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이러다가 나라 집어삼킨다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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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이러다가 나라 집어삼킨다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4.02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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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도 분명한 단속 대상”
“점차 마약 선호 늘어나는 환경”
“마약사범, 일벌백계로 다뤄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대마·프로포폴·코카인·케타민 등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지난 3월 27일 오후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명 연예인 유아인 씨와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우원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유아인 씨는 영화에서 마약에 취한 연기를 기막히게 잘 해냈었다. 전 씨는 미국에서 유튜브 생방송 도중 시청자들이 보는 앞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다. 감수성 예민하고 호기심 많은 청소년이 유명인들의 공공연한 마약 투약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럽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회사 주차장에서 버젓이 마약을 투약하다가 걸려드는가 하면 동료들에게 마약을 중개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마약이 우리 사회 곳곳에 이미 광범위하게 침투돼있는 모습들이다. 점차 독성 강한 신종이 늘어나고 굳이 해외에서 들여오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간단하게 구매할 수 있게끔 구매 기회가 많이 열려있다.

클럽이라고 불리는 고급 술집에서 단체로 마약에 취하는 젊은이들의 모습….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실제 장면이라고 한다. ‘클럽 마약’이란 말이 수사당국 등에서 공식 용어로 쓰일 만큼 클럽에서의 마약 투약 행위가 빈번해지고 있다.

대마초도 ‘중독’된다

뉴스에서 마약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이전에 몇 년 전부터 일반도 영화 등을 통해 간간이 마약을 접해왔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풀어진 눈과 광기 어린 행동 등을 통해 마약의 마력(魔力)을 간접경험 했다. 호기심 많은 청소년이 마약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음 직하다. 지난해 적발된 18세 미만 마약사범이 270명 가까이 됐다. 그중 15세 미만도 30여 명이었다.

아직은 적은 숫자라고 할지 몰라도 이들은 자칫 평생을 마약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마약 중독의 늪은 담배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과는 차원이 다르게 매우 깊고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영화 등을 통해 보아온 아편전쟁 무렵 청국의 아편 소굴 모습을 떠올려보면 된다.

유아인 씨는 4종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마, 프로포폴, 코카인, 케타민 등이다. 그중 대마는 미국의 몇몇 주와 일부 국가에서 합법화하고도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는 환각성과 ‘정신적 의존성에 의한 중독성’을 이유로 대마의 생산, 소지, 사용, 판매하는 모든 행위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우리나라는 원래 마약 청정국이었다. 한참 전에 히로뽕이라고 불리던 필로폰 얘기가 나돌긴 했어도 그건 일반인과는 상관없는 밀수꾼들과 범죄집단 등에 한정된 얘기였다. 일반이 마약 얘기를 자주 접하게 된 건 1970년대부터였다. 베트남 전쟁 등의 여파로 대마초가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한 대마초 흡입이 사회문제화하기 시작했다. 많은 연예인이 대마초를 피우다가 적발돼 연예활동까지 중단되는 사태를 겪으며 일반인들도 대마초와 마약에 관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후 간간이 대마초에 대한 다소의 법적 ‘아량’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일부의 문제 제기도 있었다. 다른 마약과 달리 중독성도 약하다는 것과 우리나라에선 전부터 대마의 줄기를 이용해 삼베로 옷을 짜 입는 등 생활용품으로 활용해온 관습 등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마초에 대한 그러한 인식은 마약 전체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어뜨릴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중독성’을 잘 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밝힌 ‘정신적 의존성에 의한 중독성’ 때문이다. 화학물질에 의한 중독상태 못지않게 정신적 중독성을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일부 연예인들이 대마초를 통한 ‘황홀한 경험’을 잊지 못하고 지속해 흡입하다가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주성분이 ‘테트라 하이드로 칸나비놀’이라는 환각물질인 대마는 두말할 필요 없이 마약류다. 허용하는 국가나 미국의 몇몇 주는 잘못된 판단 아래 그릇된 길로 가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 체내에 흡수되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쾌감을 느끼면서 환청, 환시 등 환각 현상이 나타나고 정신적 의존성까지 생기는데 어떻게 보통의 물질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인가. 우울증과 정신 이상을 유발하고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도 하는 등 뇌의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마초는 사람들을 서서히 흐리멍덩한 세계로,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러한 세계로 이끌어가는 ‘악의 물질’일 뿐이다.

‘황홀함’이 치르는 비싼 대가

19세기에 영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이 청국을 상대로 일으켰던 마약전쟁은 새삼 얘기할 필요 없는 청나라 패망의 역사다. 아이러니하지만 중국 근대화의 계기가 된 전쟁이기도 하다. 중국인들이 마약에 취해 흐릿한 세상을 헤매는 사이에 서방의 중국 침탈은 공공연히 이뤄졌고 중국은 이후 홍콩을 150년 동안 영국에 내주는 등 큰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지금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는 마약으로 인한 범죄가 끊임없이 터지고 있으며 그나마 마약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무기 소지도 불법으로 다스리는 우리나라 등에서는 그들보다 마약으로 인한 피해가 덜한 편이다. 그러나 마약의 속성이 그렇듯이, 또 유혹에 약한 보통 사람이 그렇듯 어떤 계기를 맞게 되면 마약 침투에 대응할 사회의 기강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돼 있다. 더욱이 곳곳에서 방종(放縱)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예술 분야에선 보다 높은 수준의 창의력을 요하는 추세여서 이래저래 우리 사회의 마약에 대한 취약성은 날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마약의 요구가 더욱 거세어지는 시대를 맞고 있다는 얘기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한 마약·외환·관세 사범 등 무역경제 범죄 규모가 8조 2000억 원으로 전년의 두 배 이상이 됐으며 그 중 마약 범죄가 771건으로, 600억 원 규모였다. 경찰은 오는 7월까지의 마약류 집중 단속 기간에 맞춰 클럽과 인터넷 등의 마약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7월까지가 아니라 연중 집중 단속할 일이다.

마약사범만큼은 흉악범으로, 일벌백계의 기준으로 다스려야만 한다. 단속과 함께 마약 중독자 치료도 정부가 중심이 돼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마약청정국으로의 회귀를 위해 지금이 그렇게 해야만 할 때다.

※ 마약신고는 국번없이 각각 검찰청 1301, 경찰청 112, 관세청 125로 하면 됩니다. 상담이 필요한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1899-0893을 이용하면 됩니다. 

김형석(金亨錫)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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