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年辭 - 역사는 복수한다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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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年辭 - 역사는 복수한다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4.01.06 0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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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남북, 민족미래가 안보인다
북한 적화통일 공포…파쟁(派爭)에 급급한 남한 각계 고질적 타성
휘몰아 치는 민생경제, 양극화…북한 동포 기아선상 최악
민주당 날개접고 국민의힘 떨구어야…한동훈, 개혁에 쐐기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주필]

북한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남침 적화통일을 노골적으로 다시 들고 나왔다. 사진은 민방위무력 열병식이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되고 있다.ⓒ연합뉴스(조선중앙TV 화면)
북한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남침 적화통일을 노골적으로 다시 들고 나왔다. 사진은 민방위무력 열병식이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되고 있다.ⓒ연합뉴스(조선중앙TV 화면)

새해가 열렸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역사의 창이 또 올랐다. 역사는 역사를 부르고, 그것은 또 다른 역사를 낳는다. 과거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역사는 언제나 그렇게 맞물려 돌아간다. 괴리는 여전하다. 현실과 이상(理想)의 간극 만큼, 역사는 반드시 복수한다. 이는 곧 민족혼과 양심의 문제로 귀결된다.

역사 앞에 진실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남북 모두가 역사를 유린한다.

북한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남침 적화통일을 노골적으로 다시 들고 나왔다.

그 처참했던 민족사의 대비극 6.25 침략 범죄행위에 대한 한마디 회개도 없다. 반민족적 적반하장이다. 남한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으로 부터 16조의 막대한 대북자금까지 받아 챙기고도 행위는 반역사적이다. 기아선상에 허덕이는 동포들 속에서도 내용은 치열하기만 하다. 김정은은 신년사인 노동당 전원회의 결론에서 남북관계를 민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로 규정한 뒤 “남조선 전(全) 영토 평정을 위한 대사변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또, 김정은은 한미 양국을 겨냥해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려 든다면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은 주저 없이 중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가 계획 중인 ‘핵전쟁 대비 훈련’ 등을 빌미 삼아 핵 공격으로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협박이다.

김정은의 주장은, 6.25 침략전쟁의 도발을 정면으로 배신한다. 참회는 커녕 다시 전쟁 발발을 들고 나온 것이다. 현실적으로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의 특수 관계’로 규정한 남북기본합의서도 부정하고, 동시에 김일성의 ‘고려연방제’ 통일, 즉 1국가 2체제 통일론의 폐기까지 뜻한다는 점에서 더없는 배신의 의미를 띤다. 그래도 남한 정권과 언론은 제대로 말이 없다. 남북 모두 역사의식의 붕괴를 대변한다.

무너지는 민족의식…정치 실종 신뢰 바닥

이것이 민족의 길인가. 그렇다면, 남한의 실제 현실은 어떤가. 느슨한 안보 의식에 나라가 무너지는 수순이다. 북한에 동조하는 이들은 양심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지금도 암약하고 있다.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며 친북 활동을 이어간다. 좌파 일색이다.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던 때 더욱 활발했다. 공안몰이라는 음모론은 부적절하다. 이참에 방첩의 현주소도 되짚어야 한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금지를 외치는 사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이들은 제도 정치권에 들어왔다. 총선 출마도 저울질한다. 이제 대한민국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세력까지 대한민국이 보호해야 할지 자문해야 할 때다. 허울 좋은 햇볕정책의 이면을 직시할 때가 충분히 됐다. 이것이 올바른 민족의 역사인가.

그 뿐이 아니다. 남한은 모든 정세가 휘청거리고 있다. 현실은 냉정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의 실종이다. 되돌아보면 2023년은 정치가 국민에게 좌절과 고통·분노를 가져다 준 해였다. 집권당의 정치력 부재는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불러왔고, 주변에서 터져나오는 온갖 비리들도 국민을 분노에 빠뜨렸다.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과 검찰권 남용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도도 높다.

이를 막아야 할 야당의 부재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노인과 청년을 비하하고 여성을 혐오하는 등 거친 언사가 끊이지 않고,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부터 선거제 개편 논의까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다. 정파적 이해에 빠진 저열한 정치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민주주의의 가장 큰 가치인 대화와 타협의 정치도 사라졌다. 도덕성을 잃어버린 것도 가슴 아픈 현실이다.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마저 이대로라면 정작 희망을 찾기 어렵다.

민생 현주소 참담

민생의 핵심인 경제는 또 어떤가. 이미 장기 불황이 눈앞에 닥쳐왔고, 언제 벗어날 수 있는지조차 기약하기 어려운 처지에 내몰려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당장 부동산 PF와 가계 및 기업대출의 부실 가능성은 우리 경제의 큰 위험 요인이다. 빈부격차가 고착화되면서 고액 연봉자가 늘어나는 대신 아직도 단칸방에서 하루하루 겨울 추위를 견뎌내야 하는 이웃이 수없이 널려있다.

서민의 민생과 직결된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 반정부의 목을 옥죄인다. 최대의 암축, 양극화의 심화는 나라전체를 그렇게 뒤흔들고 있다. 민생의 현주소는 그렇게 참담하기만 하다. 운동권 좌파의 득세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권이 점수를 받을 언덕이 없다는데 문제의 비극이 도사린다.

이제 남북 모두 주권자인 국민과 인민이 나서야 한다. 위선과 폭력, 조롱으로 점철되고, 희화화된 정치권을 다시 제자리로 되돌리는 방법은 깨어 있는 민족이 힘을 모으는 것이다. 민족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이 민심을 분명히 보여주고, 헌법에 주어진 가치를 살릴 대표자를 현명하게 골라야 하며, 배신자는 단호히 처단해야 한다. 기득권에 갇힌 맹목적인 선택도 경계해야 한다. 위기와 기회의 2024년은 결국 민족의 선택에 우리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해다.

깨어있는 역사인식만이 겨레 살린다

깨어있는 역사 인식만이 나라와 겨례, 민족을 살릴 수 있다. 모두가 정신을 제대로 차려야 한다. 역사의 진실를 제대로 알아야만 한다. 지도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오늘의 정국 파행을 몰고온 지도자들의 역사에 대한 무지는 망국의 기운을 재촉할 따름이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더불어민주당은 곧 날개를 접어야 하고, 국민의힘도 참담한 민생앞에 고개를 떨구어야 할 것이다. 한동훈도 역사인식에 더욱 철저하고, 정치혁신의 쐐기에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현실진단은 21세기 대비전의 정치를 위한 1차적 검증작업이 된다. 문제의 본질은 역시 정신이다. 정신이 올바로 서야 사람이 올바르게 서고, 사람이 올바르게 서야 나라가 올바르게 선다. 민족적인 정신을 우리는 민족정기라고 부른다. 민족정기에 대한 현실진단은 그래서 앞으로의 처방을 위한 기본이자, 단서가 된다.

21세기 새로운 민족사 건축을 위해서는 우선, 향후 1백년(21세기)를 위해 지난 20세기 100년간 우리의 모습을 현실진단의 시공간대로 설정해야 한다. 앞으로 100년의 도약대가 잘 구축되면, 그후 1000년은 기약된다. 조선왕조 역사는 이를 증거한다. 개국초의 피비린내나는 고통은 바로 500년 왕업의 탄탄한 기반이 됐다. 지난 100년의 과업을 압축 점검, 우리의 현실을 현실성있게 진단 분석하는 일은 그래서 필수적이다. 그 정확한 증상을 토대로 향후 100년의 나라 운영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 잘했던 것은 더욱 창조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고, 잘못했던 것은 과감히 수술, 폐기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항구적인 새 민족사의 비젼은 비로소 제시된다. 새 역사의 지평은 열린다.

지난 100년 우리의 현실

그렇다면, 지난날을 알아야 한다. 지난 100년 우리의 현실은 과연 어땟는가. 조선왕조 500년 사직의 멸망과 외세에 국권이 통채로 넘어가는 한민족 최악의 사태, 일제침탈 망국으로부터 발단된 지난 100년간의 ‘우리의 모습’은 한마디로 우리 역사상 가장 비참한 비운의 시기였다. 그 끈기있었던 민족정기는 좌절과 혼돈으로 갈기갈기 찢어지고, 한민족 특유의 가치관의 대혼란시대를 맞으니 온갖 사회병리, 국가파탄의 증상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은 당연했다.

민족정기가 퇴락의 늪으로 빠져 든 것은 100년전부터였다. 구한말 우리 조선민족은 개방개혁의 실패, 정치지도자들의 부패와 사리사욕, 일신영달을 위한 외세의존적 사대주의, 백성들의 사치낭비풍조 확산, 위선과 거짓의 사회풍조, 외래문화의 왜곡된 유입에 의한 우리 전통 미풍양속의 저해등 온갖 국가사회 와해현상 끝에 일본의 무력적 침탈이란 국가명운의 최후를 처참하게 맞아야 했다. 민족혼을 송두리째 외세 민족에게 갇다바쳤다. 말과 글로부터 여성의 정조까지 팔아넘겨 버렸다. 백의민족을 집어던지고 통한의 기모노를 입어야 했다. 여기서부터 민족문화의 가치관은 사실상 말살됐다.

일제통치 36년 우리의 정신적 뿌리는 철저히 유린됐다. 우리의 ‘혼’은 이미 옛것이 되었다.

구조적 파탄의 늪…오도된 북한 공산주의

해방은 왔지만, 그것도 주체적이 아닌, 외세에 의한 것이었다. 외세에 의한 해방은 외세에 의한 민족분열을 또다시 몰고왔다. 가뜩이나 허물어진 방향잃은 민족정신 상황에서 업친데 덥친 격으로 또 외세에 의해 나라가 두 동강으로 잘려 민족간 분열 및 반목의 시대가 몰려왔다.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는 외래의 서구가치관은 더욱 엄청난 혼돈과 부작용을 가속화 시켰다. 우리에겐 이를 주체적으로 수용할 민족정기의 능력이 이미 소멸돼 있었다.

남한에서는 무분별한 국제사조를 방만하게 받아들이고, 정치적으로 어설픈 서구식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무조건 흉내내려다 온갖 역기능이 빚어졌다. 부정부패가 판을 치고, 폭력과 무질서가 기승을 부렸으며, 군사부패 무력독재의 발호등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끝없는 권력투쟁의 정치가 더렵혀질 대로 더렵혀진 민족문화를 더욱 오염시켜갔다.

국민의식은 악화일로를 치닫고, 진정한 민주적 가치의 성숙은커녕, 사회 곳곳에 반인륜 범죄, 이기주의와 사기, 사술 편법이 난무하는 불신병의 세상으로 한때의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은 침몰하고 있었다. 밑도 끝도 없는 무책임한 자본주의 실험은 마침내 한국전체를 부패와 타락, 부정과 사기, 편법이 난무하는 사회 불평등과 불균형의 천민자본주의 경제국가로 전락시켜 버렸다. 나라의 중심을 잡을 주체세력이 없어지고, 주인없는 국가, 제멋대로 살아가는 사회풍조가 만연, 총체적 위기속에 재망국의 조짐은 갈수록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해방 50년의 역사흐름은 지론(枝論)면에서는 정권의 부침에 따라 다소 성쇄의 완곡은 있었으나, 큰 흐름에서는 줄곧 한국호를 회생불능의 구조적 파탄의 늪으로 침몰시켜간 역사국면에 있었다.

북한에서는 소련의 무력지원을 등에 업은 김일성 집단에 의해 오도된 공산주의 정권의 비인간적 독재전횡이 무참히 벌어짐으로서 민생은 도탄에 허덕이고, 현대사상 최악의 반인륜적 독재국가를 출현시켰다. 삐뚤어진 몰락의 민족사였다. 급기야 북한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기아선상의 사회상황을 연출, 최소한의 인륜마져 저버려야 하는, 민족사상 최악의 치욕을 세계만방에 드러내고야 말았다. 한민족의 위상에서 최악의 수모의 역사를 북한정권은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그 찬란했던 선조의 전통을 북한정권은 철저히 배신하고 짓밟았다.

정신개조, 민족 일으킨다

남북한을 통틀어 ‘홍익인간’에 바탕한 민족정기의 엄청난 퇴락이며, 한민족이 '한얼'을 송두리째 팽개친 가치관의 대혼돈기였다. 그것이 지난 100년, 우리 민족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었다. 그 우수했던 우리의 주체적 민족가치를 현대세계의 혼잡한 가치물결에 휘말려 그대로 폐기해 버리고, 민족전체가 정치 경제등 총체적 외래문화를 멋대로 적용, 아노미(가치부재)의 공멸의 길로 들어서버린 시기가 바로 우리의 지난 모습이었다. 가치관의 공중분해였다. 이 엄청난 민족정기 퇴락의 질곡을 어떻게 근본 처방, 찬란했던 옛 정기를 다시 살려낼수 있을 것인가. 민족정신의 새로운 기반구축을 어떻게 성공시키느냐에 21세기를 앞둔 한국운명의 단서가 도사린다. 새로운 1000년의 민족사를 기약하는 대업의 기운은 민족정신 중흥에서 시작되야 옳다.

우리에게 2024년은 희망의 해여야 한다. 어느 때보다 두려운 마음으로 맞는 올 한해, 따뜻한 행복이 모두의 일상을 비추고 대한민국 전체가 대화와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 소외되고 약한 자들의 눈물을 치유하고 어느 사이 사라져 버린 우리 사회의 공정성도 되찾아야 한다. 북한의 배신에 흔들려서도 안 된다. 청룡의 해, 거대한 민심의 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그 대세의 한복판에 선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원칙과 상식을 되찾고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올바른 역사, 깨어있는 정신 개조만이 민족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역사의 지평은 비로소 기대될 것이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했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평소 역사주의와 세계주의를 기준으로 한 집필 경향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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