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매수' 외쳤던 증권사들, 아직도 '중립·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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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매수' 외쳤던 증권사들, 아직도 '중립·보유'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1.15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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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잘못된 관행을 내버려둬선 안 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주가 급락이 예상됐음에도 대우조선해양 종목 매수를 권유했던 증권사들이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중립'을 유지하라는 보고서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 위기설은 2014년부터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고, 지난해 5월 8년 만에 '적자전환'하면서 위험신호를 밖으로 표출시켰다. 그리고 그해 7월 대규모 누적손실 재무제표 미반영 사태가 터지면서 고의적 분식 회계 의혹에 휩싸이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1만8000원 대에서 6000원 대로 급락했고, 지금은 4695원(2016년 1월 15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대우조선해양 주가의 급락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수를 권유했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도 대우조선해양 주식 중립 또는 보유(HOLD)를 권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급락할 당시 '매수' 의견을 내놨던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대우조선해양이 4분기에 일회성 비용 감소로 영업이익률이 회복될 것"이라며 매수 의견 '중립'에 목표 주가 5800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 종목 매수를 권유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던 교보증권은 주가가 1만 원대 밑으로 떨어졌던 그해 10월에도 "금번 적자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보유' 투자 의견을 제시했고, 목표 주가는 9000원을 들었다.

동부증권 역시 같은 해 10월 투자의견 '보유'와 목표 주가 7100원을 제시했다. 또한 동부증권은 지난 1월 14일 "단기적인 수주 취소 우려는 다소 해소됐다"며 투자 의견 '중립'을 유지했다. 다만, "잠재적 불씨가 있다"며 목표 주가를 7100원에서 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달 "유상증자 결정으로 신용위험이 완화됐다. 대주주의 경영 정상화 의지가 재확인됐다"며 '중립' 의견을 유지했다. 다만, "리스크 요인이 해소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며 목표 주가 제시를 피했다.

국내 증권 시장에서 '중립' 또는 '보유' 투자 의견은 사실상 '매도' 의견과 다름 아니라는 게 업계 견해지만, 증권사를 신뢰하고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매수하거나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이 위험신호를 표출했던 지난해 6월부터 7월 15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1354만7183주의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 투자자들은 1488만414주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이 급락하면서 증권사들을 믿고 이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천문학적인 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의 처지는 올해도 녹록치 않다. 경기침체와 저유가로 해양플랜트·선박 발주량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고의적 분식 회계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회계감리를 받게 된다. 개미투자자들은 사측이 실적을 부풀렸다며 법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15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국정감사 때 많은 의원들이 증권사의 이 같은 행태를 질타했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며 "증권사들의 매수 의견 제시를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이들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매수·중립 의견이 99%고 매도 의견은 1%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증권사를 믿고 대우조선해양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극심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2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증권사들은 객관적인 전망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2015년도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누적손실 재무제표 미반영 사태 속에서도 증권사들은 매수 의견을 외쳤다"며 "잘못된 관행을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당시 김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공개하면서, 국내 10대 증권사가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5년간 발표한 보고서 가운데 매도 의견은 0.1% 미만이고 매수·중립 의견은 99%에 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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