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출마 김문수·호남 칩거 손학규, '구태(舊態)'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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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출마 김문수·호남 칩거 손학규, '구태(舊態)' 정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11.19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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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치권의 슬픈 자화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왼쪽부터) 손학규 전 경기지사(새정치민주연합), 김문수 전 경기지사(새누리당) ⓒ 뉴시스

경기지사를 지낸 두 거물급 정치인, 김문수 전 지사(새누리당)와 손학규 전 지사(새정치민주연합)가 '해바라기', '지역주의' 등 구태(舊態) 정치의 표본으로 전락하는 눈치다.

김 전 지사와 손 전 지사는 '불편한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은 운동권 핵심에서 우파로 전향한 대표적인 '해바라기' 인사다. 김 전 지사는 70·80년대 대한민국 학생·노동운동의 상징이었다. 1990년에는 장기표, 이재오 등과 함께 '진보적 대중정당'을 표방하는 민중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1994년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입 제안을 받고 민주자유당에 입당했다.

손 전 지사는 김근태·조영래 등 같은 서울대 출신과 함께 60·70년대 박정희의 유신독재체제를 규탄하는 등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1980년대에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돌아와 노동·인권운동에 매진했다. 하지만 손 전 지사 역시 1993년 민주자유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2007년 당시 야권이었던 한나라당에서 여권인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경기지사 출신답게 수도권에서 인기가 많은 정치인들이다. 부천 소사에서만 내리 3선을 지낸 김 전 지사는 인천, 부천 등지에서, 경기 광명·성남 분당에서 4선을 지낸 손 전 지사는 시흥, 광명, 성남 등 경기남부권에서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영·호남권으로 돌연 정치적 본거지를 옮겼다.

김 전 지사는 얼마 전 20대 총선 대구 수성갑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손 전 지사는 지난해 8월 이후 전남 강진에 칩거해 '토굴 정치'를 펼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튼튼한 기반이 있는 수도권을 버리고 각각 영남행과 호남행을 결심한 배경에 대권 욕심이 깔려있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영·호남을 등에 업고 차기 대권을 노리겠다는 두 사람의 의중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김문수 전 지사는 대구 출마를 준비하면서 당 안팎으로부터 "대권 주자가 쉬운 길을 가려한다", "직계 후배 김부겸의 앞길을 가로막으려 든다"는 비난을 온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6월 차기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TK(대구경북) 지지층을 결집해 향후 새누리당 내 대선 경선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의 그간 행보는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그는 대구에서 택시 운전을 했고, 박정희의 생가를 찾아 "내가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경기 수원병에서 낙선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 전남 강진 다산초당 인근 백련사 뒷산 토굴서 칩거에 들어갔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그가 왜 전남 강진을 택했는지를 두고 의문이 일었다. 손 전 지사의 고향은 서울 금천구 시흥동이고, 본관은 경남 밀양이다. 2008년 민주통합당 대표직에서 물러났을 때는 강원도 춘천에 칩거했다. 손 전 지사의 첫째 사위의 고향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전남 강진과 뚜렷한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차기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면서 손 전 지사의 호남행이 애초에 정계복귀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일각서 제기된다. 대권을 위한 교두보 마련 차원이라는 것이다.

손 전 지사는 역대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대선 경선에서 정동영, 문재인 등에 밀려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원인은 전체 당원 가운데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호남 출신 당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머무르고 있는 토굴은 항상 문전성시다. 손 전 지사의 지지자들은 물론 호남 지역 주민들도 그를 보기 위해 전남 강진을 찾는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정계은퇴한 손학규가 토굴 정치를 하고 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실제로 손 전 지사는 지난 5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들을 제치고 호남 지역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여름 기자와 만난 손 전 지사의 한 핵심 측근의 말은, 손 전 지사가 대권 교두보 마련 차원에서 전남 강진에 내려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그는 "손학규는 대권만 보고 간다. 총선 이후 정계복귀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해 지역주의에 기반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 전 지사와 손 전 지사가 지역주의라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치권의 슬픈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주 <시사오늘>과 만난 한 원로 정치인은 "김문수, 손학규가 왜 영남, 호남에 내려갔겠느냐.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슬픈 정치 현실이 아닌가"라며 "권력을 좇는 게 정치인의 숙명이긴 하지만, 민심을 악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해선 안 된다. 그건 구태(舊態)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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