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한국經濟 ‘전시’ 위기, 새판 짜야 한다
[이병도의 時代架橋] 한국經濟 ‘전시’ 위기, 새판 짜야 한다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5.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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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재정 극복 처방 필수
GDP 순위 두계단 하락
文정부 능력 결핍 확인
'세금 주도 성장' 성적표
'재정 총동원령', ‘경제 선순환’ 불가능
제조업 성장동력 고갈 위기
재정 포퓰리즘에 국민 허리 휜다
親시장만이 해법…재정준칙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한국 경제의 추락이 확연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다시 두 계단이나 떨어진 것으로 판정했다. 

2009년 13위, 2015년 10위, 2018년 8위 등 꾸준히 올랐는데, 지난해 11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GDP는 한 나라 경제의 크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국력의 척도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사태도 없었다. 그럼에도 GDP 순위에서 뒤처진 것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서 성장률을 높여 GDP를 끌어올리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전략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명목성장률을 높이려면 기업이 투자하도록 적극 유도해야 하는데, 오히려 반(反)기업 정책으로 일관한 것이 퇴조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은 더 허물어졌다. 기업들은 생존이 급하다. 고용참사는 현실이 됐다.

문 정부가 줄곧 유지해온 친노동·반기업 정책은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기업가정신을 위축시켰다. 법인세가 오르고,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고,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는 것을 지켜본 기업은 투자를 멈췄다. 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니 GDP가 커질 수 없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 후폭풍, 여기에다 미·중 기술 패권갈등까지 겹쳐 혼돈의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이 난국은 기업 활력이 뒷받침돼야 극복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 경제가 중차대한 기로다. 국가 재정의 1인당 국민부담액도 매년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문제는 지금이 터널의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보다 더한 고통과 비상상황이 기다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경제의 추락이 확연하다.ⓒ뉴시스
한국 경제의 추락이 확연하다.ⓒ뉴시스

재정 바라보는 국민 걱정

정책기조의 한계가 분명히 확인됐는데도, 문 정부는 재정 지출 확대까지 계속 밀어붙이고 있어 경제 앞날에 대한 우려가 실로 크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등 전례 없이 큰 폭으로 재정지출을 늘리고 있다.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비율 등을 일정 수준에서 억제토록 아예 법에 못 박는 ‘재정준칙’의 도입 등이 정부내에서 심도 있게 논의됐다면, 빗장 풀린 재정 확대를 바라보는 국민의 걱정도 조금은 덜어졌을 것이다. 

투자·고용이 일어나면 가계의 소득이 높아지고, 소비 지출 확대로 이어져 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다. 해법은 외면한 채 재정 지출 확대에만 목을 매는 문 정부 탓에 국민은 추락하는 경제를 지켜봐야 하는 지경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실업대란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청년층의 경우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통계도 나왔다. 20대 고용률은 지난달 54.6%로 외환위기 당시(57.4%)보다도 낮아 ‘코로나 상실 세대’가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장기전 재정 계획 세워 나가야

국민은 이미 지난 3년간 문정부가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이 실패했음에도 정책 전환은 하지 않고 재정 투입을 늘려 온 것을 봤다. 

문정부 3년여 동안의 연평균 예산증가율이 이명박정부(6.59%)의 2배, 박근혜정부(4.28%)의 3배에 이르는 12%대에 달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돈을 살포했는지 알고도 남는다.

정부는 증세 논의에 앞서 복지와 지출 구조조정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이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나랏빚만 봐도 자명하다. 

현재 세금 수입은 급감하고 있다. 이대로면 연간 30조원 이상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대한민국 역사에 없던 부채 급증이다. 3차 추경을 포함하면 이전 정부가 10년간 달성해온 재정 흑자와 같은 액수가 2년 만에 적자로 바뀐다.

우선 돈을 풀고 보자는 식이어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십상이다. 신중치 못한 재정 확대는 국민의 허리를 더 휘게 만들고 미래 세대에게 큰 짐을 지우게 된다. 그리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돈을 쓰되 절도있게 쓰고 관리도 잘 해야한다.

경제성장에 도움 되는 용도에 세금을 쓰고, 정부가 쓴 돈보다 경제성장 효과가 더 커야 한다.

이대로 가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비상한 각오로 새 판을 짜야한다. 보다 긴 호흡에서 재정 운용 계획을 세워 나가야 한다. 장기전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하고 최소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최대의 재정효과를 내야 한다. 

기업들 ‘돈맥경화’ 해소 대책을

최근 체감지표가 조금 반등했다고 위기가 완화된 것은 전혀 아니다. 경제기초체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최악의 상황이란 점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조업은 우리 경제 내수와 수출을 떠받치는 현재이자 미래다. 제조업 성장동력 고갈은 전체 경제의 성장률 저하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3차 추경을 포함한 향후 경제대책에는 기업들의 ‘돈맥경화’를 해소할 대책이 나와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미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1.2%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도 최악의 경우 1.6% 역성장 가능성을 점치는 상황이다. 

현안이 된 GDP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수출에서 수입을 뺀 기업들의 순수출이다. 지난해 수출이 끝없이 감소한 것을 생각하면 순수출도 GDP를 키우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결국 GDP 구성요소 중에서 정부 지출만 늘었을 뿐, 나머지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줄었으니 순위가 내려가는 것은 당연하다. 

재정준칙 제정 필수

우리 경제는 현재 미증유의 위기상황에 빠져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 

위기의 징조들은 실물경제 현장과 고용시장에서 점차 뚜렷해지고 있고, 1분기보다 2분기에 더욱 악화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올해 1~4월 208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이 가운데 절반인 104만명은 더 일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그만둬야 하는 비자발적 실업이다. 

전년 대비 취업자 수도 두 달째 줄며 감소 폭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수요위축으로 수출도 계속 큰 폭으로 미끄러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사이의 '신냉전'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재정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수요 부족으로 경기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면 충분한 재정투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문제는 역시 앞으로다. 국민부담액과 국민부담률은 지금까지보다 더 빠르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저출산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복지 수요는 이미 가파른 상승세다. 

재정 비관론자들의 우려는 현재가 아니라 2030년 이후다. 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지만 인구는 감소해 국가 채무가 폭증하는 상황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가 초점이다. 

지속 가능한 재정을 위해서는 10년 단위 국가 채무 비율의 상한을 정하는 등 재정준칙 제정이 필수적일 것이다. 재정 건전성 회복 로드맵과 재정운용 준칙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엔 ‘그림의 떡’

현실은 어둡다. 지난해 한국의 명목성장률이 1.4%로 OECD가 조사한 47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낮게 나타나면서 GDP 순위도 동반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의 주역이 돼야 할 우리 기업들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이미 빈사상태였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코로나 영향이 전무했던 지난해 50대 기업 중 30곳의 매출이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1% 줄었다.  

막대한 재정이 풀리고 있지만, 기업들엔 ‘그림의 떡’으로 자금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활동 부진으로 현금흐름이 위축되고, 금융기관 대출여건도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으로 1, 2차 추경을 포함해 30조 원이 넘는 돈을 풀었지만, 취약계층 보호에만 치중하면서 기업들에는 ‘각자도생’을 강요한 결과다.

국력을 키우려면 소비·투자·수출을 늘려야 한다. 소비·투자·수출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친시장정책뿐이다. 투자로 생산이 증가하면 수출과 소비가 일어나고 돈을 번 기업은 다시 투자에 나서는 ‘친시장의 선순환구조’가 열릴 것이다. 

‘단기주의(short-termism)’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충격은 그야말로 '경제 전시상황'이라며 적극적인 확장 재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내년 예산안과 중기(2020~2024년) 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는 전략회의에서 ‘재정 총동원령’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출 구조조정이나 세입 확충의 구체적인 방안은 결코 논의되지 않았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향후 5년간 나라 살림의 큰 틀을 정하는 자리다. 핵심은 두 가지가 돼야 했다. 하나는 직면한 경제위기 극복 대책이고, 다른 하나는 그로 인해 손상될 재정 건전성의 중기 회복 로드맵이다.

국가재정전략회의의 근거법인 국가재정법에선 “정부는 건전재정을 유지하고 국가채무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86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장의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확대방안과 더불어 건전재정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도 난상토론이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일각에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나오자 재정 건전성에 너무 얽매여 재정 투입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모두발언 등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단기주의(short-termism)’는 우려할 만하다. 

회복력 강화에 초점 둬야 

아무리 시급 하더라도 선심성 현금 살포 등 재정 포퓰리즘은 안 된다. 지금 정부가 펼치는 적극 재정은 현금을 주머니에 꽂아주는 이전지출이 대부분으로, 성장 기여 효과가 나쁜 대표적 정책 수단이다. 

고용부의 평가 결과도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가 효율성과 지속성이 떨어지는 일회성 처방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 지원에 의존했다가 돈줄이 끊기면 사라지는 전형적 ‘세금 알바’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정을 지출하더라도 기업 경쟁력 제고와 위기 이후 회복력 강화에 초점을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대통령 임기가 끝남과 동시에 제자리로 돌아가버린 노무현정부 때의 ‘비전 2030’이나 박근혜정부 때의 창조경제와 별반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 시야에서 나라살림의 큰 그림을 그리는 재정전략회의라면 단순히 확장 재정을 추인하는 통과의례여선 안 된다. 정부가 돈을 쓰더라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방안을 깊이 토론하고, 나중에 나라곳간을 다시 채울 대책도 함께 제시됐어야 했다.

재정 만능주의 경계를 

재정지출을 늘리려면 국채를 더 찍거나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정치인들은 십중팔구 국채 발행을 선호한다. 조세저항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적자국채 발행은 짐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짓이다. 

국민부담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국민부담률은 이미 지난해 27.4%로 역대 최고였다. 더 큰 문제는 저출산·고령화와 코로나19 사태로 복지 수요, 고용보험 부담이 커지면서 사회보장기여금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인당 국민부담액도 지난해 처음으로 1000만원을 돌파했다. 국민 한 사람이 내는 세금과 각종 강제성 연금 및 보험료 부담액을 합하니 지난해 1014만1000원이나 됐다.

국가 재정은 염려스러운 수준으로 허약해지고 있다. 국가채무비율 증가 속도도 역대 최고다. 코로나 대응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올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는 각각 100조원 이상 증가할 것이 확실시 된다.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국가채무비율은 이미 70%대로 올라섰다. 더구나 우리는 통화발권력으로 재정적자를 보강할 수 있는 기축통화국도 아니다.

남유럽 PIGS 국가에서는 재정위기에 처하면서 국가부도를 걱정하고 있다. 부실한 재정이 근본 원인이다. 부실 재정이 재앙을 몰고 온다는 사실은 이들 국가에서도 확인된다. 정부는 재정 만능주의를 버려야 한다. 

바람직한 방향은 재정을 풀어 경제성장률을 높임으로써 재정적자와 채무비율이 줄어들도록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물 뿌리기식 현금 살포는 지출 대비 효과가 작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자칫 경기는 못 살리고 재정만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면 큰일이다. 

빚내서 현금 뿌리는 방식 한계

한국 경제의 현재 위상을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의 GDP 순위는 두 계단 하락하면서 10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GDP는 약 1조6400억달러로 OECD 회원국과 주요 신흥국 등 38개국 중 10번째였다. 

2018년 8위였던 한국을 밀어낸 나라는 캐나다(8위)와 러시아(9위)다. 

국내 경제에서 물가를 감안한 지난해 명목성장률도 1.4%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 수준으로 떨어졌다. 1.6% 성장한 일본에도 57년 만에 처음으로 뒤졌다. 성장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 그렇게 세금을 퍼부었는데도 실질성장률은 2.0%에 턱걸이해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GDP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비와 투자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가 증가해 경제가 성장한다면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펼쳤다. 3년이 지난 지금 소비는 감소를 넘어 절벽으로 치달았고, 경제성장률은 꾸준히 하락하다 못해 마이너스를 향해 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나랏빚은 급격히 늘고있다. 코로나19로 세수여건 악화와 세출 소요 증가가 겹치면서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6.7%에서 2021년 49.2%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빚내서 현금 뿌리는 방식은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절름발이 정책

정부는 앞으로도 재정을 더 퍼부어 GDP를 키우겠다고 한다. 지난해 재정지출을 9% 이상 늘렸지만 경제성장률은 1%대로 추락하고, GDP 순위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급속한 재정건전성 악화는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치명적이다.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국가채무의 절대량보다도 증가 속도가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신용등급의 하락은 외채 이자비용을 키우고 환율 상승(원화 약세)을 초래해 외국인 자본 이탈을 촉발할 수 있다.

증세를 하면 기업의 해외탈출 악순환이 가속화할 것이다. 세수 증가는 고사하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나랏빚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해외 직접투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인 618억달러에 이른 것은 최저임금 인상·세금 중과·반기업 규제를 피해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아예 해외로 옮겼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서 탈피하기 위한 적극 재정은 케인스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하지만 성공을 기약하려면 반드시 획기적 규제 완화가 동반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경기회복 전략은 불행히도 재정 근본주의에만 매달린 절름발이 정책에 불과하다. 

기업들, 더 큰 어려움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강조했다.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도 필요하겠지만 이 또한 규제 완화나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같은 제도 개혁과 함께 가야 한다. 

그런데도 이 정부의 그런 잘못된 기류는 갈수록 강해지는 분위기다. 생산성·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출이나 경기 부양 효과가 큰 투자는 뒤로 밀린 반면, 각종 현금 복지를 확대하고 세금 알바 일자리를 만들고 현금을 나눠주는 데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정부 일자리를 평가했더니 세 개 가운데 하나는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부실사업으로 드러났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110개 사업 중 S등급은 11개에 불과한 반면 낙제점에 가까운 C·D등급은 각각 28개와 10개였다.   

자칫 현금성 지출 확대가 일회성 돈 살포에 그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 소비와 투자는 살리지 못하고 나랏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급증한 재정 지출 중 상당 부분이 코로나와 무관한, 이른바 ‘퍼주기식 복지’로 인한 것들이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청년수당, 문재인 케어 등이 그런 것들이다. 성장률을 높이려면 재정 지출 사업의 경우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구성해야 한다. 

여기에다, 문제의 핵심은 현실의 높은 규제 벽이다. 신기술·신사업 진입과 장벽을 가로막는 광범위한 규제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기 때문이다.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보듯 결국 신산업 육성보다 기득권 보호에 정부·여당은 더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21대 국회에서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갖게 된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을 옥죄는 법 개정을 줄줄이 추진할 태세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 기업인 처벌 강화 등 반(反)시장 일변도의 규제 법안들이다. 이런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기업들은 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국가채무와 증세론, 경제회복 막는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나라 곳간을 헐어 쓸 궁리를 계속하고 있다. 3차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당초 검토하던 30조원에서 40조~50조원까지 확대하는 ‘역대급 추경’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동안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를 훌쩍 넘은 상황에서 3차 슈퍼 추경까지 더해지면 재정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미증유의 경제위기에서 국민들의 일자리와 삶을 지키고 경제를 반등시키려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적극적인 재정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달러와 유로화를 찍어내는 기축 통화국들과 한국은 다르다. 재정적자가 커지면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지고 외국인투자가들이 빠져나가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성장부진으로 세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건전성을 버텨보려 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은 증세론이 고개를 들게 된다. 지나친 조세부담은 국민으로 하여금 일할 의욕을 상실하게 만든다.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회복을 가로막는다.

증세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아무리 지출을 구조조정해도 3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합해 570조원에 달하는 돈을 모두 충당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 씀씀이가 역대 최대를 경신하는 반면 세수는 계속 줄고 있어서다. 1, 2차 추가경정예산만도 약 24조원에 달하는 데다 3차는 최대 50조원까지 이를 전망이어서 본예산을 합하면 올해 정부 지출 규모는 600조원에 육박한다.

당초 2020년 본예산에선 국가채무가 740조원이었는데 1·2차 추경을 거치며 819조원으로 늘었고 3차 추경이 이뤄지면 869조원에 달할 수 있다. 뒷걸음하는 성장률을 감안하면 1년 새 8%포인트 이상 올라가 금융위기 때보다 3배가량 빠른 속도다.

재정 당국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줄이되 필요한 부분에는 충분한 재정투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추경을 편성해야 할 것이다. 

건전재정 유지 제도적 기준 만들어야 

3차 추경을 30조~40조원 규모로 짜면 올해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5% 선에 닿는다. 원래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 비율을 39.8%로 묶으려 했다. 이 숫자가 코로나 돌발변수 탓에 5%포인트가량 높아지게 생겼다. 만약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굴러떨어지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더 크게 뛸 수 있다. 

여기에다, 기본소득 논의에도 물꼬가 트였다. 코로나 위기 극복용으로 준 긴급재난지원금이 발판이 됐다. 

비록 실험이지만 기본소득을 실제 해본 나라도 있다. 북유럽 복지국가인 핀란드는 2017년 1월부터 2년간 2000명을 상대로 월 560유로(약 76만원)를 주는 기본소득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을 주도한 것은 좌파가 아니라 우파연합정부다. 우파는 기본소득제가 잡다한 복지제도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실망적이다. 또 다른 목표인 고용률이 별로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핀란드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내수가 아닌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는 재정 지출 확대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기업이 투자하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주고, 투자 결과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더라도 최소한의 원칙은 있어야 한다. 독일 프랑스 등은 국가 채무나 지출, 세입 등의 원칙을 규정한 ‘재정준칙’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독일은 ‘한 해 신규 국가채무를 GDP의 0.35% 이상 발행할 수 없다’는 등의 재정준칙을 만들고 실천해 유럽에서 가장 튼튼한 경제 강국이 됐다. 

한국은 국가재정법에 막연히 ‘건전재정 유지 노력’을 규정했을 뿐 구체적 기준이 없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제도적 기준을 만들어 절도 있는 재정 운용을 해야 한다.

국민부담 급증…반기업·반시장 정책 전환을

국민부담률은 충분한 경제성장이 뒷받침되면 높아지는 걸 걱정할 게 없다. 하지만 올해의 코로나19는 과거 어느 때보다 충격을 크게 주고 있다.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저성장, 초저성장을 넘어 이젠 마이너스 성장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국민은 이미 적잖은 부담을 지고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부담액(세금·사회보험료 포함)은 1014만1000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사회보장기여금은 4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고용보험·산업재해보험 기여금 및 보험료로 구성된다. 지난해 조세 수입은 384조8,000억원, 사회보장기여금은 139조6,000억원이었다. 이를 합친 국민부담액은 524조4,000억원으로 이를 인구 수로 나눈 1인당 부담액은 1,014만원이었다.

이 상황에서 저성장 늪에서 탈출하려면 반기업·반시장 정책을 버리고 노동·규제를 비롯한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 

위기상황에서 제조업 경기를 어떻게 반등시킬지, 역대급 자금난에 빠진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유동성 지원 방안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고용 사회안전망 확충 관건 

현 복지 수준을 그대로 둬도 저출산·고령화 탓에 재정 수치는 쑥 올라가게 돼 있다. 나라 곳간을 꼭꼭 걸어잠그자는 게 아니다. 다만 쓸 때 쓰더라도 절도 있게 써야 한다.

기본소득 실험은 실패했지만 소중한 교훈을 남겼다. 기본소득제를 함부로 시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매월 월급처럼 받는다. 일회용 재난지원금과는 차원이 다른 복지다. 

한국의 경우 한 해 적게는 수십조원, 많게는 수백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복지를 통폐합하고 세출 허리띠를 졸라매도 증세는 불가피하다. 지난 2016년 스위스 유권자들이 국민투표에서 기본소득제 도입에 반대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이 저복지·저부담 국가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는 고령화·저출산이란 유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올 1분기 출생아 수가 1년 전보다 11%나 급감하며 합계 출산율이 0.9명으로 떨어졌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10년간 250만명이나 줄어드는 반면 65세 이상은 10년 뒤 1000만명을 돌파하게 된다. 세금 낼 사람은 급감하고 세금 쓸 사람은 급증한다.

국내 경제전문가들이 신(新)산업 규제완화를 21대 국회 최우선 정책과제로 꼽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경제·경영학 교수를 상대로 새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경제·노동과제에 대해 의견을 물은 결과다. 응답자의 73%가 진입규제 폐지와 신산업 규제혁신을 국회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고, 57%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같은 노동시장 개혁을 중대 현안으로 제시했다. 

취약층과 소상공인·중소기업, 일시적 자금난에 빠진 대기업 등을 위해 정부 재정을 충분하고도 선제적으로 써야 한다. 다만 재정 자금은 꼭 필요한 곳, 효과가 큰 곳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효율적으로 지출해야 한다. 취약층을 보호하고 경제성장 동력이 꺼지지 않도록 산업 생태계를 지키는 일에 중점적으로 국민 세금을 써야 한다. 

결국 하루라도 빨리 경제성장 속도를 높여야, 세수가 늘어나고 재정건전성도 지키게 된다.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 확충은 경제구조 고도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점에서 서둘러야 한다. 

‘탈규제 선순환’으로 신산업 키워야

비용이 들지 않는 정책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규제개혁으로 경제성장의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

산업 패러다임은 엄청난 속도로 재편 중이다. 전통 제조업과 관광·항공·외식 업종은 쇠퇴의 길을 가는 반면 첨단기술과 접목된 4차산업 영역은 폭발적 성장의 기회를 맞은 것도 사실이다. 원격의료·온라인 교육 등 언택트(비대면) 비즈니스, 바이오산업, 선진물류, 미래자동차 등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감한 규제 혁파로 투자확대와 해외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도해 성장과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는 ‘탈규제 선순환’으로 신산업을 키워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비상한 각오로 새 판을 짜야한다.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기존의 경제정책을 폐기하고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기업활성화 등 현실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판 뉴딜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은 기업과 가계가 활력을 되찾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발전 전략이 돼야만 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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