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명의 총선 공천 장악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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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친명의 총선 공천 장악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11.11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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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총선 준비 돌입
쇄신도 통합도 안 보인다
혁신 의지 있기는 하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 마음 총선기획단 1차 회의에서 이만희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 마음 총선기획단 1차 회의에서 이만희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여야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사실상 ‘공천 정국’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총선 결과는 윤석열 정부 후반기 국정 동력 확보 여부가 달렸다. 민주당으로선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불식시키고 수권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총선 승패를 좌우할 치명적 요인은 대부분 내부에서 비롯된다. 확실한 건 공정하고 상식적인 공천 없이 총선 승리는 어렵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천을 준비하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거대 양당구도가 공고한 상황에서 특정인 중심의 사천(私薦)이 심해지면 능력과 무관한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하게 되고, 결국 정치의 질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치 발전 차원에서라도 여야는 상향식 공천을 포함한 공천 개혁에 조속히 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요한 혁신위원회’ 1호 안건인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 취소를 의결했다. 인재영입위원장에는 보선 패배로 물러났던 친윤계 이철규 전 사무총장을 앉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선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총선기획단은 선거 전반을 총괄하고 준비하는 임무가 맡겨졌다.

집안싸움에만 골몰

민주당의 사정은 좀 더 복잡하다. 조정식 사무총장을 필두로 친명계 일색의 총선기획단이 꾸려지자 비명계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총선기획단이 하명을 받아 이른바 ‘자객 공천’ 등 공천권을 사실상 쥐고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당 선출직평가위원회는 공천심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현역 의원 평가에 나섰다고 한다. 대전의 경우 7개 선거구 전원이 민주당 의원인 가운데 이들에 대한 평가 결과는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2월 12일 전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요즘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혁신하는 모습이 전혀 안 보인다. 총선이 5개월여 앞이지만 아직도 집안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다. 또 국민 전체를 바라보는 정치를 하지 않고 강성 지지층 눈치보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총선기획단이 발족된 1일에도 비이재명계가 친이재명계 일색의 기획단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 13명 기획위원 중 비명계는 2명이다.

게다가 공천 때 핵심 역할을 하는 당 사무총장이 친명계여서 비명계가 사퇴를 요구해 왔지만 사퇴는커녕 이날 총선기획단장까지 맡게 됐다. 가뜩이나 비명계를 떨어뜨리려는 ‘자객공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친명계 위주의 기획단으로 공정성 시비를 자초한 셈이다. 이재명 대표가 단식 뒤 복귀하며 ‘당내 통합’을 강조했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인 듯하다.

구태정치와의 전쟁에 초점 맞춰져야

민주당이 분열된 당심과 강성층에 기대는 정치로 어떻게 총선을 치르겠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이긴 것으로 ‘쇄신 면죄부’를 받았다고 착각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보선 결과는 여권을 경고하려는 표심이었지 결코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었다.

당내 화합은 물론 강성층과 단절하고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치는 정치인들을 배제하는 등의 혁신에 나서지 않으면 민주당 역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총선기획단 활동도 계파 싸움이 아니라 그런 구태정치와의 전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민의힘은 어제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전 사무총장을 임명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그가, 불과 19일 만에 선거 준비의 핵심으로 전면에 등장한 자체가 혁신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더욱이 이 전 총장은 지난 8월 수도권 위기설을 주장한 내부 의원들을 겨냥해 ‘승선론’을 제기, 사천 논란의 불씨를 던진 당사자인 점에서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다.

현실적으로 대통령뿐

역대로 총선 때마다 유력 정치인 중심의 사천 논란이 판박이처럼 재연돼 왔다. 이 때문에 상향식 공천 제도화 등 공천 개혁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공염불로 끝나곤 했다. 내년 총선에서도 ‘윤심’과 ‘이심’ 공천 논란 우려는 이미 커져 있다. 그렇다면 여야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 방식을 천명해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상식적인데, 출발부터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후진적 정치의 가장 큰 원인은 정치인들에게 있고, 그 시작은 공천에서 비롯된다.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공천 개혁은 필수이고, 이들이 내세운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국민들에게도 당연한 도리다. 정치 개혁에 진정성을 보여야 할 여야는 지금이라도 사천의 유혹을 뿌리치고, 능력 위주의 투명하고 불가역적인 공천 방식을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2016년 ‘진박 논란’으로 민심을 잃은 경험이 있다. 찐박, 대박, 범박, 변박, 쪽박, 탈박 등 각종 파생어가 난무한 논란에 국민은 피로감을 넘어 혐오감을 느꼈다. 그 결과는 단순히 총선 참패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 탄핵과 분당으로 이어졌다. 지금 국민의힘에서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조짐이 보인다. 이미 이준석 전 대표는 탈당을 공언했다. 본격적으로 공천 문제가 논의되고 친윤 논란이 벌어지면 원심력은 더 커질 것이다. 영남 중진 수도권 차출론, 동일 지역구 3연임 초과 금지 등이 거론되자 벌써 반발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가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처분을 취소했지만 인재영입위원장의 이상한 발탁으로 빛이 바랬다. 당장 두 사람은 반발했다. 어느 정당이든 화합하고 혁신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특히 집권당이라면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당면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나라의 미래를 바꿀 개혁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구성원들이 인내와 절제, 타협을 해야 한다. 이를 이끌어낼 힘을 가진 사람은 현실적으로 대통령뿐이다. 혁신이 분란의 씨앗이 될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지는 대통령의 리더십에 달렸다.

다시 중용하는 것은 상식 밖

국민의힘이 대표적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을 당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해 비윤(비윤석열)계가 반발하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의원은 ‘김기현 1기’ 체제에서 총선 실무를 총괄하는 당 사무총장을 맡았으나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 지 20일 만에 내년 총선의 밑그림을 그리는 핵심 직책으로 복귀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쇄신 의지를 의심케 하는 인선이다. 환골탈태를 외치면서 여권 위기에 책임을 물어야 할 윤핵관을 다시 중용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

이 의원은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지난 8월 의원총회에서 “함께 타고 있는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 한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에 배치되는 인사는 공천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어제 “이 의원은 전직 사무총장으로 인재영입 활동을 오래전부터 계속해 왔기에 업무 연속성을 고려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으나 군색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힘의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는 윤석열정부에 실망한 수도권 2030과 중도층이 대거 이탈한 데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인재영입위원장 같은 요직에는 당의 변화를 보여줄 상징적 인물을 내세워야 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인 위원장과 하 의원의 발언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총선을 1년 이상 앞둔 지난 2, 3월부터 ‘검사 출신 수십 명 출마설’ ‘검사 출신 영남 지역 전략공천설’이 떠돌았다. 급기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월 “검사 전략공천은 괴담, 그런 일은 자신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검사 출신 전략공천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질적이고 단호한 조치 강구해야

혁신위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이 아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발언을 번복했다. 또 당정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과 관련, “나는 월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용산 대통령실과의 관계는 혁신위 안건으로 올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당이 ‘용산 출장소’ 소리를 듣는 수직적 관계를 청산하는 건 혁신위의 최대 과제다. 혁신위가 초반부터 ‘월권’ 운운하며 한계를 설정하고 있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윤 정부가 각종 개혁을 추진하자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 여당이 국정 운영을 잘해야 한다. 하지만 국정 운영을 잘하더라도 공천 과정의 파열음이 일정 수준을 넘거나, 검찰 출신 대거 공천으로 흐른다면 총선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대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공천 과정에서 ‘친박 공천 갈등’이 격화되면서 대패했다. 국민의힘이 2024년 총선에서 2016년과 같은 공천 파행을 겪는다면 2016년 총선과 같은 결과를 맞이하기 마련이다.

극성지지층의 난동이 버젓이 용납된다면 민주당에 찾아온 모처럼의 기회가 날아갈 수 있음도 명심하기 바란다. 이들의 과격한 행동이 총선 공천을 앞둔 여야 혁신경쟁에 어떻게 작용할지 이 대표는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이다. 공정한 당내 경선을 침해하는 개딸들의 정치테러가 공론화될 경우 민주당엔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실질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실기해선 안 될 것이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했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평소 역사주의와 세계주의를 기준으로 한 집필 경향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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