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총체적 낙제 20대 국회와 21대 사명(使命)
[이병도의 時代架橋] 총체적 낙제 20대 국회와 21대 사명(使命)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5.2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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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국회' 출발점 돼야
최악 국회, 끝까지 민생 외면
졸속·과잉 입법 남발...시민 불만 임계점
타협과 승복 의회 실현 막중
민생 위한 ‘상시 국회’ 설계를
부실法 양산해선 위기 극복 난망
포퓰리즘 벗어나 사회안전망 로드맵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제21대 국회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오는 30일 개원하자마자 원 구성 절차에 들어간다.

사상 최악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던 20대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 핵심인 주요 경제현안 입법은 21대로 넘어가게 된다.

21대 국회의 특징은 거여와 소야, 양당 체제 회귀이다. 여소야대에 3당 체제였던 20대 국회와는 원내 구도가 사뭇 다르다. 

여야 간 의석 불균형도 심하다. 더불어민주당이 177석 의석을 믿고 독주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의석의 힘을 바탕으로 오히려 타협의 정치가 실현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병존한다. 

지난 20대 국회는 국정 농단의 책임을 물어 대통령 탄핵소추를 의결한 역사적 국회였다. 동시에 원내 폭력 사태로 ‘동물국회’라는 악명을 들었고, 입법 실적도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비판을 받는다. 

심각한 문제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국회의 핵심적인 기능이 사실상 형해화됐다는 점이다. 발의한 법안 2만4130건 가운데 민생과 경제에 직결되는 주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제 보완 법안 등 60% 이상이 폐기되고 말았다.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기대하던 국민들이 느낀 염증을 생각해 봐야 한다. 21대 국회가 반면교사로 삼을 상황이 한 둘이 아니다.

제21대 국회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뉴시스
제21대 국회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뉴시스

'민생 법률공장' 리모델링 관건 

21대 국회는 첫걸음부터 심기일전해야 한다. 질적으로 다른 의회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본연의 입법부 기능부터 회복해야 한다. 

권력 에만 빠진 국회를 24시간 연중무휴 가동되는 우수 민생 법률공장으로 리모델링해야 한다.

여야의 자세부터 바뀌어야 한다. 장외투쟁과 진영 싸움, 고소·고발전 등으로 날을 지새웠던 20대 국회와는 달라져야 한다. 그 핵심은 원내 정치의 복원과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다. 

4년 내내 싸움질만 하다가 막판에 벼락공부나 탐닉하는 한심한 입법 고질병은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치유돼야 한다. 개헌, 선거법 개정, 검찰개혁 관련 후속 법안 등 과제가 21대 국회에 주어져 있다. 시대 변화에 얼마나 발맞추느냐에 따라 그 성적표는 4년 뒤 총선 결과로 다시 받게 될 것이다.

여야 모두 이구동성으로 '일하는 국회'가 21대 국회의 화두라고 한다. 법정시한 내 원 구성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구성 단계에서부터 샅바싸움을 벌인 구태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국회의장이 어떤 리더십을 보이는지도 중요하다. 21대 국회와 같은 거여와 소야 구도에선 여야 양측을 포괄하는 조정과 중재 능력에 더해 정치적 균형감이 요청된다. 

역대 최저 오명 안고 마감

20대 국회에 대한 참된 반성이 중요하다. 20대 국회는 ‘숙의(熟議) 정치’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특히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국회는 여야 격돌의 주전장이 돼버렸다. 

여러 모로 '역대 최악'이라는 뒷말을 낳고 있다. 4년 회기 전체 법안 처리율이 사상 최저치였던 19대 때(41.7%)에도 못 미치는 36.5%에 불과했다. 마지막 본회의에서 133개 법안을 벼락치기로 통과시켰는데도, 20대 국회는 그렇게 역대 최저라는 오명을 안고 마감했다. 4년 내내 예산안도 법정시한을 넘기고 나서야 처리됐다. 

역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 처리가 불문율이었던 선거법까지 범여권 ‘4+1’ 협의체에 의해 일방 처리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여야 간 협상의 정치는 실종됐고, ‘수(數)의 정치’만 득세한 4년이었다. 

기대했던 ‘유종의 미’도 끝내 없었다. 상의가 국회에 처리를 요청했던 법안 중 전자서명법 개정안 1건만이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되고 나머지는 무산됐다.

20대 국회는 속히 결론 내야 할 민생법안을 심의할 때는 '식물국회'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설치 등 정략적 현안을 놓고는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는, 예의 '동물국회'로 돌아갔다. 

역지사지 합의점 찾아야

20대 국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을 치러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됨에 따라 집권여당이 통합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여야 대치는 노골화 됐다.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한 지 7년 만에, 의원들 스스로 이를 무력화시키며 무더기로 고소·고발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21대 국회는 역대급 국민 분열 속에 출발하는 양상이다. 협치와 소통이 가능하려면 국회는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서 행정부 비판과 견제란 본연의 역할과 임무에 우선 충실해야 한다. 정권이 임기 말로 다가설수록 국회의 위상과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상시국회제도 도입과 상임위 소위 만장일치제 개선, 신속처리안건 기간 단축 등도 협의가 필요한 현안들이다. 과거를 털고 새로 시작하는 만큼 여야가 역지사지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국회 운영 명실상부 개혁을

지난 20대 국회는 의원들의 ‘믿거나 말거나’식 의혹 제기로 정치권이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리고, 이로 인해 정작 중요한 민생입법은 뒷전으로 밀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21대 의원들은 이런 정쟁용 의혹 부풀리기와 손을 끊어야 하고, 당 차원에서도 이제 그런 후진적 정치와는 이별해야 한다. 

과잉·졸속 입법의 배경에는 입법만능주의에서 비롯된 의원입법 급증이 도사리고 있다. 20년 전인 16대 국회(2000~2004년)만 해도 4년간 2500여 건이었던 국회의원 발의 법안건수가 가파르게 늘어 20대 국회에선 2만 건을 넘었다. 

혁신해야 할 폐습은 국회의원들의 그릇된 ‘입법 매커니즘’이다. 국회의원들은 일단 발의해 놓고 보자는 식으로 온갖 법안을 제출한다. 이 행태에 관한 한 여야가 구분되지 않는다. 의원들끼리 품앗이 형태로 서로 공동발의자 이름을 얹어주고, 보도자료를 내거나 인터뷰를 통해 지역구 등에서 공치사를 앞세우는 과대선전에 열을 올린다.

입법 발의건수가 의정활동 평가 잣대처럼 여겨져 의원들 간 경쟁이 붙은 결과다. 정부가 법률안 발의를 의원에게 부탁하는 소위 ‘청탁 입법’도 늘고 있다. 의원입법은 정부 발의 입법과 달리 10일간의 입법예고와 상임위 검토 외에는 별다른 의견수렴 및 검증 절차가 없다. 입법 자체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또한, 중요한 법안마저도 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제대로 된 활동은 등한시하고, 상대 당을 향한 ‘남 탓’ 정치공세 불쏘시개로 쓰는 것도 문제다. 그러다가 막판 여야 정치권이 정략적으로 바꿔먹는 바둑돌로 취급되면서 ‘극적 타결’의 무더기 부실입법으로 귀착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국회 운영은 명실상부 개혁돼야 한다. 

국민적 불신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상시 운영 체제’와 윤리위원회 상설화 등의 국회개혁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의원입법안에 대해서도 규제심사를 도입하고, 입법영향분석제도를 신설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차제에 입법 발의건수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관행도 고쳐지길 바란다. 

원 구성 싸움 반복 말아야 

21대 첫 국회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박병석 의원은 “21대의 목표는 싸우지 않고 일하는 국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회 개혁이 목표”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막장 대치로 ‘최악의 국회’ 소리를 듣는 지금의 소모적 정치에서 벗어나 생산적 국회가 되길 바라는 게 국민의 바람이다. 

그가 짊어져야 할 21대 국회 첫 의장의 책무는 그야말로 막중하다. 역대 최악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문을 닫게 된 20대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이와 관련, 이번 21대 국회 개원 협상에서 무작정 대치와 시간 끌기라는 과거의 전철부터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들은 당연하다. 

국회가 새 임기를 시작할 때면 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벼랑끝 싸움을 벌이는 관행부터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이라면 국회 안에서 정책을 놓고 다툴 일이지 국회를 여는 것 자체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정당별 의석 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고, 상임위 회의를 정기화해 법안 심사가 멈추지 않게 하는 ‘일하는 국회법’을 통과시켜 제도화한다면 좋을 것이다.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관련 석연치 않은 행보도 문제다. 모당(母黨)인 미래통합당과의 합당은 한다면서도, 실무적인 합당 절차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다. 

혹여 19석의 한국당이 무소속 의원을 영입해 별도의 교섭단체를 꾸리거나 다른 정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만드는 일을 감행한다면 정국은 시계제로가 될 수 있다. 여야 강대 강 대치가 불가피하고, 21대 국회는 개시도 전에 파행할 것이 불 보듯 하다. 조속히 통합당과 합당해 원 구성에 나서는 게 도리다. 

財界 심정 정확하게 표현

20대 국회 파행상을 제대로 되돌아 봐야 한다.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여야 합의로 코로나19 관련 법안, n번방 방지법,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등 133건의 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보다 못지않게 시급한 민생 안건을 포함한 법안 1만5000여건은 처리하지 못했다. 결국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채 막을 내린 셈이다. 4년 내내 허송세월하다 막판 벼락공부하듯 1분에 1건꼴로 일사천리로 법안을 처리한 걸 두고 ‘유종의 미’란 표현을 쓰기도 민망한 게 사실이다.

특히, 마지막 본회의는 갈 데까지 간 '불임(不姙) 국회상'을 연출했다. 재계가 코로나 극복 법안이라고 처리를 촉구한 법안을 마지막 날까지 외면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코로나19발 경제난을 이겨내기 위한 '20대 마지막 경제입법 과제'로 11개 법안을 선정했었다. 그러나 여야는 이 중 달랑 전자서명법 개정안 1건에만 응답했다. 탄력근로 확대 관련 근로기준법·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나머지 10개 법안은 사장됐다.

이와 관련,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동물국회, 식물국회, 아수라장 국회라는 말까지 나오며 경제 입법이 막혀 있어 참 답답하다. 20대 국회 같은 국회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재계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국회를 10번 넘게 찾았던 박 회장의 발언은 20대 국회를 보는 재계의 심정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과잉·졸속 입법 폐해 절감

20대 국회를 역대 최악이라 하는 이유는 비단 저조한 법안 처리 때문만이 아니다. 4년 임기 내내 충돌과 공전을 반복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크게 벗어난 의정활동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23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인사청문회는 삼권분립 원칙을 제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국회에 부여된 엄중한 권한인데도 있으나 마나 한 요식 행위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고작 4년간 발의한 법안의 3분의 1 정도만 처리했다는 것도 그렇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반드시 정해진 기한 안에 고쳤어야 할 위헌 법률 중에서 세무사법 일부 조항 등이 결국 위헌 딱지를 떼지 못한 상황 등도 국민들로부터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받기 충분했다.

과잉·졸속 입법의 폐해는 절감되고 있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일명 ‘n번방 사건방지 후속법안’(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경우 네이버 카카오 등에 온라인상의 불법 촬영물에 대한 차단·삭제 의무를 부과해 논란이 크다. 인터넷 업계는 “마치 택배기사에게 배달 물건 중 폭탄이 있는지 확인해 폐기하라는 것”이라며 “이 법은 실행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은 자동폐기돼 21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런 국회가 왜 필요한지, 놀고 먹는 국회의원들에 꼬박꼬박 세비를 줘야 하는지 시민들이 의문을 표시하는 건 당연하다. 제 할 일 못하는 국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임계점에 이르렀다. 

이념 대립에 정치 불신 심화

총체적으로, 20대 국회하면 떠오르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과 패스트트랙 육탄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극렬한 대치 정도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이 여의도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거꾸로 광장에 몰려다니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마저 나타났다.

보수·진보 진영 간 이념 대립에 조국 사태로 정치에 대한 불신도 심화됐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끌기도 했으나, 대화와 타협이 실종하면서 국민을 거리로, 광장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겪으며 깊어진 갈등의 골은 끝끝내 메우지 못했다. 사생결단하는 극한 대립의 연속이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는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동물국회'를 연출했다. 

통합당을 제외한 소수 야당들의 4+1 공조로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은 데 대해 통합당이 물리적으로 가로막으면서 국회선진화법이 처리된지 채 10년도 안 돼 추한 몸싸움이 국회에서 재현됐다.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부터 임명 이후 조 전 장관이 사퇴하기까지 '조국 블랙홀'에 빠져 국회가 공전하기도 했다. 보수 야당은 당시 황교안 대표부터 이례적인 삭발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파행은 그 뿐 아니다. 문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해 보냈지만 야당의 반발 속에 투표불성립으로 폐기됐다. 

정치 문화도 문제였다. 대표적 예로,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은 국회 안으로까지 총선 조작설을 끌고 들어와 허황된 주장을 내놓아 파장을 일으켰다. 21대 국회에선 민 의원과 같은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치 혐오증을 키우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대화 협상 통한 협치 절실

21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개정 선거법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졸속·부실 입법, 포퓰리즘적 의정활동 등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중요한 시장경제를 법으로 일일이 재단하는 것은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 우리나라 입법의 30% 이상이 규제법안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21대 국회의원들은 입법 발의에 신중해야 한다.

20대 국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반면교사 삼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야당이 사사건건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는 것도 문제지만, 거여(巨與)가 177석의 의석수를 앞세워 법안 처리 속도전에만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협치가 절실한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가 출범도 하기 전부터 굵직한 입법계획을 내놓는 등 ‘일 욕심’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새 국회가 열리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전부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국회가 본연의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데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의욕이 넘쳐 과잉·졸속 입법을 남발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수 이익 대의기관으로 거듭나야 

사실,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둬 무소불위의 국회 권력이 탄생했다. 

다수당이 법안을 일방 처리할 수 없도록 도입한 국회선진화법 제한 규정도 비켜갈 수 있어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뜻대로 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에겐 중립성, 객관성과 함께 협치와 소통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그러자면 매월 임시회 소집 의무화, 자동 상임위 소집 등 의사일정과 개회 일시를 국회법에 명문화하는 게 중요하다. 

질적으로 다른 의회정치를 시작하기를 바란다. 행정부의 독주를 비판하고 견제하면서도 국민 다수의 이익에 맞도록 견인하는 대의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기대한다. 

여야가 상대를 존중하며 정책과 합리로 다투는 전통을 정착시킨다면 21대 국회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안전망 구축 중장기 로드맵을

당장의 현안 부터가 문제다.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과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민생 경제법안들이 시일을 다투는 사안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국회 운영상 최대 쟁점은 법제사법위원장 배분과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권한 폐지 여부다. 

법사위원장은 17대부터의 관례대로라면 이번에도 통합당 몫이 된다. 하지만 슈퍼여당인 민주당의 시각이 바뀌었다. 야당 법사위원장과 체계·자구심사권이 정부여당의 주요 입법을 가로막는 '게이트 키퍼'로 악용돼왔던 만큼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사위원장과 예산결산위원장을 민주당이 확보하고 체계·자구 심사권은 손보겠다고 한다. 통합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협상은 순탄치 않을 듯하다.

여야 정치권이 이같은 움직임을 통해 2년 뒤 대선을 의식, 현금복지 위주의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게 되면 나라 곳간은 거덜 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휘몰아칠 산업구조 재편까지 감안하면 서민들의 삶을 챙겨야 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재원 대책 등 종합적인 제도 설계 없이 마구 추진된다면 국가부채가 급증하면서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여야는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고 재정 형편과 세수 규모를 고려해 지속 가능한 사회안전망 구축의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최상의 복지는 일자리인 만큼 현금을 나눠주기보다는 기업의 활력을 높여 고용을 창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진정한 국민 신뢰 되찾아야

21대 국회는 일방적 주장 대신 경청하면서 합의를 일구는, 한 차원 높은 숙의민주주의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바란다.   

국회가 정권의 독주를 방임하면 ‘견제와 균형’이라는 자유민주국가의 운영 원칙이 무너지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이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건져낼 믿음직한 국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선 의욕만 넘치는 ‘일하는 국회’가 아니라 그야말로 ‘일 잘하는 국회’가 돼야만 한다. 제대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면 협치와 대화, 타협은 자연히 뒤따르게 될 것이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진정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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