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과 정순신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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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과 정순신 [특별기고]
  • 정재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
  • 승인 2023.03.0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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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재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 최종 후보에 오른,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순신 아들은 2017년 동급생 A군과 B군을 1년 가까이 괴롭혔다. 당시 “제주도에서 온 돼지 새끼”, “더러우니까 꺼져라” 등 폭언을 하였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담당교사가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정군이) 횟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폭언을 자주 했다”라고 기록돼 있다.

평소 정순신 아들은 당시 고위 검사였던 아버지에 대해서도 “판사와 친하다”, “재판 가면 무조건 승소한다” 등 발언을 했다고 한다. 교육지원청의 학폭위는 “정 군이 A군과 B군에게 비하하는 발언, 무시하는 발언,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 등 지속적으로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해 학교 측에 정 군에 대해 △강제전학 △서면사과 △특별교육 이수 10시간 △학부모 특별교육 이수 10시간 조치를 요청했다. 정 군은 특히 학폭위 조사 과정에서 반성 없는 태도와 성의 없는 사과문 작성으로 학폭위원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정순신은 아들이 신체적 폭력을 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언어적 폭력은 맥락이 중요하다며 불복을 이어나갔던 것이다.

학폭위(1차) → 조정위 → 학폭위(2차) → 강원도 학폭위 → 춘천지법 1심 → 서울고법 2심 → 대법원 3심 순서이다. 정순신은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까지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정순신은 미성년 아들 법정대리인을 맡았고 연수원 동기 판사 출신 변호사는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정순신 아들은 2019년 2월 전학 조치된 뒤 정시로 서울대에 진학했다. 반면 피해 학생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은 물론 상위 30% 수준이었던 내신 성적도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추락하였고 심한 공황 증세를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신의 어머니 변씨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 극진하면서도 가정교육에 엄격하였다. 이순신과 부인 상주 방씨(方氏) 사이에는 삼남 일녀를 두었다. 이순신은 임진왜란으로 삼도수군통제사와 백의종군을 교차하면서 구국의 일념으로 전쟁에 임하여 모친의 임종을 볼 수도 없었고 부인 방씨가 병에 걸려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도 직접 다녀올 수도 없었다. 셋째인 이면은 정유재란이 일어나던 해인 16세 때 아산 본가에서 왜적과 맞서 싸우다 전사하였고, 넷째인 이완 역시 노량해전의 대승 이후 정묘호란 당시 여진족과 싸우다가 전사했다.

이순신과 그의 가족은 모두 국가적 위기에서 우리나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희생하였고 이순신은 가족의 안위를 챙겨내지 못했다. <이순신>은 일본의 침략이라는 가해 국가에 맞서서 자칫 우리 민족 전체가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족과 일신까지 모두 희생한 것이다. 무릇 나라의 지도자로서 가족의 안위보다 나라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였던 지점들이 난중일기 등 사료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정순신의 아들이 가해자가 되었던 사실은 아버지로서 창피한 일이고 아들로 하여금 피해자에게 충분한 사과와 반성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상적인 부모의 훈육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법 전문가라는 지위에서 자식의 행위를 무마 혹은 축소하기 위해 대법원 소송까지 벌인 일은 누가 봐도 매우 지나치다고 봐야 한다.

정순신은 자신의 아들이 학폭사건으로 행정절차와 사법절차가 진행되던 시기에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의 지청장(2017년 8월~2018년 7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인권감독관(2018년 7월~2019년 8월), 창원지방검찰청 차장검사(2019년 8월~2020년 2월)로 재직했다. <정순신>은 그야말로 범죄 피해자를 적극 옹호해야 하는 검사 혹은 인권감독권이라는 지도적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아들이 학폭의 ‘가해자’가 되었을 때 자신이 ‘벌인 행동’은 피해자 보호가 아닌 가해자의 옹호였다. 정순신은 자식을 위하는 아버지로서 자식에 피력할 수는 있어도 대의에 앞서서 사의(私義)를 내세웠다는 국민적 비판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대의(大義)를 위해 자기 가족의 희생도 감수한 이순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씁쓸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청소년범죄 법학, 버클리대 형사정책 석사 수료 후 고려대 형법, 버클리대 형법 박사과정을 마쳤다. 행정고시 합격 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사무관, 국무총리실 한국형사정책부연구위원을 역임했다. 콜롬비아대 로스쿨 연구원 재직및 고려대 법학강 강사, 한국법제연구원 해외법제조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겸임교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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