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동원, 선거철만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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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동원, 선거철만 있는 일이 아니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5.25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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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세미나·토론회 등에 인력 동원하는 국회의원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차량 대절과 조직·인력 동원,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이 벌이는 작태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구태의연한 모습들, 비단 선거철에만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심포지엄, 세미나, 토론회, 전시회 등 명목으로 자신이 직접 주최하거나 주관한 행사 또는 자신과 밀접한 이익집단과 연계된 행사에 조직과 인력을 동원하는 국회의원들,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시나요?

지난 22일 B심포지엄이 열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450석 좌석이 빼곡히 가득 찼을 뿐만 아니라 복도와 계단에 앉은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기자가 참석하신 분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뭔가 이상합니다. 가운데 복도를 기준으로 아랫자리에 앉은 분들은 복장도 양장으로 깔끔하고, 손에 노트북이나 서류를 쥐고 계신 걸 보니 VIP 또는 전문가 같아 보입니다. 맞습니다. 이 분들은 심포지엄에 초청 받았거나 정말 관심이 있어 찾아온 사람들입니다. 아랫자리는 '내빈석'이었습니다.

▲ 지난 22일 열린 B심포지엄. ⓒ 시사오늘

윗자리로 눈을 돌려보니 마치 등산이나 꽃놀이를 가야 어울릴 법하게 차려입으신 어르신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신발을 벗어 던지고 김밥과 간식을 즐기시는 분들, 꾸벅꾸벅 졸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자리에 소지품을 놓고는 아예 밖에 나가있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심포지엄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더욱 수상합니다. 어디서 단체로 관광이라도 온 듯 다들 같은 봉투와 물병 등을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에 가려고 행사장 바깥에 나온 어르신 몇 분에게 '어디에서, 어떻게 오시게 된 거냐' 여쭤봤습니다.

"서울 구경시켜준다 길래 왔지."

"우리 여기 차타고 다 같이 온거야. 이따 갈 때도 태워다준다고 했는데."

"지역 조합에서 왔어요."

아니나 다를까 본 행사와는 관련이 없는 분들이었습니다. 이날 행사장 앞에는 심포지엄 내용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N조합 중앙회', 'S조합' 등이 보낸 축화가 세워져있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이 자리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끝까지 남아계실지 몰랐다. 정말 감사하다"고 행사 도중 말하기도 했습니다. '조직 동원'의 위력이었습니다.

그가 말한 '남아계셨던 분'들은 행사가 끝나기 전에는 차량이 움직이지 않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기자는 '행사 주최한 의원 측이나 관련 단체 측에서 조직을 동원한 게 아닌지 확인해 달라'고 B심포지엄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었습니다.

"사람들 불러 모으는 게 뭐가 문제입니까. 우리만 그래요? 다들 그래요."

정확히 20년 전 기자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들었던 '왜 나만 혼내요. 저 친구도 같이 떠들었는데요'와 같은 논리입니다.

국민들은 관심에도 없는, 다만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행사에 조직과 인력을 동원해 자리를 채우게 하는 정치인들의 작태가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차량과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 들어간 자금에는 분명 국민들이 낸 세금과 그를 지지하는 후원자들의 후원금이 쓰였을 겁니다.

조직과 인력 동원 문화는 우리 정치권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악습'입니다. 그런데 되레 확대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비단 선거철뿐만 아니라 세미나·토론회 등에도 인력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생물'이여야 하는데, 우리 국회 수준은 '무생물'처럼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정치 수준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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