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어떻게 30선 의원이 나올 수 있었을까 [친절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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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어떻게 30선 의원이 나올 수 있었을까 [친절한 뉴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2.21 17: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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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미국 연방하원의원 임기는 2년이고, 프라이머리 제도로 인해 현역 교체율이 낮아 수십 선 의원이 종종 나오는 편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미국 연방하원의원 임기는 2년이고, 프라이머리 제도로 인해 현역 교체율이 낮아 수십 선 의원이 종종 나오는 편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여러분은 혹시 우리나라 최다선 국회의원이 누군지 알고 계신가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 박준규 전 국회의장 등 총 3명이 9선을 한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임기가 대개 4년이었으니, 36년 동안 국회의원으로 재임했단 얘기죠.

그렇다면 미국의 최다선 의원은 누구일까요. 미시간주 연방하원의원이었던 존 딘젤(John Dingell Jr.)이 주인공입니다. 놀랍게도 딘젤 전 의원은 무려 30선을 하고 정계에서 은퇴했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비밀은 ‘제도’에 있습니다. 단원제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상원과 하원이 나눠진 양원제를 택하고 있는데요. 상원의원은 각 주별로 2명씩, 하원의원은 인구에 비례한 수만큼 선출됩니다. 하는 일도 달라서, 상원은 주로 국가 차원의 일을 결정하고 하원은 예산처럼 민생과 직접 연관되는 일을 합니다.

때문에 상원의원에게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6년이라는 긴 임기를 보장해줍니다. 반면 하원의원들은 민의를 더 잘 반영할 수 있게끔 2년에 한 번씩 선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딘젤 전 의원처럼 30선 의원이 나올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리나라 정치를 보면, 선거 때마다 ‘공천 파동’이라는 게 일어납니다. 당권을 잡은 계파가 상대 계파를 공천 탈락시키기도 하고,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지도부가 ‘물갈이’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꼭 인위적 개편이 아니더라도, 정치 신인이 경선에서 현역의원을 꺾어 공천권을 가져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 정치에선 여러모로 ‘중진’이 되기가 참 어렵죠. 그런데 미국 하원의원은 임기가 짧은 만큼 선거도 더 자주 해야 할 텐데요. 어떻게 30번씩이나 공천을 받을 수 있었던 걸까요.

이 역시 ‘제도’의 문제가 큽니다. 근본적으로 공천 파동이 일어나는 건 특정인이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프라이머리(Primary·예비선거)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중앙당이 공천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주민과 당원이 선거를 해서 후보자를 결정합니다. 이른바 ‘상향식 공천’이죠.

미국의 50개 주와 워싱턴DC 중 21개 주는 지역민에게 후보자 선택권을 주는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를, 27개 주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당원 혹은 일반 유권자만 참여할 수 있는 폐쇄형 예비선거(Closed Primary)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3개 주는 양자의 방식을 병행하고 있죠. 주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예외 없이 상향식 공천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알려진 대로, 프라이머리는 선거를 통해 후보자를 공천하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이 강한 제도입니다. 또 공천권이 주민과 당원에게 달려있다 보니, 보기 흉한 ‘충성 경쟁’이 사라지고 주민과 당원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정 계파를 위한 공천, 밀실 공천과 같은 폐해는 원천 봉쇄되고요.

그러나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조직 확보에 유리하며 재정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현역의원이 예비경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현역의원 교체율이 10% 초반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우리나라에선 전무한 20선, 30선 의원이 나올 수 있는 건 2년이라는 짧은 임기와 프라이머리라는 공천 제도가 결합한 결과인 셈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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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읽다감 2023-02-22 10:33:25
좋은기사 잘 읽었어요. 개인적으로 실제 사용하는언어, 번역, 그리고 영어도 같이 써줘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