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나태주, 화가 임동식, 자연예술가 우평남 [이화순의 오늘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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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나태주, 화가 임동식, 자연예술가 우평남 [이화순의 오늘의 작가]
  • 이화순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5.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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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유화 화중유시 詩中有畵 畵中有詩
공주 출신 해방둥이 세 작가 ‘시화전’
대전 DTC 아트센터 d2서 6월 12일까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이화순 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 이화순 칼럼니스트
17일 대전 동구 DTC 아트센터 d2에서 ‘시중유화 화중유시’ 전이 열리고 있다.  ⓒ 사진 제공 = 이화순 칼럼니스트

시인 나태주, 화가 임동식, 자연예술가 우평남. 충남 공주 출신 1945년 해방둥이 세 친구가 만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 ‘선물’처럼 세 사람은 선물처럼 만났다. 

대전복합터미널 DTC아트센터가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 시화전에 이들을 초대했다.

을유생 닭띠, 팔순 동갑내기인 세 사람은 비록 다른 삶을 살았으나 세상에 대한 통찰적 시선을 각자 예술에 담았다. 그 예술은 각각 시인의 시심(詩心)과 자연예술가의 동심(童心), 화가의 화심(畵心)으로 발현됐다. 이들은 ‘공주’라는 고즈넉한 도시에서 만나 친구 사이가 됐다. 

‘풀꽃 시인’ 나태주는 ‘나무를 사랑해 나무를 그리다가 끝내 나무가 되어버린 화가’ 임동식의 그림을 지켜봐왔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향한 겸허한 사랑을 화폭에 담는 임동식의 그림에 반했다” 한다. 

나태주 시인과 화가 임동식은 2022년 시화집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시 나태주, 그림 임동식)을 위해 호흡을 맞췄고, 이번 기획전시도 함께했다. 임동식의 자연 그림들이 작고 사소해 보이는 사물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시로 써온 풀꽃 시인 나태주를 통해 시(詩)가 되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제5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인 임동식은 “자연을 스승 삼아서 자연의 에너지가 인도하는 그 세계로 따라가다 보면 이렇게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 자연 미술 선구자’로 불리는 그는, 국내 최초 자연미술운동그룹 ‘야투(野投)’를 설립해 몸으로 부딪치고 호흡하며 야외 현장 예술에 매진한 바 있다. ‘자연은 곧 예술’임을 역설해 왔다. 독일 함부르크대학 유학 후 1993년부터 10여 년간 공주 농촌마을에서 생활하며 마을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후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던 임동식은 채집꾼 우평남과 벗이 된다. 

“이 친구가 더 크고 높고 귀한 자연예술가다”라고 치켜세우는 화가 임동식은 어느 날 그 벗으로부터 ‘풍경 회화’에 매진하라는 권유를 듣는다. 야산 버섯이나 논두렁 미꾸라지를 채집해 생계를 이어가던 우평남도 임동식의 권유로 칠순에 접어들어 붓을 잡아 우 화백이 된다. 그렇게 우평남과 임동식은 예술적 동지가 됐다. 

임동식은 우평남과 자신의 상반된 일생을 사계절에 비유해 풍경 변화와 함께 표현하며 ‘자연예술가와 화가’ 시리즈를 2005년부터 발표했다. 

전시장에는 임동식 작가가 자연을 그린 회화 작품과 그의 작품에 대한 나태주 시인의 감명시, 나태주 시인이 시를 쓰고 직접 그림을 그린 시화(詩畫), 그리고 친구 임동식을 통해 그림을 그리게 된 자연예술가 우평남의 동심 어린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 사진제공 = 이화순 칼럼니스트
17일 대전 동구 DTC 아트센터 d2에서 ‘시중유화 화중유시’ 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나태주 시인, 우평남 자연예술가, 임동식 작가. ⓒ 사진제공 = 이화순 칼럼니스트

세 동갑내기 친구의 삶과 시와 그림이 만나, 순수하고 소박한 우정과 예술정신의 세계, 묵직한 삶의 울림을 함께 나누는 것도 이번 전시의 매력이다.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해방둥이 동년배 화가, 시인, 자연예술가 3인을 한 자리에 모은 이영민 DTC아트센터 관장의 기획력과 노고가 빛을 발한 전시다. 

이영민 DTC 부회장 겸 아트센터 관장은 “너무나 순수하게 자연과 더불어 예술을 하는 세 선생님들과 전시를 만들면서 참으로 보람 있는 전시가 됐다”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한 관람객은 “세 예술가의 팔순 잔치를 해주는 듯 가슴 뭉클했다”고 했고, 작품 컬렉터인 또 다른 관객은 “‘예술이 대관절 우리 인생에 무엇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예술품은 그 자체로 즐기는 게 더 큰 보람이다”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DTC아트센터는 오는 6월 7일 오후 2시 아트센터 d2 전시장에서 나태주 시인의 인문학 토크 쇼도 개최한다. 시와 그림을 주제로 관객들과의 대화의 장으로, 일상과 예술 그리고 인문학적 사유를 위한 소통의 마당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전 예약을 받는다. 전시는 6월 12일까지다. 

이화순 칼럼니스트는…

에이앤씨미디어 대표이자 아트&미디어연구소 소장, 현대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이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객원교수, 평창비엔날레 홍보위원장, 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홍보위원을 역임했다. 

안산문화재단 이사, 서초문화재단 비상임이사, 음성품바축제 연구위원, 서울교통공사 문화예술철도 자문위원을 지냈다. 예술경영 석사, 경영학 박사. 스포츠조선 문화경제팀 팀장, 시사뉴스 문화 경제 국장·칼럼니스트로, 아트플래너, 아트컬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로도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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