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일찍 갚았는데 왜 수수료를 내야하나요?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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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일찍 갚았는데 왜 수수료를 내야하나요?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12.22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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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부담하는 취급비용 일부 보전 목적
1995년 공정위에선 “문제없다” 결론 내려
5대 시중은행 지난 4년간 1조 원 수익 거둬
“수수료 장사” vs. “벌칙성 수수료” 입장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지난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서민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다. ⓒ사진 = 연합뉴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지난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서민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다. ⓒ사진 = 연합뉴스

은행 대출을 예정된 상환날짜보다 빨리 갚으면 부과되는 수수료가 있습니다.

이번 금융속풀이 코너의 주인공은 ‘중도상환수수료’입니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출을 약정 일이 아닌 중도에 갚을 경우 은행이 고객에게 부과하죠.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대출을 일찍 갚았는데, 왜 수수료를 내야할까요?

은행업권을 대변하는 전국은행연합회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약정 만기 전에 대출금을 상환함에 따라 대출취급 시 은행이 부담한 취급비용 등을 일부 보전하기 위해 수취하는 수수료입니다”

여기서 ‘취급비용’이란 근저당설정비, 대출모집비용, 담보(신용)조사비용, 인건비 등을 말합니다. 대출 조기상환 시 이 같은 비용의 일부를 고객에게 청구하는 것이죠.

은행권 관계자의 입을 빌려 설명하자면, 약속(약정) 위반에 따른 벌칙성 수수료입니다. 대출 약정서에도 상환일보다 조기에 대출을 갚으면 수수료가 부과된다고 명시돼 있죠. 약정을 어겼으니 이에 따른 비용을 고객이 부담해야한다는 논리입니다.

조기상환 시 은행이 손해를 입게 되고 이에 따른 비용 일부를 돈을 빌린 고객, 즉 차주에게 받는 셈이죠. 왜 손해가 발생한다는 걸까요?

은행이 고객에게 빌려주는 돈은 수신자산, 즉 다른 고객이 맡긴 돈입니다. 예를 들어 A고객이 맡긴 돈 100만 원을 B고객에게 빌려주는 형태죠. 은행은 A고객에게 예금 이자를 주고 B고객에게는 대출 이자를 받죠. A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자는 ‘자금조달비용’이라 부르고, B고객에게 받는 이자는 이자수익(이익)이라 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B고객이 대출을 미리 갚으면, A고객에게 이자가 계속 나가지만 수익은 없어집니다. 약정된 대출기간은 5년인데, 1년 만에 갚아버리면 4년 간의 이자수익은 못 받고 자금조달비용만 들인 셈이죠.  

은행은 이 같은 불균형을 가리켜 ‘미스매칭’이라고 말합니다. 은행의 자금운용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말입니다. 

자금조달비용, 대출기한과 취급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 대출금리를 계산한 은행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손실이죠.

이를 해소하고 수익을 창출하려면 다른 고객에게 돈을 빌려줘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취급비용이 추가로 발생합니다. 은행 입장만 놓고보면, 안전장치가 필요해보이죠.

그렇다면, ‘중도상환수수료’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일단, 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1995년 12월 13일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대출금을 중간에 갚는, 즉 중도상환 시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관련법규 위반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시중은행에서 너도나도 앞다퉈 도입했고 벌써 20여 년이 훌쩍 흘렀습니다.

그 사이 차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 정비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2019년 1월부터 은행 등 금융사에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시점을 사전에 안내하도록 의무를 부과했죠.

그러나 이와 별개로 ‘중도상환수수료’는 여전히 논란이 많은, 뜨거운 감자입니다.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 역시 꾸준히 나오죠. 이는 수수료 장사로 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익 규모만 놓고 보면 켤코 적지 않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4년 간 5대 시중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익은 무려 1조 원이 넘습니다. 이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른 수치입니다. 

최근에도 당정은 시중은행권에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해 한시적 면제를 공개적으로 요구했습니다. ‘한시적’이라는 말이 붙었지만, 은행이 거둬들이는 이익을 곱게 보지 않는 것이죠. 

약정 위반에 따른 ‘벌칙성 수수료’ 또는 은행 잇속만 챙기려는 ‘수수료 장사’. 여러분이 생각하는 중도상환수수료는 어디에 가까운가요.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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