고, 소득기준별 차등지원을 발표한 지자체도 있다. 정부가 교통정리 없이 일괄 지원에 나설 경우 지자체별로 1인당 최대 75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전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는 경기도와 달리 서울·대구·경남 등에선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만 선별해서 50만원씩 주고, 열악한 재정 사정 탓에 엄두를 못 내는 곳은 더 많다. 

경기도의 경우 시ㆍ군이 별도로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면 4인 가구가 총 160만원까지 받게 된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정부 지원금 20% 분담 때문에 지원금 계획을 수정 중이라 지역별로 차이는 불가피하다. 

시급히 교통정리해야 할 일은 정부·지자체 간에 벌어지는 혼선이다. 재난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지자체는 광역·기초를 다 합쳐 스무곳이 넘는다. 문제는 이 긴급한 지원금이 얼마나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배분되느냐다.

당장 정부가 지자체에 재원의 20%를 떠넘긴 게 사달이 났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도와 시·군의 지원금을 받는 지역은 정부 지원금에서 지방 부담분을 제외하겠다고 했다. 충북과 울산은 자체 지원금을 보류했다. 부산시는 자체 지원금 예산의 절반을 16개 기초단체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정부에 국비 지원을 건의했다. 

지자체 중복 지원 확실한 매듭을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발표한 유사한 형태의 재난소득도 중복성과 형평성 논란에 휩싸이긴 마찬가지다. 생계 문제와 연결된 절박한 긴급지원금은 필요에 따라 현장과 연결된 지자체의 관련 예산으로 긴급히 지급하는 게 맞겠지만, 기본소득 성격이 묻어나는 광범위한 재난지원금은 하나로 통합하는 게 맞다. 

자체 재난소득의 재원을 짜내느라 관련 예산이 바닥난 지자체들에 추가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선출직 지자체장들이 유권자인 주민들에게 약속한 것을 뒤집기 어렵다면, 지방정부 부담금으로 상계하는 방안 등의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정부는 지원금과 별개로 각 지자체가 중구난방 추진 중인 현금 뿌리기도 중복 허용하겠다고 했다. 예컨대 경기도 내 11개 시·군은 최대 세 종류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이 11개 시·군은 1곳 빼고 모두 재정 자립도가 50%를 밑돈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일부 지역만 중복 지원받는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재난기금 방안이 마련된 만큼, 광역·기초 지자체별로 난립하는 현금 살포 경쟁은 이제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처음부터 정부 차원의 논의가 신속히 이뤄졌더라면 지자체 재난소득 지급안이 우후죽순처럼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논의하면서 지자체 중복 지원 문제도 확실하게 매듭짓길 바란다.

대책의 초점 ‘기업 살리기’ 돼야 

시장을 살리려고 사회 분위기를 느슨하게 풀었다가는 자칫 코로나 감염이 다시 본격 확산될 우려도 없지 않다. 경제 활성화를 꾀하면서도 방역 태세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정책 의지가 필요하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진 한국은 국세청 납세 자료와 건강보험 자료를 이용하면 지원 대상을 더욱 정밀하게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전대미문의 팬데믹으로 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는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기업 줄도산과 가계 대량 파산을 막지 못하면 대량 실업이라는 또 다른 시한폭탄을 맞게 된다. 대출 연장이나 세금 납부 유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탄력 근로 확대나 노사합의 일시유예 등 재정 동원없이도 경영지원 효과를 기대할 만한 정책의 시행에도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정부는 코로나 대책의 초점을 ‘기업 살리기’에 맞춰야 한다. 기업과 경제의 붕괴를 막지 못하면 그 어떤 코로나 지원책도 소용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성숙한 국민·시민정신 발현을

이번 정부의 조치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지원책이다. 

긴급 생계지원비는 말 그대로 긴급한 대상에게 공평하게 나눠져야 의미가 있다. 4월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선동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교한 지원이 될 수 있게 정부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부 방침이 정해지더라도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수정·보완할 기회는 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끝까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납득하고 더는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을 내놓기 바란다.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도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효율적이고 정확한 집행이다. 최하위 가구부터 집중적으로 집행하며 시간을 벌어 중위권 소득가구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돈으로 메우는 위기 대처가 아니라 고충을 함께 감내하는 성숙한 국민·시민정신이 발현될 수 있는 조치부터 치밀하게 갖출 것을 당부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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