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결과서 대권이 보인다…안희정vs원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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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결과서 대권이 보인다…안희정vs원희룡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06.06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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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노선 충청세 vs 일어서는 개혁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6·4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오가지만, 크게 주목할 만한 부분은 두 가지다. 우선 충청도가 독자노선을 천명하며 ‘대망론’을 이어갔다. 다음으론 정치권 내 '소장파' 혹은 '개혁파'라 불리는 세력들의 승리다. 다음 대선은 이 두 세력 간의 충돌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재선에 성공한 새정치민주연합 안희정 충남지사 ⓒ뉴시스

중원에 부는 바람, 충청에 천시(天時)가 왔나

충청도는 좋게 말하면 선거의 ‘캐스팅보트’역할을 해왔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영남이나 호남과 연합을 해야만 존재감을 피력할 수 있었다.

지방선거에서 중원제패를 놓고 여야가 모두 달려 들었다. 여러 요구들도 나왔다. 충청권의 인구가 증가하며 호남권 인구를 넘어섰다. 충청권 의원들은 여야를 떠나 ‘의석수를 늘려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충청 출신의 대통령의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넘실댔다.

여의도에서 이러한 기류를 포착했다. 충청권 인사가 중용될 것 이라는 말이 도는 가운데 새누리당에선 충남의 맹주 이완구가 원내대표가 됐다. 야권에선 안희정 띄우기에 나서며 충청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충북 음성 출신인 반기문 UN 사무총장 영입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꾸준히 흘러나왔다.

충청도는 이번 선거서 새정치민주연합이 휩쓸었다. 당초 그런 예측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충남은 새정치연합, 대전은 새누리당, 세종과 충북은 승부를 알 수 없는 지역으로 분류됐다. 사투가 멀어졌다.

결과는 새정치연합의 승리였다. 그 중심에는 안희정이 있다.

야권 제일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안희정이 충남에서 바람몰이의 선봉에 섰다. 바람의 중심은 '충청대망론'이다. 안희정 바람이 세종을 강타한 후 결국 대전마저 집어삼켰다.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 유리하다고 봤던 대전이 뒤집히자 새누리 당사의 당직자들은 ‘대전이 왜 이러느냐’며 술렁거렸다. 충북에선 선거의 달인 이시종이 신승하며 싹쓸이에 마침표를 찍었다.

안희정의 홀로 압승보다 큰 의미가 있다. 크게 이기지는 못했지만 야권의 충청권 전승이라는 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 그의 대망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결과가 나오자 여의도 정가에선 안희정과 김종필을 비교하기도 했다. 또한, 충청민심이 더 이상 영남패권이나 호남대안에 안주하지 않고 충청대망론을 천명한 의사로 받아들여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5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이인제, 이회창 등 그간 충청권에 연고를 두고 대선에 도전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모두 고배를 마시며 한동안 충청권의 민심은 잠잠했다”면서 “최근 늘어나는 인구와 불고 있는 대망론에 힘입어 충청도가 독자적인 판도를 구상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내다봤다.

노병구 전 민주동지회장도 “이번 선거는 충청대망론이 끌어오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였다”며 “충남에서 시작된 안희정 바람이 대전을 거쳐 충북에까지 밀어닥쳤다"고 평해 이를 뒷받침했다.

다만 너무 이른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견해도 있다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 소장은 "충청도에서 새정치연합이 '싹쓸이'한 것은 지역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이라며 “안희정 지사는 충남이라는 권역 내에서 리더지, 충청권 전역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 당내 개혁파이자 차기 대권주자 1순위였던 원희룡은 그간 영남패권론에 밀려 당내 비주류였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다시 부상했다. ⓒ시사오늘

주류로 올라서는 새누리 개혁파를 주목하라

소장파(少壯派)의 원래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당내 계파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의 소장파도 그러했다. 젊은 개혁 성향의 의원들이 모여 있었다. 시간이 지나 그들은 중진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들 이후 ‘소장파’라 불릴 만한 이들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가진 옛 소장파들이 정치의 주류와 대권가도에 성큼 다가섰다.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남경필과 제주도지사로 돌아온 원희룡이 그들이다.

남경필은 무려 5선에 달하는 정치경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그는 당의 중심에 선 적이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 다수는 그의 아버지와 정치를 해온 세대였다. 아들 뻘 젊은 의원이라는 이미지를 쉽사리 벗기 힘들었다. 여권의 한 중진의원은 과거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우리가 가르쳐주고 끌어줘야 하는 동료의 아들로 봤지, 같이 정치할 파트너로는 인식되지 않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래서 승부수를 던졌다. 원내대표를 오랫동안 준비했다. 그러나 시국과 맞물려 경기도지사에 떠밀리듯 출마해야 했다. 가까운 사이이자 과거 소장파의 핵심 ‘남-원-정 트리오’를 이뤘던 정병국과 원치 않는 경선을 치러야 했다.

본선도 만만치 않았다. 야권의 거물 김진표와 12시간 넘는 개표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접전을 벌였다. 날이 밝아서야 0.8% 차이로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원치 않았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남경필은 결과적으로는 원하던 것을 얻었다. 존재감을 부각하며 차기 대권주자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거대지자체 경기도의 수장으로서 정치의 주류에 두 발을 모두 디디게 됐다.

원희룡은 소장파 출신이지만 이미 차기 대권후보급 인사로 분류됐었다. 한 때 정치의 중심에도 서 봤다.

그러나 한계도 뚜렷했다. 소장파 출신의 젊은 정치인에겐 조직이 부족했다. 당내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대학 동기이자 친구였던 나경원이 앞길을 막아서기도 했다.

제주도라는 정치적 변방 출신인 것도 그랬다. 여권은 영남출신이, 야권은 호남출신이 보통 대세를 틀어쥐고 있었다.

벽에 부딪혀 잠시 정치를 쉬던 그에게 고향은 돌아올 무대를 마련해줬다. ‘제주가 낳은 천재’라는 평을 듣던 그의 귀환은 제주를 들썩이게 했다. 선거도 비교적 여유롭게 승리했다. 다시 한 번 대권을 향해 움직일 수 있게 됐다.

▲ 함께 유세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인(왼쪽)과 안철수 공동대표ⓒ뉴시스

안철수의 ‘새 정치’ 이번엔 볼 수 있을까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사실상 벼랑 끝에 몰려있었다.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지지율, 새정치의 명분, 당내 지지기반 등이 모두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상태에서 지방선거를 치렀다.

신드롬을 일으키며 정계에 등장해 단기간에 거대 야당의 대표직마저 거머쥔 그다. 안철수에게 그것을 가능케 해줬던 것은 ‘새 정치’라는 간판이었다. 정치권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해있던 국민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하지만 현실정치는 녹록지 않았다. 창당을 앞두고 고심하던 그는 민주당과의 전격 합당을 선언한다. 지지층이 이탈하기 시작했고 ‘새 정치’의 간판은 힘을 잃는 것처럼 보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선 자신의 측근 윤장현을 광주시장 후보에 밀실공천 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광주시장 여론조사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던 이용섭이 탈당하며 윤장현의 반대편에 섰다. 광주에서 질 경우, 대외적 이미지는 물론 당내에서도 한순간에 입지가 좁아질 수 있었다.

윤장현은 승리했다. 그것도 57.9%의 높은 득표율이다. 안철수에겐 다행스러운 일이다. 광주시민들이 한 번 더 그에게 기회를 준 셈이 됐다. 호남정치의 1번지 광주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안철수가 이 선거를 부활의 계기로 삼아 그가 주장하는 ‘새 정치’를 선보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다만 다른 해석도 있다. 안철수에게 기회를 줬다기 보다는 광주에서 ‘2번’이 갖는 힘이 컸다는 이야기다. 광주 정계의 한 관계자는 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광주가 밀실공천 논란을 일축하는 선거결과를 보였다”면서도 “이 표가 전부 ‘안철수 표’ 라고 보기 보다는, 안철수가 못마땅해도 2번을 버릴 수 없었던 광주시민들도 꽤 많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차기대선, 충청세 vs 개혁세 충돌구도?

차기 대권의 구도 역시 흥미로워졌다. 지방선거의 결과로 여권에선 남경필 원희룡 등 개혁파가 떠올랐다. 야권에선 안희정을 중심으로 충청대망론 바람몰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안철수와 박원순 등 야권의 ‘개혁파’도 가능성을 얻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안철수와 박원순은 충청대망론과 정면 충돌된다. 안철수는 부산 박원순은 경남 사람이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이날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이번 선거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선 충청이 대망론을 펼치며 영남패권론과 호남대안론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론 새누리당에선 개혁세력이 떠올랐고 새정치연합 개혁파인 안철수도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음 대선에선 이 둘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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