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충청대망론', 안희정이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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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른 '충청대망론', 안희정이 주목받는 이유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6.05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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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에서 시작된 바람, 대전 충북까지 북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1. 19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종필(JP) 자민련 총재는 '핫바지론'을 꺼내들었다.

“경상도 사람들은 충청도 사람들을 핫바지라고 한다. 아무렇게나 대접해도 소견도 없고, 오기도 없어 그런 거다. 2년 반 동안 우리를 괴롭힌 김영삼(YS) 정권을 혼내주는 게 우리의 선택이다.”

이 말은 잠재된 충청인들의 소외감에 불을 지폈다. 충남에서 시작된 JP의 핫바지론은 충청권 전 지역으로 확산됐다. 자민련은 그렇게 충청도를 텃밭으로 쇄기를 박고 강원까지 점령했다.

선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충청도는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지역이다. 영남과 호남 중간에 위치한 충청의 표가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차기 대권이나 선거 승패가 달라졌다.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DJP연합을 이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누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 때 충청도가 DJ로 쏠리면서 당선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때 DJ와 이회창 전 후보의 전국 득표수 차이가 39만 557천 표였는데, 충청권의 표 차이가 40만 8천 표인 것으로 나타나 결정적인 역할은 충청도 표심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더욱 부각됐다.

2002년 대선에서도 충청권 캐스팅보트 파워가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노무현 후보의 핵심 공약은 ‘수도권 이전’이었다. 충청인들은 제2의 수도권을 꿈꾸며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결국 충청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표가 몰려 당선됐다.

2012년도 마찬가지다. 충청도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남다른 애정으로 표를 몰아줬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170 만 표, 문재인 후보는 140만 표로 약 30만 표 차이를 보였다. 충청도 민심은 박근혜 후보에게 향했던 것이다.

▲ 새정치연합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가 유세를 펼치는 천안 거리. 사람들이 모여 경청하고 있다 ⓒ 뉴시스

 #2. “막말로 박근혜가 충청의 딸이여? 영남의 딸이지. 진짜 충청도 사람이 대통령하는 시대가 되야된다니께.”

6·4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충청민심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런 마음은 바로 6·4 지방선거에서 터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청도 민심은 더이상 영남과 호남에게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충청대망론’이 고스란히 드러난 선거다.

충청남도 도지사 선거는 사실상 ‘안희정 대 박근혜’였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재선을 선언하며 충청도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새누리당에선 안희정 지사의 대항마로 정진석 후보를 내세우는 ‘베팅’을 시도했다.

정진석 후보는 친박계의 ‘핵심’인사다. 정 후보의 아버지 고 정석모 전 내무부 장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다. 정진석 후보는 1999년 16대 총선에서 당선돼 의원으로 활동해오다 2010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면담을 성사시켰다. 이어 2013년 국회 사무총장에 임명돼 박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다.

때문에 친박의 핵심 정진석 후보와 안희정 후보의 대결은 새삼 화제였다. 안 지사에게도 쉬운 상대는 아니었을 것. 충청인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지는 애정은 남다르기 때문이다.

‘충청의 딸’이라는 타이틀로 유세도 펼친 박 대통령이다. 피습 직 후 “대전은요”발언은 충청인들에게 엄청난 감동으로 몰려왔다. 충청도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킨 결정적 지역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애정도 ‘충청대망론’에게 묻혔다. 친박계 정진석 후보뿐만 아니라 “대전은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까지 모두 패배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를 시작으로 충북도지사, 대전시장, 세종시장 충청권 광역단체장은 모두 새정치연합이 휩쓸었다. 

▲ 6·4 지방선거에 새정치연합 안희정 후보는 '충청대망론'을 앞세워 새정치연합이 충청에서 완승하는 게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뉴시스

충남에서 대전, 세종, 충북으로…변화를 주도한 안희정

이는 캐스팅보트에 만족하지 않고 충청도에서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른바 '충청대망론'이 충청 전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중심에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있다.

충청도가 정치권에서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 원인은 인구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호남권 인구의 70% 수준에 머물렀던 충청권 인구는 지역 투자 증가와 세종시 출범 등으로 호남권 인구를 넘어섰다.

그 힘이 '충청대망론'으로, 더 나아가서 안희정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선거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그렇다면 정치적으로도 주요 지역으로 떠오른 충청도에서 대통령을 배출될 수 있을까. JP의 후속 주자로 떠오른 이인제 의원은 15,17대 대선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 의원의 좌절로 충청 대망론도 열기가 식는 듯 했다.

하지만 다시 열망이 끌어오르고 있다.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줄곧 “차기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며 대권주자에 이름을 올렸다. 충청도 ‘젊은 피’가 떠오른 것이다.

5일 노병구 전 민주동지회장은 "이번 선거는 충청대망론이 끌어오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였다. 충남에서 시작된 안희정 바람이 대전을 거쳐 충북에까지 밀어닥쳤다"고 평가했다.

물론 안희정 바람은 찻잔속 태풍에 끝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 소장은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충청도에서 새정치연합이 '싹쓸이'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면서 "당선된 후보들은 새누리당 후보들에 비해 충청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김 소장은 이어 "새정치연합의 후보들이 지역적 연고로 당선된 것"이라면서 "안희정 지사는 충남이라는 권역 내에서 리더지, 충청권 전역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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