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 굳어지는 양당체제…제3정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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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 굳어지는 양당체제…제3정당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12.24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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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실종', 제3정당이 필요한 이유
"비례대표는 늘리고, 교섭단체 의원 수는 낮춰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 뉴시스

통합진보당 해산은 대의제의 생명인 '다양성'을 훼손시켰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정의당을 포함해 단 10명에 불과했던 진보의 목소리는 통진당 소속 의원들이 직을 상실하면서 절반으로 줄었다. 새누리당(前 한나라당, 신한국당, 민주자유당)·새정치민주연합(前 민주통합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두 거대 양당의 정치 독점 구조가 갈수록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간판만 바꿔 달고 사실상 거대 양당의 ‘2중대’ 역할을 했던 '자민련(자유민주연합)', '자유선진당' 등을 제외하면 YS의 문민정부(文民政府) 출범 이후 우리 정당 역사에서 '제3의 당'이 원내에 진입한 '유의미한 사례'는 두 차례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유의미한 세력화'에는 실패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은 10개의 의석수를 차지하며 국회에 입성했다. 이를 두고 머지않아 거대 양당 독점 구조가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당시 정치권의 예측은 민노당이 자멸적 행보를 거듭하며 기가 막히게 빗나갔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포함 총 13석을 얻으며 약진했지만, '종북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19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해산 선고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양당체제는 미국의 양당제와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보 대 보수의 구도가 아닌, 각각 '보수'와 '중도 보수'라는 교집합적 이념 스펙트럼을 가진 거대 양당이 국회를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 비슷하기 때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17일 '김근태 의장 서거 3주기 학술대회'에서 "한국에서 집권 여당은 단순히 보수정당이 아니라 '국가 정당'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국정원·검찰·법원·주류언론의 '국가 정치' 보호막 속에 있다"며 "형식적으로는 2당 체제라고 하더라도 1.5당의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야당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제1야당의 독점적 지휘는 대통령제, 소선거구제 등에 의해 변화의 압박을 받지 않고서도 지속되고 있다. 즉 야당은 정책정당으로 변신해야 할 유인도 없고, 혁신해야 할 동력도 미약하다. 오직 호남의 지역기반과 정권의 실정에 기대 반사적 이익만으로 총선에서 득표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살이 정당으로 만족하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도 지난 22일 <세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지역주의 기반의 양당제는 승자독식 구조다. 모든 정당이 국가 미래, 정책에 대한 고민보다는 권력획득에만 집중한다"며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당 실종', 제3정당이 필요한 이유
진보정당이 자리 잡을 수 없는 정치 환경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부진한 협상 과정은 거대 양당체제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여야는 강 대 강 국면을 형성해 '식물 국회'라고 비난을 받는 와중에도,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부결해 '방탄 국회'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른바 '정당 실종' 현상이었다. 승자 독식의 양당제는 적대정치·갈등정치를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국정운영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거대 양당 구조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당 구성원들로 하여금 '국민'보다는 '기득권'을 우선시하게 했다.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제3정당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교섭단체로서 거대 양당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제3정당이 있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좀 더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왔을 지도 모른다.

민주당과의 합당 전, 안철수 의원은 "지금 국회 내 제도나 선거제도 등 거의 모든 제도가 양당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쪽으로 맞춰져 괴리가 심한 것 같다. 편을 가르고 계속 강요하는 분위기가 양당제의 폐해"라며 우리 정치권에 '제3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은 원내 제3의, 제4의 정당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새‘쌍둥이, 새누리·새정치연합은 그들을 국정운영 파트너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부터 2015년도 예산안 심사, 그리고 공무원연금 개혁과 사자방 국정조사에 이르기까지 진보정당은 철저히 배제됐다. 손 잡을만한 '세력'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공·반북'의 토양과 '선(先)성장·후(後)분배'라는 친자본적 햇볕을 받으며 태생한 우리 정치 구조는 진보정당으로서 자리 잡기 어려운 척박한 환경이다. 종북프레임을 이용한 이데올로기 측면의 공격과 대기업·우익단체의 경제·물리적 공세는 진보정당의 조직화를 언제라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정부여당의 강력한 무기가 돼 왔다.

밖에서 쪼들리는 집안은 안에서도 분란에 휘청거리기 마련. 북한과 손잡고 미 제국주의에 반대해야 한다는 NL(민족해방노선, Nation's Liberty)과 자본으로부터의 노동자 해방을 주장하는 PD(민중민주노선, People's Democracy)간의 극심한 반목은 '자멸'로 이어졌다. 그렇게 진보정당은 정치사의 전면에 서지 못했다.

비례대표는 늘리고, 교섭단체 의원 수는 낮춰야

▲ 국회 통합진보당 원내행정실 ⓒ 뉴시스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면서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제3정당이 창당해 야권이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3정당이 '자생'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거대 양당의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제3정당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16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이제는 양당제보다는 다당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야 한다"고 내세웠다. 중대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 하에서는 한 선거구에서 3~4명의 당선자가 나올 수 있어 승자독식과 대량의 사표 발생을 방지한다.

김용복 경남대 교수는 "수도권, 영호남권 등 권역별로 비례대표 의원을 뽑으면 자연스레 다당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도 "비례대표 의석을 배로 늘려 지역구 의석의 절반 수준까지 올린다면 3개 이상의 원내교섭단체가 등장할 수 있다"며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교섭단체 의원 수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명 이상의 의원이 모여야 교섭단체로 인정되는 현행법상에서는 제3정당이 원내에 진입한다 해도 20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효과적인 의정 활동이 어렵다는 것.

교섭단체란 국회 운영에 관한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원내 단체로, '20명 이상의 의원을 가진 정당'만이 교섭단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교섭단체가 되고, 정의당은 비교섭단체에 해당한다. 정당과 각 정당에 속한 의원들 입장에서는 교섭단체에 들지 못하면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힘들다.

20명 기준은 유신시대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위해 새로운 정치세력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려는 차원에서 만든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세계 여러 나라들의 교섭단체 기준을 살펴보면 스페인 15명, 캐나다 12명, 벨기에·스위스 5명, 일본 2명, 노르웨이 1명이고,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아예 이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여권에서도 기준 완화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정의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비교섭단체의 어려움을 공감한다. 새정치연합과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며 "18년 동안 정치에 몸담으면서 비교섭단체를 경험한 바 있는데, 그 때도 (기준을) 15명으로 하자, 10명으로 하자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보수우파를 대표하는 논객, 조갑제 <조갑제 닷컴> 대표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원내교섭단체 규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설정하는 것은 국민 대표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소수당을 억제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의 완화는 다양한 사회집단 대표들의 원내 활동을 가능케 함으로써 의회의 대표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대의민주주의를 강화시킨다"고 내세웠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도 "거대 양당이 밀실에서 논의하다보니 갈등 비용과 시간 비용을 더 치렀다. 교섭단체 기준을 낮춘다면 다양한 세력이 논의에 참여해 훨씬 좋은 대안이 제시될 수 있다"며 교섭단체 기준 완화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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