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는 있고 박영선은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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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는 있고 박영선은 없는 것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08.22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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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박영선에게 책임지울 자격 있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 뉴시스

새정치연합은 지금 '사면초가'에 빠졌다. 하늘이 무너졌는데 솟아날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이 모든 책임은 세월호 유가족과 '불통'하고 당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여당과 독단적인 합의와 재합의를 거듭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에게 있다는 견해가 있다. 그런 시각으로만 봐도 문제가 없을까?

함께 십자가를 질 사람이 없었다

안철수·김한길 체제가 7·30 재보궐선거 참패로 무너지고 새정치연합 원로를 비롯한 중진의원 등은 하나같이 몸을 사렸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 정치권을 떠났다.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그저 침묵했다. 정국은 세월호특별법으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과 같았다.

누구도 나서려하지 않았다. 박영선이 총대를 맸다. 원내대표에 이어 비상대챙위원장 자리를 수락한 그에게는 애초에 '팀메이트'라는 것이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았다. '독이 든 성배'를 홀로 들고 마신 것은 누가 봐도 박 원내대표 스스로의 결정이 아니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밤섬에 혼자 남겨진 느낌이었다.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받아들이겠다. 대신 여러분이 도와주셔야 한다. 힘을 모아 달라"고 비대위원장 자리를 수락했다. 하지만 '함께 힘을 모으고 도와줄 분'은 보이지 않았다. 함께 십자가를 지고 갈 사람이 없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박영선 원내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당대표 ⓒ 뉴시스

세월호특별법 논란, 당 재건 위해 무리한 결과 아니었나

새정치연합은 무리한 전략공천의 부작용으로 인해 당내 계파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었다. 박영선 원내대표로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둘러싸고 당내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한시라도 막기 위해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 새정치연합 조정식 신임 사무총장도 취임소감으로 "새정치연합은 성난 파도 앞에 조각배 같은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에는 '새정치민주연합계파'만이 존재할 뿐"이라며 계파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어려운 형국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특별법을 해결함으로써 불안한 자신의 리더십을 공고하게 만들고 동시에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계파 갈등을 조기 단속해 새정치연합 재건의 디딤돌을 마련할 계산이 있었다. 그는 7일 SBS<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 "계파를 초월해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분을 위원으로 모셔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월호특별법 해결과 외부인사 영입이라는 두 날개를 펼쳐 멀리 비상하려던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의 합의와 재합의 과정에서 세월호 유가족과의 '불통'논란과 당내 강경파 의원들과의 마찰로 인해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빠른 당 재건을 위해 원내대표에 이어 비대위원장까지 맡아 무리한 결과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이완구는 있고 박영선은 없는 것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에게는 있고 박 원내대표에게는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무대' 김무성 새누리당 당대표라는 존재다. 김무성 당대표는 "박영선 원내대표가 전화했는데 받지 않았다. 내가 전화를 받으면 이완구 원내대표가 뭐가 되겠느냐"며 당 외부에서 이 원내대표를 추켜세웠고 19일 재합의에 따른 의원총회에서 이 원내대표가 "문제 있다면 나 이완구가 책임지겠다. 추인이 안 된다면 원내대표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하자 김무성 대표는 "(8·19 재합의)합의안에 불만이 가득 섞인 말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감안해서라도 풀어야 할 책임이 있다. 여당은 야당에게 양보해야 한다"며 당 내부에서도 이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영선 원내대표에게는 김무성과 같은 존재가 부재했다. 침묵하던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이 12일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특별법 만들기, 당연히 집권여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언급하며 전면에 나서 20일에는 박영선 원내대표와 단식농성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만남을 이어주기도 하는 등 '박영선 구하기'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이미 상황은 악화될대로 악화된 뒤의 일이었다. 이왕 이렇게 나설 것이었다면 문 의원이 좀 더 일찍 박 원내대표와 함께 힘을 모아 여당과 특별법 협상을 하고 당내 교통정리와 유가족 마음잡기에 동참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게 당안팎의 목소리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김민전 교수는 22일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나와 "박영선 대표가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 대표나 비대위나 하나는 좀 벗고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 했는데, 결국 이 두 가지를 다 가지면서 당의 재건이라고 하는 문제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실수가 나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목진휴 교수도 같은 방송에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다 하는 것은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 (당원들이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의원들이 계파 싸움 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결국 야권으로서 한계를 노정하는 것"이라며 박 원내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물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시각을 보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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