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염수 방류, 국내외 소용돌이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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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염수 방류, 국내외 소용돌이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09.0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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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수입 전면금지”
美·EU “日수산물 먹겠다”
국내, 수산물 소비 추락
검사는 나태·안일 ‘공무원식’
정쟁 격화일로…선동정치 중단을
文, 너무 무책임하지 않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24일 오후 부산해운대해수욕장에서 환경운동연합과 부산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24일 오후 부산해운대해수욕장에서 환경운동연합과 부산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서 국내외적으로 파장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국제사회는 국제사회 대로 주요국들이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여 큰 갈등을 빚고 있으며, 국내애서는 수산물 소비 감소와 함께 여야 정쟁이 격화일로다.

특히 중국과 북한은 유엔에서 일본의 방류가 “악랄한 범죄” “세계의 핵위협”이라고 규탄했다. 한국에선 야당의 잇딴 장외 집회와 격렬한 비난속에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정쟁에 가담하는 몰골이다. 일부 대학생은 일본 대사관 진입을 시도했다.

국민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 안전에 장기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조치를 인접 국가에서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상한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수산업계 발등의 불…정치권 괴담 난무

당장 수산업계는 손님이 끊겨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괴담 수준의 불확실한 정보 범람이 소비를 꺼리게 한 것이다. “소비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 수산업은 존립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전국수산업협동조합(수협)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일본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방류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상 상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처리 후 오염수의 방사선량과 유량, 처리수 희석용 바닷물의 방사선량과 유입량, 처리수 희석 후 삼중수소 농도와 수직축으로 분석한 방사선량 등이 수치와 함께 정상 범위임을 나타내는 초록색으로 표시돼 있다.

그러나 정치권발 각종 괴담은 여전하다. 오죽하면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가 호소문을 내고 “우리 바다와 수산물을 오염시키는 장본인은 (일본이 아니라) 오염수 방류를 정치에 활용하는 정치인, 언론, 가짜 전문가들”이라고 지적했겠는가. 식품안전 기준이 까다로운 유럽연합이 오염수 방류계획에도 지난달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 규제를 철폐한 이유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학적 증거와 국제기구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거리로 나서기보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데에 더 힘써야 한다. 오염수 노출 우려가 있는 수산물에 대한 포괄적 수입 금지와 어민지원법안 발의에 나선다지만 이전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초래하는 가짜 뉴스를 없애는 게 먼저다. ‘광우병 소고기’ 같은 사태가 더는 일어나선 안 된다.

서로 상대를 향한 선동, 괴담이란 소모적 공방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염수 방류마저 정쟁으로 삼으면 국민적 혼란만 증폭시킬 따름이다.

주요국 반응 교차…중국, 수입금지 언명

주요국들은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후쿠시마산뿐 아니라 일본산 수산물 전체를 수입 금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반면, 미국과 유럽, 태평양 도서국들은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결정을 신뢰한다며 지지를 보냈다.

중국을 제외한 국제사회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대한 지지 입장을 내놓거나 수용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오염수 방류가 개시 직후 일본이 원산지인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담화문을 통해 “일본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문제 제기와 반대를 무시하고 오염수 방류를 강행했다”며 “일본은 무책임한 오염수 방류로 스스로를 국제 피고석에 앉혔고, 앞으로 장기간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의 예상 외로 강경한 태도에 일본 정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농림수산성 간부는 “중국이 무언가 대응해올 것으로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지난해 전체 수산물 수출액(3873억 엔) 중 중국의 비중은 22.5%에 달하며 홍콩은 755억 엔으로 19.5%를 차지한다. 당장 수출물량의 42%가량의 판로가 막힌 셈이다.

한·미·일 연대에 반발하는 중국은 오염수 방류를 일본 비난의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정치 선동으로 자국 내에서 소금 사재기가 벌어지자 중국 당국은 “한국 흉내 내지 말고 이성적으로 소비하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 비정상을 바로잡으려면 우리 정부가 지나칠 정도로 방사능 검사를 하고 그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소극적이고 안일한 공무원식 사고방식으로 대처할 때가 아니다.

이에 반에, 유럽연합(EU)은 지난달 13일 EU·일본 정상회담 직후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 규제를 철회했다. EU소속 27개국 4억5000만 인구에 모두 적용되며 스위스 역시 지난 15일부터 후쿠시마와 인근 10개 현의 수산물과 버섯류에 대한 수입 규제를 해제했다.

해류 영향을 받는 태평양도서국들도 방류 결정은 과학적 검증에 의한 것임을 수용하며 IAEA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제2 태평양 전쟁’ 장외 선동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해양 방류가 시작되면서 우럭·멍게·가자미 등 수산물 판매가 줄고 소금 매출은 늘고 있다고 한다. 모두 비정상적 현상이지만 그만큼 국민 불안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민들은 “괴담에 소비가 급감해 수산업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지만, 민주당은 방류 규탄 집회에 가두 행진까지 벌이고 있다.

방류 이후 각종 데이터가 보여주고 있는 안전성은 많은 원자력 전문가와 IAEA가 사전 검증을 통해 예상했던 대로다. 그런데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하며 장외 선동에 바빴다. 오염수 방류를 ‘제2의 태평양전쟁’이라고 했던 이재명 대표는 일본을 ‘환경전범’, 윤석열 정부를 ‘환경범죄 공동정범’이라고 규탄했다. 정치투쟁만 있을 뿐 과학적 검증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

“국민이 불안하고 수산업이 위협받는 원인은 일본 핵물질 오염수 투기이고, 우리 정부의 방조”(박광온 원내대표)라는 민주당 주장과 달리 전국수산업협동조합,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수산업계는 연일 주요 신문에 광고를 싣고 “우리 바다,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논쟁과 보도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수산물 소비에 앞장서달라”는 호소가 들리지 않나.

문재인까지 등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문제점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후임자에게 격려와 덕담을 건네기는커녕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험담만 늘어놓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또 등판했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한 24일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고 했다. 반대를 문제 삼을 건 없다. 정화 처리를 했다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지지하고 찬성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 대응이 아주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사족을 달았다. 뭐가 잘못됐다는 건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아무런 근거 없는 비판은 무책임하다. 무엇보다 현 정부나 전임 정부나 오염수에 대한 공식 입장이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미국 등 세계 대다수 나라처럼 우리도 원자력에 관한 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방류해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수용했을 뿐이다.

오염수를 국제법과 방류 기준에 맞춰 내보내는 한 일본 정부의 주권 행위를 막을 수도 없다. 문 정부 때 외교부 장관을 지낸 강경화와 정의용도 “오염수 방류는 일본의 주권적 결정사항” “IAEA 기준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이 ‘잘못’ 운운하는 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억지 생떼로 들릴 뿐이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어민·수산업자들의 경제적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게 걱정되면 객관적 수치와 과학적 검증을 통해 국민 불안을 줄이는 데 올인한 정부한테 뭐라 할 게 아니다. 실제로 방류 후 측정을 해보니 삼중수소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식수 수질 기준치의 50분의 1에 불과했다. 정작 질책할 대상은 이런 과학을 거부하고, 괴담 유포로 과도한 공포를 부추겨 수산물 소비를 위축시키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다. 국론 분열을 조장하니 황당하다. 임기 내내 내 편 네 편으로 국민을 갈라쳐 갈등만 키우더니 퇴임 후에도 이러고 있다.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나 싶다.

국민 안심 시켜야

이런 상황에선 정부가 과학적 정보와 수치를 빨리 제공해 국민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는 우리 해역의 방사능 수치 측정 지점과 횟수를 크게 늘려 200곳에서 정기적으로 검사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24~25일 우리 해역 어느 곳에서도 방사능 측정을 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의 협조를 받아 조사선을 출항시켜야 하는데 선박 출항 일정을 맞추기 힘들었다는 이유였다. 나태하고 안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후쿠시마 방류수는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우리 해역에 도달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 지금 당장 우리 바다의 방사능을 측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의미가 없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 불안은 ‘합리’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다. 민주당 등은 방류하면 바로 우리 바다에 영향이 오는 듯이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니 국민의 불안은 방류가 시작될 때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을 안심시키려면 직접 우리 바다에서 측정한 수치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정부는 일본이 제공한 방류수의 방사능 수치만 공개하면서 “방류가 계획대로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이상 상황은 없다”고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안 하면서 일본 쪽 상황만 중계한 것이다.

정확한 데이터 제공 관건…선동정치 중단을

무엇보다 정부는 국민 불안이 큰 만큼 안심할 때까지 방류 전 과정과 해양 농도 등 데이터를 분석,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생계가 걸린 어민을 위한 대책은 빠를수록 좋다. 매출이 절반으로 뚝 끊기고 가격도 20~30% 떨어지는 등 이미 피해가 현실화한 상황이다. 소비촉진과 정부 구매, 어민지원방안을 다각적으로 찾기 바란다.

수산물 안전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도 더 촘촘하게 이뤄져야 한다. 방사능 매일 검사와 실시간 공개, 유통이력제와 원산지 표시, 연안 모니터링 강화 등을 통한 안전 확보는 필수다.

정부는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 과학적 대응만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불안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30년 지속될 위험이라는 측면에서 상황 인식부터 엄중하게 하고, 그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상황 파악이 안이하면 대책에 대한 신뢰마저 어렵게 된다.

여야는 국민 불안과 위험 해소를 위한 실질적 대응책 마련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IAEA를 통해 위험성이 극히 미미하다는 과학적 증명이 확실이 이뤄져 왔고, 방류 이후 추가적 검증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정부는 국민들이 안심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중차대한 사안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여기서 끝날 수는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혔듯이 일본과 바로 이웃한 우리나라가 최상위의 감시자 지위를 확보해 철저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정부는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 폭을 확대해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야 하고 수산물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정책 수단도 강구해야 한다. 만약의 소비 부진 사태에 대비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 정부가 이미 약속한 대로 수산물 비축·수매도 역대 최대 규모로 준비해야 한다. 수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직접 금융 투하를 대비해야 함도 물론이다. 야당도 오염수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선동정치를 중단하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공동 대처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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