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 "천정배·정동영,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
정호준, "천정배·정동영,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4.25 08:1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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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준 국회의원 "17대 총선, 정대철 옥중편지 2000통"…'우리 호준이 살려달라' "새정치연합, 이미 '노땅(老黨)'…'486', 후배 양성 관심 없어" "경제 안정되려면 정치 안정돼야…권력 분산 개헌, 반드시 필요" "성완종 파문…DJ·노무현 클린 정치, MB·박근혜 후퇴시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내가 알던 천정배가 아닌 것 같다. 쉬운 길보다는 늘 어려운 길을 향해 걷던 야성 찬 지도자였는데, 지금은 마치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양지를 찾는 이빨 빠진 호랑이 같다. 천정배·정동영은 높은 산이었고, 거대한 산맥이었다. 충분히 안에서 풀어갈 수 있었는데 참 아쉽다."

기자가 인사차 <시사오늘 161호>를 건네주자 '정일형의 손자, 정대철의 아들' 정호준은 굳은 표정으로 무겁게 말했다. 해당 호에는 천정배 전 장관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기사를 몇 줄 읽던 그는 이윽고 노무현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이었던 정치 선배들을 향해 날 선 발언을 했다. 망설임이 없었다. 군사정권 시절 독재에 항거하며 의원직을 던졌던 조부와, 열린우리당 분열 위기 가운데 대통합을 일궈낸 아버지의 모습이 정호준의 얼굴에 그대로 묻어났다.

그렇게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과 <시사오늘>의 대화는 최근 탈당과 재보선 출마로 논란의 중심에 선 천정배·정동영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문을 열었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그의 의원실에서 진행됐다.

"친노 패권, 해결하지 않으면 당의 미래는 없어"

▲ 새정치민주연합 청년위원장 정호준 의원 ⓒ 시사오늘 홍세미 기자

-천정배·정동영의 탈당과 재보선 출마, 명분이 없다고 보나.

"무책임한 어른들의 전혀 본받을 게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새정치연합도 정당의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그들이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여다보면, 소위 '친노(친노무현) 패권'이라 말하는, 우리가 오랜 기간 동안 가지고 있었던 문제가 있다. 끊임없는 패권 논란과 보이지 않는 계파 문제로 당이 화합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바뀌어야 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당의 어른이었고, 대통령 후보까지 했던 사람들이 당내에 자기 스피커가 없다고 밖에 나가서 비판하는 건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 어떻게든 내부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 고치려 했어야 했다. 안타깝다."

-결국 이번 탈당 문제의 핵심은 계파 갈등이라는 의미인가.

"우리 130명 국회의원들에게 물어보면 '계파는 없다', '계파 없애야 한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대답할 거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꼭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가 계파 갈등이라는 데에는 다들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걸 해결하지 않으면 모든 게 무너진다. 공천도, 당의 힘도…. 그게 발목 잡으면 우리 미래는 없다."

-최근 동교동계와 당 지도부 사이에 신경전도 있었던 탓인지, 일각에서는 재보선 이후 '분당설'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선 안 된다. 자꾸 나눠지면 우리 스스로 죽는다. 야권끼리 표 갈라 먹고 지고 왜 바보 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안 된다는 마음들은 아마 다 갖고 있을 거다. 뭉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게 우리들의 어젠다고, 또 실제로 우리들이 겪은 역사였다. 자기와 조금 가까운 사람들에게, 같은 패라 불리는 자들에게 좋은 자리 주고 싶고 그런 마음들이 있겠지만, 그로 인해 쪼개지고 싸움이 일어나면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 문재인 대표도 중요한 과제로 계파 갈등 해소를 꼽았다. 봉합시키지 못하면 당의 미래가 없고 대통령으로서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 문 대표도 충분히 알고 있다. 우리 모두가 절박감을 느끼고 있으니, 아마 다들 지양하려 노력하지 않겠는가."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을 당시만 해도, 정치인 정호준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주변 반응은 '어린놈이 무슨 정치를 하느냐'고 꼬집기 일색이었다. 그러나 10년이 흐른 지금, 그는 초선 의원으로서는 다소 입장을 밝히기 곤란한 사안에 대한 질문에도 자신의 소신을 주저함 없이 드러냈다. 여전히 앳된 얼굴이지만, 현실 정치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거침없이 대답하는 모습에서 정치인 느낌이 물씬 난다. 학창시절만 하더라도 정치에는 전혀 뜻이 없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원실 한쪽 벽에 걸린 정일형 박사와 DJ가 함께 찍은 사진을 바라보더니) 할아버지(정일형)와 아버지(정대철)가 독재에 항거하고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고, 그런 야당 정치를 오래 했다. 그러다 보니 두 분이 여러 가지로 정치 탄압을 받아왔는데, 고양이 화재 사건이라고 해서 할아버지 댁이 불에 갑자기 탄 일이 있었다. 정부에서는 도둑고양이 꼬리에 불이 붙어서 생긴 화재라고 했었는데, 나는 당시 정보부와 같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으리라 확신한다. 또 내가 중학교에 다녔을 때 얘긴데, 어머니가 옷소매가 새까맣게 탄 오리털 잠바를 입고 계신 걸 본 적이 있다. 왜 그렇게 됐냐고 물어도 대답을 안 해주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어느 '정치깡패'가 선거 유세하러 단상으로 향하는 아버지를 향해 염산을 뿌리는 걸 어머니가 몸으로 막았던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정치라는 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혐오스러울 정도였다. 정치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바꾸게 된 까닭이 무엇인가.

"나는 원래 IT 분야에서 성공한 CEO가 되는 게 꿈이었다.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쌓기 위해 젊은 시절 미국 유학을 갔었는데, 빌 게이츠 같은 성공한 CEO를 가까이서 보니까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나도 나중에 성공한 CEO가 되면, 내가 가진 부를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줘야겠다는 생각,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의료센터를 건설한다든지, 보급형 저가 컴퓨터를 개발한다든지 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더라. 이후 귀국해서 삼성전자에서 잠시 일하면서 CEO에 대한 꿈을 키워 가던 2000년대 초, 일이 터졌다. 아버지가 16대 대선 노무현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있을 때 굿모닝시티 대표한테 대선 자금을 받은 혐의로 감옥에 가게 된 것이다. 그러는 사이 2004년 17대 총선은 다가오고 있고, 아버지 지역구인 서울 중구에 내가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대신 출마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일개 회사를 운영하는 CEO보다는, 정치지도자가 돼야 세상을 바꾸는 일, 보편적 복지에 가까운 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정대철 고문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던데.

"아버지는 얘기를 듣자마자 진노했다. 출마를 결심하고 감옥에 계신 아버지(정대철)에게 찾아갔다. 출마하겠다고 말했더니 내 눈을 한 1분 정도 쳐다보고는, '네가 제 정신이냐. 미쳤냐'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더라. 아버지가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런데 내가 한마디로 잠재웠다. '그럼 아버지는 왜 30년 전에 할아버지(정일형)에게 출마한다고 말씀하셨느냐.' 그 말을 듣자 아버지가 화내기를 딱 멈췄다. 할아버지가 의원직을 걸고 유신 반대를 하면서 결국 국회에서 제명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보궐선거가 열리게 되는 판이었는데, 당시 미국에 있던 아버지가 아무도 모르게 귀국해서는 입후보를 했다.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할아버지가 '내가 얼마나 야당 생활을 힘들게 했는지 알면서도 네가 또 그 길을 걸으려 하느냐'며 무척 반대를 했다고 한다. 그래도 아버지가 고집을 부리니까 '내 도움은 받을 생각 말라'는 조건을 달고 할아버지가 포기했다고 하는데, 아버지 입장에서는 자기 복사판이 30년 뒤에 와서는 똑같이 그러니까 기가 차면서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을 게다. '저는 지더라도 잃을 건 없고, 얻을 것만 있습니다'라고 내가 말하자 아버지도 할아버지처럼 도와줄 수는 없다는 조건 하에 동의해주더라. 그야말로 소설책 같은 이야기다."

-정대철 고문이 정말 전혀 도와주지 않았나.

"옥중에 있는 사람이 무슨 수로 도와줄 수 있었겠는가. 다만 이런 일이 있었다. 선거 유세를 위해 시장 상인들을 만나고 있는데 어느 분이 '네가 정대철 아들이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내게 편지를 하나 건네줬다. 잉크로 적은 두 장짜리 편지였는데 여기저기 글씨가 번져 있었다. 그게 다 아버지가 흘린 눈물이었다. 아버지가 2000통의 옥중편지를 하나하나 적어서 중구민들에게 보낸 것이었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을 돕다가 이렇게 됐으니, 우리 호준이 좀 살려 달라.'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었던 거다. 나중에 들어 보니 아버지가 정계에 입문했을 때도 할아버지가 몰래 지역을 한 바퀴 돌았다고 하더라. (소리 없이 웃으면서) 부모의 마음이라는 게 참 뭔지…."

-결국 17대 총선에서는 졌다. 정대철 고문의 반응은 어땠는가.

"야권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갈라진 탓도 없진 않았지만, 결국 내가 부족해서 낙선이 된 거였다. 결과 나오고 다음날 면회 가서 아버지를 만났던 순간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고개를 못 들고 그저 죄송하다고 말하는 내 등을 아버지는 연신 탁탁 쳐주면서 '너 표 많이 받았더라. 칭찬 많이 하더라고. 열심히 했어. 이제 정치인의 길에 들어섰으니 열심히 해라' 위로해줬다. 10분 면회를 마치고 뒤돌아서서 문 열고 나가려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터졌는데, 후에 알고 보니 아버지도 돌아서자마자 눈물을 흘렸다더라."

"엄친아? 여의도 입성까지 10년, 소주 없인 들을 수 없는 스토리"

▲ 새정치민주연합 청년위원장 정호준 의원 ⓒ 시사오늘 홍세미 기자

-첫 실패를 겪은 이후부터 19대 총선에서 여의도 입성에 성공할 때까지 어떤 활동을 했나.

"17대 총선 패배한 직후에는 청와대에 들어가서 노무현 대통령을 보필했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있으면서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표와 함께 일하기도 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두 번째 도전을 시도했지만 저쪽에서 갑자기 중구에 나경원 의원을 전략공천시키면서 나는 아예 공천조차 받지 못했다. 중구 지역위원장 하면서 정말 고생 많이 했다. 내가 변변한 직업이 없었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긴 했지만 월급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지구당은 운영은 해야 하고, 직원들 돈은 줘야 하고, 나중에는 자동차도 팔고, 와이프 패물도 다 팔았다. 결혼반지도 팔아서 쓰자는 걸 둘이 부여잡고 울면서 그거 하나는 지키자고…. 마음 아프고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2012년 19대 총선도 전략공천 바람이 불어서 나서지 못할 뻔했지만, 경선을 치러서 후보를 정하자고 내가 적극 건의한 끝에 경선을 통해 당당하게 서울 중구에 출마했다. 그리고 싸워서 이겼다. 우여곡절 깊었던 10년이라는 시간이었다."

-그 10년 동안 느낀 점이 있다면.

"내가 만약 처음부터 당선됐다면 아마 기고만장했거나 무엇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하는 정치인이 됐을지도 모른다. 우리 중구 지역 주민들이 나를 트레이닝해줬다고 생각한다. 공천 못 받았다고 당을 나가거나, 패배의 책임을 모두 당에게 돌렸다면 아마 '젊은 놈이 남 탓이나 한다'고 그랬을 거다. 19대 총선에서는 '이제 호준이 한번 기회 주자'는 정서가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감사하게 좋은 기회를 줘서 어깨가 무겁다. 더욱이 우리 가족들의 무게도 어깨 위에 있고."

-'온실 속 귀공자', '엄친아'라는 별명과는 어울리지 않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얘기를 주변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나를 잘 모르는 분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내가 10년 동안 어떤 생활을 했는지 구구절절 말하면 정말 소주 없이는 들을 수조차 없다. 지금은 누구 아들이라고 뽑아주는 시대가 아니다. 오죽하면 DJ(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도 목포에서 떨어졌겠느냐. 이희호 여사가 내 아들 좀 살려달라고 지역 주민들 앞에서 눈물까지 흘렸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 경영의 세습과는 다른 얘기다. 편법을 동원해서 회사를 물려받는 것과 민심을 얻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정대철 아들이라고 무조건 표를 주겠느냐. 국회의원 깜냥이 되는 인물이라는 판단이 서지 않으면 국민들은 절대 표를 주지 않는다. "

-그래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정치를 시작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텐데.

"이런 건 있다. 할아버지가 8선을 지냈고, 아버지가 5선을 했다. 내가 한 번 됐으니 3대가 내리 14선을 한 것이다. 몇 번 국회의원에 당선됐는지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만큼 우리 집안이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는 의미이고, 또 그만큼 우리 집안이 애국하고, 인정받으려 노력했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그걸 내가 이어가고 싶다."

-힘겨운 과정을 거친 것 같다. 막상 현실 정치를 경험해 보니 어떤가.

"정치는 혼자 하는 게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어렵다. 조금씩 타협하고 조금씩 물러날 수밖에 없는. 정치의 본질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엄청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인간적인 설득을 통해 공감을 형성하는 게 필요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 가지를 잘 해야겠더라. 하나는 나를 뽑아 준 지역 주민들에게 성실한 모습을 보여 인정받고 그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정치인이 되는 것, 그리고 같은 당 안에 있는 동료 의원들과 당직자들에게 '당을 위해 희생하는 친구'라는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내가 정치적으로 정체성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정일형의 손자', '정대철의 아들' 이런 DNA얘기만 나오지 않는가. 그렇다고 정책적인 어젠다를 안고 가기에는 지도부급 인사는 아니고, 그래서 이번에 청년위원장에 나서게 된 것이다."

"청년 당당하게 바로 세워 정치문화 혁신, 차세대 지도자 양성할 것"

정호준 의원은 지난 4월 4일 치러진 새정치민주연합 전국 청년위원장 경선에서 29.2%의 지지를 얻어 경쟁자였던 김광진 의원(26.2%)을 아슬아슬하게 제치고 새 청년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새정치연합은 청년위원장에게 '청년비례대표 국회의원' 2명을 추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단순히 자신의 콘텐트 확장을 위해 청년위원장에 도전했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지금 새정치연합에서 지역구를 가진 45세 미만 국회의원은 나와 이언주 의원 둘밖에 없다. 나중에 권은희 의원이 들어오긴 했지만, 이 의원과 권 의원 모두 당에 오래 적을 둔 인물이 아니다. 정말 밑바닥부터 올라온 청년 의원은 나 하나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이 청년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올라오는 과정에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정일형 손자, 정대철 아들이라는 나도 이렇게 어렵게 힘들게 올라왔는데, 다른 청년들은 국회의원 꿈도 못 꾸고 있다. 그런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정치에 대한 열정을 가진 친구, 또 대안을 가진 친구들이라면 지역 세력 없고 경제력 없어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도와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힘이 조금이나마 있는 청년이 앞장서서 그들을 이끌고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서 청년이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섰다."

-당내 '486세대'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미안한 얘기지만, 그 선배들(486세대)은 학생운동한 게 마치 메달인 것마냥 안주하고 후배를 키우지 않고 있다. 과거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젊은 피를 수혈한다고 우상호·이인영 의원 등 총학생회장 출신을 대거 영입했는데 그들은 아무도 후배를 양성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정당이라면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하는 아카데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엘 고어와 켈리라는 거물급 정치 선배가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삼김(三金,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끝까지 어떻게든 자기 계파를 끌고 와서 대통령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또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시대적 아픔에 따른 학습효과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정치권은 새로운 후배들, 동생을 스타 정치인으로 만들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예 그런 문화 자체가 없다."

-청년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키워놓으면 날 잡아먹는다'고 생각하니까, 자기 지역구를 자기가 쭉 유지해야 하는데 젊은 사람이 도전하면 눈엣가시가 아니겠는가. 세대 교체가 아니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다선 의원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당은 이미 '노땅(老黨)'이 된 상태다. 보수정당이라는 새누리당도 45세 미만 지역구 의원이 5명이나 된다. 우리는 고작 셋뿐이다. 50·60·70대만 있는 정당을 만들 셈인지 선배들에게 묻고 싶다. 회사로 치면 임원들만 있지 대리·사원이 없는 꼴이다. 내년 총선에서 정호준·이언주·권은희 죽으면 40대 국회의원이 없는 정당이라는 충격적인 현실과 마주할 것이다. 너무나 잘못됐다. 청년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영국에 블레어 총리도 40대에 총리 됐고, 미국에 오바마, 클린턴 대통령도 40대에 대권을 잡았다."

-세간의 관심사는 '청년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추천하는 부분이다. 특별한 기준이 있다면.

"아직 합의한 바 없다. 선출 방식에 대한 의논을 이제 시작해야 한다. 청년위원장이 2명을 추천한다는 규정만 당헌에 있지 다른 게 없다. 앞으로 당 지도부에서 선출 방식이나 시기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올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청년위원회가 서둘러 세팅을 해서, 우리가 오히려 당 지도부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건의를 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흥행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개인적으로는 당내 인사뿐만 아니라 당력이 짧은 외부인이라도 차기 총선에 있어 흥행이 될 수 있는 청년들을 대거 검토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국민들에게 '야당이 좋은 청년들을 영입해서 당선권 국회의원을 만들려고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너무 가벼워지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정당하고 투명한 절차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중하게 논의해서 앞으로 훌륭한 후배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지역구 통폐합에 따른 후폭풍을 염려한 '보험용'으로 청년위원장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인해 정호준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중구는 '통폐합' 대상이 됐다).

"(정 의원은 이 대목에서 언성을 높였다.) 어불성설이다. 내가 지금까지 청년들을 차기 지도자로 양성하겠다고 뜻을 세운 게 모두 쇼라는 얘기인가. 그게 어떻게 보험 차원이 되는가. 내가 위원장이라는 타이틀만 얻은 것뿐이지 특별히 당내에서 입지가 확대되거나 그런 게 전혀 없다. 차기 총선에서 선거구가 어떻게 개편되든 다른 사람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것이다. 더구나 서울 중구는 헌재가 판결한 인구하한선에서 불과 몇 천명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 내 재개발과 재건축이 완료되면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회복할 것이다. 지역구 통폐합과 청년위원장 문제를 결부짓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통합방송법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얼마 전 이에 대한 공청회까지 직접 개최했는데, 통합방송법에 대한 입장은.

"정부가 '방송법'과 'IPTV법'을 하나로 묶는 '통합방송법(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그동안 '케이블 TV', 'IPTV', '위성방송' 등으로 각각 분류됐던 방송 사업을 '유료방송'이라는 이름으로 한 곳에 모으는 것이다. 방송시장 전체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관련 이익단체든 시민사회든지 통합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나 공감을 하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통합방송법을 방송의 공공성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많지 않아 우려된다. 방송의 공공성 책무 방향이 빠진 채 논의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통합되더라도 방송의 공적 책무를 높이는, 모두를 관통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법 과정이 쉬울 것 같진 않지만 '동일 서비스, 동일 기준'으로 가야 한다는 게 시대적 조류이기 때문에 그렇게 가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여러 관계자들과 조율을 통해, 그들의 입장을 농축해서 우리 방송계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DJ·노무현 클린 정치, MB·박근혜 후퇴시켜"

-최근 '성완종 리스트'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 의원의 개인적인 생각을 듣고 싶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국민의 정부, 노무현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우리 정치는 굉장히 깨끗해졌었다. 특히 대선 자금과 관련해서는 나의 아버지와 새누리당 서청원 등 양당의 선대위원장을 조사해 법집행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하면서 정치도 자연스레 후퇴했다. '성완종 파문'은 한국사회가 후퇴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모든 의혹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특히 고인이 죽음으로써 항변하고자 했던 내용들, 리스트에 포함된 8인의 인사들에 대해서는 한 치의 의혹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나.

"박근혜 대통령 책임이 가장 크다. 예전 같았으면 자기 총리, 내각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연루되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판이다. 박 대통령 본인 잘못이다. 그런데 마치 남 얘기 하듯 '유체이탈 화법'을 이어가고 있는데 정말 어이가 없더라.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자기가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 총리가 지금 이번 정권에서 몇 번을 낙마했나. 이번에 이완구 총리도 불과 60여 일 만에 물러났다. 지금 자기 주변에 있는 비서실장, 사무총장 등 핵심 요직들이 여기저기서 돈 받고 부패한 사실이 드러난 게 아닌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성완종 전 의원 입장에서는 무척 억울했을 거다. 보험을 들어놨다고 생각했을 텐데, 오히려 자기를 역적으로 만들고, 희생양으로 만들었으니 오죽하면 다 폭로를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느냐. 정치적인 도의도 없고, 인사도 엉망이고, 소통도 없고, 총체적으로 무책임한 상황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대통령 친인척, 그리고 고위 공직자에 대한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나는 나아가서 정치자금법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부 문화를 장려하되, 자금 관리는 정치인들이 하지 않고 선관위에 위탁을 한다든지 해서 투명하게 회계 처리를 하면 되지 않겠는가."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도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우리라고 무조건 깨끗하다고 할 건 아니다. 근거가 있다면 마땅히 조사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지금 성 전 의원이 직접 얘기한 것도 아니고 다 추측성 의혹 제기가 아닌가. 근거가 있다면 모르겠는데, 지금은 정부 여당이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성 전 의원이 노무현 정권 당시 특별사면을 두 차례 받은 것도 따져 보니 사면 요청은 이명박 측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근거 없는 물타기는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일형 박사는 생전에 대한민국의 독립과 건국, 그리고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바쳤고,  정대철 고문은 군부독재의 종식과 수평적 정권교체에 앞장섰다. 정호준 의원은 그들의 지향점과 자신이 지향하는 방향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 해소를 위해 노력했듯, 사회 양극화, 복지 문제, 남북 간 문제, 청년 문제 등 우리 시대가 갖고 있는 숙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정진하겠다고 했다.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누구인가.

"할아버지인 정일형 박사를 가장 존경한다. 우리 역사 안에서, 그리고 내 삶 안에서 위대한 정치인의 표본을 보여줬다. 일제강점기 수년 간 옥고를 치르면서도 본인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서슬 퍼런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에도 반독재 투쟁을 이어갔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할 정도로 지조를 지킨 분이다. 또한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이 아닌가. 그때 당시 DJ가 아니라 정일형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아니다. 내가 아니라 이 젊은 친구가 이 땅에 민주화를 이룰 친구다'라면서 양보를 했다. 정말 존경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이고, 하나 흠잡을 게 없이 다 배워야 하는 분이다."

-정치인으로서 소신이 있다면.

"할아버지가 건국과 독립을 위해 힘썼고, 아버지는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셨다면,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숙제들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남북관계 등 우리 민생에 관련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앞장서겠다. 지금 시대의 화두는 '경제'다. 그런데 나는 경제가 안정되려면 무엇보다 정치가 먼저 안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지 대통령 임기를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분권과 책임의 문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어떻게 책임 있게 분산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1987년 체제 이후 반드시 담아야 할 노동과 환경에 대한 문제, 반드시 헌법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이룰 수 있는 대통령은 정말 역사에 길이 남을 지도자가 될 것이다. '제2의 노무현'이 우리 정치권에 나온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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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사 2015-04-26 19:01:16
종로가 아니구 중구고요. 아버지 정대철도 지역구가 중구고요. 욕좀 고만하시구요 youth님.

youth 2015-04-25 17:40:34
어려움이 뭔지 모르는 넘 같구먼. 만약 당신이 종로가 아닌 곳에서 당선되면 인정한다.

ska 2015-04-25 11:26:41
130석 거대 야당이
담뱃값, 연말정산,세월호 등등 합의해주고 서로 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릴때
국민은 피눈물을 흘렸다

박근혜 사학재단 기득권 지켜주기위해 6개월 장외투쟁 하였는데

130석 거대 야당이 권력에 맞서 싸웠다면
이렇게 독재시로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았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