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사상 최대 추경과 21대 국회 시험대
[이병도의 時代架橋] 사상 최대 추경과 21대 국회 시험대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6.0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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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만 60兆…'재정위기' 경고
효율성보다 구제성 돈 풀기 치중
국가채무 사상최고, 재정준칙 시작을
전례 없는 경제위기 정치권 응답해야
여야 포퓰리즘 경쟁 가능성 逆風
현금살포 매달린 超슈퍼추경
조속 정확한 심사로 집행효과 높여야
퍼주기 아닌 성장잠재력 확충 관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나라 예산 운용이 이렇게 임의대로 기획 편성 심의돼도 되는 것인가. 제21대 국회의 파행 출범과 더불어 사상 최대 규모 추경안(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문제가 국정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35조3천억원의 초대형 3차 추경안을 확정했다. 이번 추경은 올해 3번 째로, 단일 추경으로 전례가 없는 최대 규모다. 외환위기 이후의 1998년 13조 9000억 원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28조 4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 해에 추경을 세 차례나 편성하는 것도 1972년 이후 거의 반세기 만이다. 1차·2차 추경을 포함하면 전체 추경 규모는 60조원에 육박한다. 

나라 살림에 대한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여전히 걱정되는 점은 국가의 대외신용도와 직결된 재정건전성 훼손이다. 추경 사업 중 상당수가 세금 퍼주기에 집중되고, 재정 건전성 지표가 사상 최악을 기록하게 되는 등 우려 요인이 한둘이 아니다. 

또한,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는데도,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 제안들을 잇달아 꺼내고 있어 더욱 걱정이다.

이번 추경 심사는 21대 국회의 역량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비상 상황이다. 3차 추경안 심사 등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입법 과제가 쌓여 있어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 미증유의 경제위기 속에 출범하는 국회인 만큼, 국민이 절실히 바라는 것은 한 가지다. 여야가 토론과 협치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라는 것이다. 이것이 시대의 소명이다. 

제21대 국회의 파행 출범과 더불어 사상 최대 규모 추경안(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문제가 국정 핵심과제로 떠올랐다.ⓒ뉴시스
제21대 국회의 파행 출범과 더불어 사상 최대 규모 추경안(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문제가 국정 핵심과제로 떠올랐다.ⓒ뉴시스

재정적자 후폭풍 우려

선순환이 가능하려면 재정이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추경은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기조'의 복지 정책에 가까움을 부인할 수 없다. 

‘고용유지와 사회안전망 확충’ 명목의 현금 뿌리기가 주종의 흐름을 보인다. 기업 투자와 고용을 획기적으로 늘릴 만한 새로운 대책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적자 국채를 23조8000억원이나 발행해 올해 재정적자가 112조원에 달한다는 대목에서는 후폭풍이 두렵기까지 하다.

국가채무가 840조2천억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3.5%로 급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금액·비율도 최고치를 경신하게 됐다.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돈 쓸 곳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 채무비율 50%를 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만큼 기존의 경기침체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우리 경제가 전례 없이 위중한 상황에 처했음을 방증한다.

경고가 현실화할 가능성

이렇게 대규모로 재정을 쏟아붓고도 정부가 목표로 한 올해 성장률은 0.1%이고, 일자리 증가율은 0%이다. 경제 추락 속도가 워낙 빨라 현상 유지도 벅차다는 뜻이다. 

이에 따른 추경 규모가 역사적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확장재정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날 나랏빚이 여간 우려스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8년에는 최대 8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제학계 경고도 나왔다. 당·정·청이 내년까지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계속 밝힌 만큼 경고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매년 커지는 재정적자와 이로 인해 가파르게 치솟는 국가채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들이 전문가들만의 우려는 아닐 것이다.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액이 동시에 100조원을 넘는 '쌍둥이 100조원' 부담은 유례가 없다. 그만큼 문재인정부가 져야 할 책임도 무거워지는 셈이다.

실제, 국가 부채 급증과 재정 건전성 악화를 보여주는 '사상 처음' 지표들은 한둘이 아니다. 추가 빚 부담만 국민 1인당 188만원꼴이다. 4인 가족이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고 나랏빚은 752만원을 떠안은 형국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임금 인하와 근로시간법 개정 등 역발상으로 일자리 지키기에 나선 독일과 프랑스의 행보가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정부가 빚을 내 선심을 쓰는 손쉬운 길만 고집하지 않고, 노동개혁 등 기업 환경개선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재정 건전성 악화 심각

추경으로 인한 올해 올해 적자 국채 발행 총액은 97조3000억원으로 지난해의 3배를 넘어선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심각하다. 

현재 한국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5.8%에 달해, EU가 권고하는 '3% 이내' 기준을 두 배 가까이 넘어서게 된다. 추경 35조원 중 11조원이 세수 구멍을 메우기 위한 것이란 사실이 우리 재정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그 해법도 찾아내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 건전성 확보 대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통일시대에도 대비해야 한다. 나랏빚의 증가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재정에 관한 규율을 세워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 규율을 재정준칙이라고 부른다. 재정준칙은 국가 부채나 재정 적자 한도를 일정 수준 이내로 유지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독일은 재정 적자가 GDP의 3%를 넘을 수 없도록 헌법에 규정했다. 세계 89국이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다.

추경안 처리 '발등의 불'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제21대 국회가 출범, 심의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회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원을 구성해야 국회가 제 기능을 하는데 현재로선 언제 이뤄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여야 협상은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일하는 국회'와 '협치의 국회'를 강조했다. 하지만 21대 초입부터 심상치 않다. 양당은 국회의장단 구성과 상임위원장 자리 싸움을 놓고 신경전이 치열하다. 여당 단독 개원이 1967년 7대 국회 이후 처음 벌어졌다. 

여야 모두 당장 불을 끄기보단 명분에 집착한다. 초반부터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문제는 감투싸움에 허송세월할 여유가 없다는 데 있다. 지금 21대 국회 앞에는 풀어야 할 사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3차 추경안 처리는 발등의 불이다. 최대한 빨리 심사하면서도 현미경 심사로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재정 건전성을 희생하며 투입하는 추경인 만큼, 단기간 내 성장과 세수 확대를 이루고, 수년 내 건전 재정을 회복할 수 있는 분야에 주로 사용되도록 해야만 한다.

새 국회 첫 단추 잘 끼워야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비상 상황이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국민들은 국회가 제때 열려 민생 현안들이 제때 처리되기를 바랄 뿐이다. 여야가 상임위원장 자리를 서로 갖겠다고 다투며 시간을 소모적으로 낭비할 때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국리민복과는 거리가 먼 상임위원장 자리싸움을 접고, 조속히 원구성을 마쳐 국민에게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예산 심사가 엿가락처럼 늘어져선 더욱 안 된다. 당장 호흡기를 꽂아야 할 취약층과 기업이 수두룩하고 경기 부양이 급하다. 여야는 이념 대결에서 벗어나 예산안 항목에 대한 구체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정부안의 문제점을 바로잡아 나가야 할 것이다.

여야가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21대 국회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正道다. 

더욱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산업구조부터 국제질서까지 기존 패러다임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새로운 자세와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정치라고 예외가 아니다. 정치야말로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바뀌어야 한다.

어두운 그림자 요소 

이번 매머드 추경은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세입 경정 11조4천억원, 민생·기업 구제와 내수 부양, 한국판 뉴딜 등을 위한 세출 확대 23조9천억원으로 구성됐다.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 정책과 한국판 뉴딜을 실행하기 위한 실탄격이다. 정부는 이달 중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 3개월 내 75%를 집행해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재정 건전성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역대급 추경이 한국 경제엔 드리울 어두운 그림자를 외면할 순 없다. 1, 2차 때와 달리 3차는 대부분 국채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니 더 큰 문제다. 이로 인해 국가채무비율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면 국가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학회·재정학회 학술대회에선 이 추세라면 국가 부채 비율이 8년 뒤엔 재정 위기 수준인 GDP의 8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16~2018년도에 매년 예산안 대비 20조~25조원에 달했던 초과 세수가 지난해부터 펑크 나기 시작해 올해는 부족분이 18조원 이상 된다는 분석도 나와있다. 세수 부족은 내년 이후에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 

재정준칙 도입해야

재정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인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규율을 세워 건전성을 회복하는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저출산 고령화로 재정 수요는 급증하지만 세수 기반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의 재발과 통일 시대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4월과 5월 연속 20%대 수출 감소에서 보듯 여전히 실물경제는 추락 중이고 팬데믹은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면 국가채무 등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선 한국과 터키만 재정준칙이 없다. 우리도 2016년 국가채무총액과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45%와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건전화 특별법'을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지만 탄핵 사태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전 이명박·박근혜정부는 그래도 재정건전성 둑을 든든하게 쌓았다. 국가채무 비율을 40% 밑으로 꽁꽁 묶었다. 그 덕에 지금 문재인정부가 추경을 세번씩이나 짤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문 정부도 국가대계를 생각한다면 지속가능한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감사원도 이미 국가 부채나 재정 수지의 한도를 법으로 강제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빠르고 제대로 된 심사를

당장에는 국회가 추경안을 정밀 심사해 세금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여야 모두 낡은 이념과 진영논리에서 탈피해야 한다. 경제 문제는 ‘뜨거운 머리’가 아니라 ‘냉철한 이성’으로 접근하고 풀어가야 한다.

원 구성을 지체하고 있는 21대 국회가 서둘러서 추경안 심사에 착수해 최대한 빨리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칫 지원 시점이 늦어져 실기할 경우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추경의 규모보다 정부가 푸는 돈이 규제 혁파 등을 통해 산업현장에 효과적으로 스며들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기업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포퓰리즘과 반(反)기업 정서에 편승한 정치로는 경제를 망칠 뿐이다.

여당에 177석을 몰아준 총선 민의는 여당이 독주하라는 게 아니라 초당적 협력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라는 것이다. 여야 모두 지금은 경제위기 극복보다 더 시급한 일이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원 구성을 조속히 마치고 추경안 처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결국 민간 기업의 몫이다. 민간 채용 활동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늘릴 필요가 있다. 정부 여당은 규제완화의 폭을 넓혀 재정 투입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비어가는 나라 곳간을 언제 어떻게 채워 넣을지 국민에게 구체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여야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빠르고 제대로 된 추경 심사를 통해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수출‧제조업 관련 대책 경시

유의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추경으로 인한 대규모 적자재정은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의 피해를 줄이면서 일자리를 지켜 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잇는 게 목적이다. 그러려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에 마중물이 되도록 재정을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 

세금을 쓰더라도 실업자·저소득층 등 취약층을 위한 안전망 제공과 산업 생태계 보호,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곳에 생산적으로 써야 한다.

그러나, 현재 추경 사업 대부분은 포퓰리즘 요소가 강한 현금 살포 사업이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패키지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판 뉴딜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디지털 뉴딜은 새로운 산업 육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지만, 자동화·무인화 등으로 기존 일자리를 갉아먹고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

추경의 경우도 실제 지출 내역을 보면 경제를 키우는 생산적 지출보다 한 번 쓰면 사라지는 일회성·소모성 지출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급한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에 투입될 자금은 3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4, 5월 두 달 연속 20% 감소한 수출과 제조업 생산 급감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ᆞ제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데도 관련 대책이 크게 부족한 것이다.

투자 활성화 항목에 배당된 예산도 430억원에 불과하다. 유턴 기업 전용 보조금 신설 200억원, 해외 첨단기업 및 연구·개발(R&D) 센터 국내 유치를 위한 현금 지원 한도 및 국고 보조율 상향 30억원, R&D 부처 지정 혁신 제품 시범 구매 지원 200억원 등 세 꼭지가 고작이다.

특히, 경제를 성장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기업 투자 지원은 거의 없다. 해외로 나간 기업이 돌아오도록 한다더니 그 보조금은 고작 200억원만 배정했다.구멍 난 세수 메우기용 11조원을 뺀 실제 지출액 24조원 중 3분의 1이 넘는 9조원가량이 상품권 뿌리기나 가짜 일자리 만드는 사업 등에 배정됐다. 모든 것이 인기 얻고 표 얻는 게 우선으로 비친다.  

‘밑 빠진 독 물 붓기’ 가능성

고용 안정 대책에는 9조원 가까운 예산이 배정됐지만, 기업의 휴직 지원금이나 특수고용직 근로자에 대한 긴급 지원금 등 구제성 항목에 치우쳐 있다. 신규 일자리를 만드는 계획도 포함됐으나 재정 보조에 의존한 한시적 일자리에 그치고 있다. 

할인 소비 쿠폰 9천억원, 온누리상품권 2조원 추가 발행 및 10% 할인 판매 지원 2천760억원 등 세금을 퍼주는 사업이 훨씬 더 비대하다. 추경 사업 대부분이 포퓰리즘 요소가 강한 현금 살포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3~6개월짜리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55만 개 만드는 데 3조6000억원, 온누리·지역사랑상품권 확대에 5조원, 농수산물·영화·외식업체 할인 쿠폰 같은 8대 상품권을 1618만명에게 1인당 1만원꼴로 지급하는 데 1600여억원을 책정했다. 심지어 예술인 8500명을 동원해 공공시설에 벽화·조각 작품을 설치하는 사업까지 만들어 '예술 뉴딜'이란 이름을 붙이고 759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금 살포와 다를 바 없다.

당장 응급처치가 급하다고 휘발성이 높은 1회성 지출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재정 투입 방법으로는 정부가 100억원을 지출해 봤자 GDP는 60억원밖에 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민간 기업의 활력을 높이고, 창의를 가로막는 규제의 높은 벽을 허물지 않고서는 재정이 ‘마중물’이 되기는커녕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은 최근 재정감사보고서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국가부채나 재정수지 등의 한도를 법으로 강제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권고했다. 정부도 이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정부는 건전재정을 유지하고 국가채무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의례적으로 언급할 뿐이다. 재정준칙을 바로 세우면 나랏빚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몇 퍼센트 아래로 유지해야 한다는 식으로 엄격하게 못 박을 수 있다.

건전재정 방안 확보를 

정부는 일부 세출 구조조정과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충당한다지만,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  3차 추경이 이뤄지면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2조2000억원에 이른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54조원의 두 배를 넘는다.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대부분을 국채로 충당하면서 올해에만 나랏빚이 99조4천억원 팽창해 국가채무비율은 작년 말 37.1%에서 43.7%로 치솟았다. 국가 채무 비율의 증가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점은 실로 우려스럽다. 

정부는 선진국들의 채무비율을 거론하며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이 양호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것은 수치만 보는 단견일 뿐이다. 역성장과 함께 힘겹게 도달한 ‘국민소득 3만달러’가 3년 만인 올해 끝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마이너스로 떨어진 5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D(디플레이션)의 공포’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불황의 장기화가 예고된 것이다. 

팬데믹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재정 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특히 올해 역성장이 가시화됐고, 기업실적도 큰 폭으로 악화될게 뻔하다. 세수도 큰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세계 최고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로 경제성장이 추락하고, 복지 지출이 급증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나랏빚은 앞으로 더 빠르게 늘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증세를 포함해 본격적인 세수 확대 방안을 마련해 건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시대역행적 비판 요소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코로나19로 피폐해진 국민들의 삶을 지켜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 이제는 21대 국회가 제대로 응답해야 할 때다.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에선 긴급 추경 편성과 신속한 집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예산이 꼭 필요한 부분에 낭비 없이 집행되고 있는지부터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그런 점에서 21대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1호 법안’의 상당수가 오히려 규제강화에 쏠린 점은 실망스럽다.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20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기업경영권 침해 법안을 새 국회에서 재추진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실제 지난 1일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55건의 법안 가운데 37건이 여당에서 나왔는데 대다수가 기업활동 규제 법안이다.

여당은 노동·규제 개혁은 물론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국회가 열리자마자 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에 나섰고, 공정거래법, 유통산업발전법, 상권상생법 등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기업 ‘리쇼어링’ 아닌 ‘오프쇼어링’ 행태다.

국회와 정부가 대대적으로 규제혁파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규제를 신설하고 강화하는 데 골몰하는 것은 시대역행적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협상 타결 끈질기게 시도해야 

특히, 거대 여당이 장악한 21대 국회의 행태를 보면 3차 추경안에 대한 꼼꼼한 심의가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당장 천문학적인 재정이 필요한 기본소득 도입이 정치권에서 다시 논의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설상가상으로 여권에서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 국민에게 20만원씩 주자’고 불을 붙였고, 여당 김두관 의원이 동조하고 나섰다. 

이미 재난지원금으로 12조원의 추경을 편성한 상황에서 또다시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자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추경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신속한 집행도 관건이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의 다툼으로 추경안 처리가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 사태 속에 출발하는 21대 국회는 뭔가 달라졌으면 하는 것이 국민적 바람일 것이다. 

막판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말고 적절한 양보와 주고받기를 통해 협상 타결을 끈질기게 시도해야 한다. 원 구성이라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격렬한 대결을 초래하면,  21대 국회의 의회정치도 초장부터 큰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일하는 국회'…구습과 결별을

법이 정한 시한을 지켜 국회를 개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하는 국회’에 반대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원 구성 협상이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고 거대 여당이 힘만 믿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청산해야겠지만 이 역시 여야 간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국회는 하루빨리 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조속히 처리해 정책이 실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역대 국회가 법정 개원일에 맞춰서 문을 연 적은 거의 없으며, 원 구성을 놓고 여야가 합의를 도출한 뒤 개원한 것이 그간의 묵시적 관례였다.

국회법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여야 합의, 협치의 정신이다. 여당 내에서는 야당이 이익 관철을 위해 국회 운영의 발목을 잡는 것을 두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 청산해야 할 적폐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일방통행이나 밀어붙이기식 국회 운영 역시 미덕이 아니다.

최근 통합당은 여러 면에서 달라지고 있다. 5·18민주화 운동에 대해 전향적 사과를 했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3차 추경에 협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민주당이 야당의 입장을 조금만 더 헤아려 준다면 협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협치의 시험대에 오른 것은 통합당이 아니라 민주당인 셈이다.

추경안 논의 과정에서는 불요불급한 부분은 줄여 화급한 분야로 돌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취약계층 생계 지원이나 실직자 구제 등을 위해 민생(民生) 지원이 충분한지도 살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의 악화 속에서 국회의원이 재정을 지출하는 법안을 발의할 경우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까지 의무적으로 제시하는 ‘페이고’(paygo)의 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처해야 하는 21대 국회의 최대 화두는 '일하는 국회'다. 지각 개원 구습과 결별해야 할 이유다. 당장 코로나 경제충격 완화를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와 여러 민생 입법 과제가 개원을 기다리고 있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고통 분담, 공존과 相生의 길 열어야 

이제는,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불요불급한 부분은 줄이고 화급한 분야는 늘려 경기부양 효과와 민생 구제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재정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민간과 시장의 활력을 가로막는 비효율적 사회·경제 환경부터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 정치권은 끊임없이 포퓰리즘 유혹에 흔들리는 만큼, 아예 법으로 안전장치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 정부·여당은 감사원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국민들은 20대 국회와는 다른 21대 국회를 기대하고 있다. 여야가 정치적 협상력을 발휘해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 합의점은 나오기 마련이다. 

지난 20대 국회 첫날에도 여야 모두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결국 빛바랜 공약(空約)이 돼버렸다. 민생부터 살려야 한다. 21대 국회는 출발부터 협치의 새 길을 보여주길 바란다. 

여야가 역지사지의 협상 정신과 통 큰 양보로 국회 파행만은 막아야 한다. 원 구성 문제로 국회 파행을 연출하기보다 원만한 협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국민적 최대 관심사인 기업생존과 고용보장은 따로가 아닌 한 몸이다. 서로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한다는 전향적 자세만이 공존과 상생의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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