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느냐 떠나느냐'…탈당 기로에 선 박지원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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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느냐 떠나느냐'…탈당 기로에 선 박지원 선택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9.30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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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떠나면 따라 나갈 사람 많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 뉴시스

"호남 내려갈 때마다 주민들께서 자꾸만 나한테 물으셔. '박 의원, 도대체 언제 나갈 거요? 박 의원이 나서야지' 이러신다니까"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꺼낸 말이다. 단순 우스갯소리라고 생각했던 박 의원의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 당 혁신위원회가 자신을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하자 탈당을 시사한 것이다.

박 의원의 존재감을 감안했을 때, 그의 탈당은 곧 새정치연합의 붕괴로 직결된다. 박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새정치연합 당권재민혁신위원회는 지난 23일 '하급심 유죄시 총선 공천 원천배제 조항'이 담긴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지난 7월 2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박 의원은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더라도 공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박 의원은 탈당을 거론하면서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모이는 정당을 만들어야지 떠나게 하는 정당을 만들면 안 되는데 나가라는 말을 하고 있다"며 '공천을 못 받으면 무소속 또는 신당으로 출마하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당에서 그렇게 한다고 하면 그 길밖에 없다"고 내세웠다.

박 의원은 전날에도 "이런 혁신안을 내놓은 걸 보면 '당신들은 떠나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 당이 떠나는 당을 만들고 있는 건 리더십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탈당은) 정치는 생물이니까, 모를 일"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문재인 대표와 혁신위는 박 의원에게 즉각 화해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표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의원의 경우) 최종 판결에 나기 전까지는 어느 쪽으로도 예단을 갖고 불이익을 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혁신위원인 조국 서울대 교수도 지난 29일 언론을 통해 "박 의원은 1심 무죄, 2심 유죄로 1·2심 모두 유죄를 받은 것과 경우가 다르다. 박 의원처럼 하급심 판결이 엇갈린다면 정밀검증을 통해 구제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지원 떠나면 따라 나갈 사람 많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박지원 의원의 존재감은 문재인 대표를 뛰어넘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박 의원이 문 대표에게 불과 3.52% 차로 석패했다는 게 그 방증이다.

당시 박 의원은 대의원에게 42.66%, 권리당원 45.76%, 일반국민 29.45%, 일반당원 44.41%의 득표율을 보였고, 문 대표는 대의원으로부터 45.05%, 권리당원 39.98%, 일반국민 58.05%, 일반당원 43.29%의 표를 얻었다. 당심에서는 문 대표를 압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부겸, 김두관, 조경태, 박영선 등 야권의 대권 잠룡들 역시 박 의원을 전폭 지지한 것으로 <시사오늘>의 취재 결과 확인된 바 있다(관련기사: "김부겸, 박지원 지지했다"…野 전당대회 막후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543).

더욱이 박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심장부인 호남 정계를 사실상 장악한 정치인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계 핵심', '동교동계 좌장'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문 대표와 혁신위가 박 의원의 탈당 언급을 서둘러 진화하고 나선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박 의원의 탈당이 현실화된다면 내홍은 극단으로 치닫고, 나아가 분당·신당 등 야권 재편 논의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3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박 의원의 탈당 여부가 우리 당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걸 지도부도 충분히 알고 있다"며 "박 의원이 당을 떠나면 의원들뿐만 아니라 당직자들, 당원들 가운데서도 따라 나갈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붕괴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붙잡아야 한다"고 했다.

정계에서는 박 의원이 탈당을 택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차기 총선에서 비노(비노무현)계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 의원은 전략적인 차원에서 탈당을 언급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DJ의 영원한 비서'가 아닌가. DJ처럼 치밀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며 "물밑에서 20대 총선 지분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나의 거취는 당이 내게 어떻게 하는가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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