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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홍의 대변인]'최저임금 논란' 한화갤러리아…'이게 다 박근혜 때문이야'
2017년 09월 01일 (금)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람은 똥을 싼다.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먹고 마시면 변(便)을 본다. 아마 배변할 때만큼 인간에게 자신이 평등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는 시간은 없으리라.

그러나 손과 입으로 똥을 싸는 경우는 다르다. 그것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주변 사람들을 심히 불편하게 만들고, 시쳇말로 '빅똥(大便)'을 쌌을 때는 사회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래도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순간의 빅똥으로 평생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면 이 또한 옳지 않다는 옛 선인들의 지혜다.

<시사오늘>의 '박근홍의 대변인'은 우리 정재계에서 빅똥을 싼 인사들을 적극 '대변(代辯)'하는 코너다.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한화갤러리아를 위한 최종변론

   
▲ 한화갤러리아(대표이사 사장 황용득)가 최저임금 논란에 휩싸였다. 계산대 직원들의 기본급을 올리는 대신, 상여금 일부를 매달 나눠 최저임금 인상 수준만큼 충당하기로 한 것이다 ⓒ 한화갤러리아 CI

한화갤러리아(대표이사 황용득) 백화점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급여 지출을 아끼기 위해 계산대 직원들의 기본급을 올리는 대신, 상여금 일부를 매달 나눠 최저임금 인상 수준만큼 충당하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측의 이 같은 상여금 지급 방식으로는 직원들이 실질적인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누릴 수 없고, 나중에 일을 그만둘 때 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퇴직금이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는 게 한화갤러리아 노조의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경영난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오히려 계산대 직원 전(全)인원이 상여금 일부를 월할상여수당으로 전환함으로써 OT수당(시간외수당)이 증가해 총급여가 늘어나는 부분이 있다"며 맞서고 있는데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건 다 박근혜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 양반이 아니었다면 한화갤러리아는 경영난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고, 애초에 이런 논란이 불거지지도 않았을 테니까 말이지요.

한화갤러리아의 사업보고서들을 살펴봤습니다. 정말 참담하더군요. 영업이익이 2014년 547억8703만 원에서 2015년 174억3626만 원으로 급락했고, 지난해에는 9억9957만 원의 영업손실을 보면서 적자전환했습니다. 이는 한화그룹이 대전 동양백화점을 인수한 이후 최초의 적자입니다.

도대체 2015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한화갤러리아가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졌을까 생각해 보니, '1차 신규 시내면세점 대전'이 떠올랐습니다. 네, 맞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관세청이 한화갤러리아를 노골적으로 밀어주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던 바로 그 사건입니다. 박근혜·최순실의 곳간 미르·K재단 기금의 대가성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었죠.

의혹이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 여부를 떠나서 정작 한화갤러리아는 시내면세점 사업 때문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 부문은 수백억 원의 이익을 창출한 반면, 면세점 부문은 그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답니다. 시쳇말로 '폭망'한 거지요.

그런데 박근혜는 불난 집에 부채질까지 했어요.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기획재정부에 신규 시내면세점을 늘리라고 지시를 한 겁니다. 여기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까지 일으켜서 중국의 경제보복을 야기했어요. 경쟁은 심화되고, 중국인 관광객은 줄었습니다. 공급은 늘고, 수요는 감소했는데 면세점이 어떻게 살아남겠습니까.

   
▲ 한화갤러리아 측은 "경영난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오히려 계산대 직원 전(全)인원이 상여금 일부를 월할상여수당으로 전환함으로써 OT수당(시간외수당)이 증가해 총급여가 늘어나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 한화갤러리아

존경하는 재판장님, 박근혜로 인한 한화갤러리아의 피해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한화갤러리아가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려고 투자한 기회비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1차 신규 시내면세점 대전'과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말입니다. 일부 관세청 직원이 면세사업자 선정 전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식을 거래했다고 합니다.

또한 얼마 전에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하신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님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몇몇 관세청 공무원들은 면세점 선정을 위한 합숙 기간에 외부와 27차례 통화하고, 문자메시지 163건을 보냈고, 카카오톡으로도 11명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겠습니까. 대한민국 사회에서 돌아가는 일이 뭐 뻔하잖아요. 제가 공시를 통해 최근 3년 간 한화갤러리아가 '접대비' 명목으로 지출한 비용을 확인해 보니 2014년 19억7240만 원, 2015년 23억5326만 원, 2016년 15억7912만 원이더군요. 2015년이 돋보이지 않습니까?

이에 대해 한화갤러리아는 "관세청을 상대로 한 로비를 내부적으로 확인해 봤으나 전혀 없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한화갤러리아 측으로서는 당연히 이 같은 해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뭐, 분명 로비는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속으로는 얼마나 분통스럽고 억울하겠습니까.

결국 한화갤러리아는 경영난 악화로 임직원 임금 자진반납을 결의했고, 최근에는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권까지 반납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노릇입니다. 제가 다 눈물이 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또한 회사의 위기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성숙한 사회인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한화갤러리아도 "경영난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까.

네?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을 위한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제한할 수 없다는 식의 판결을 내렸다고요?

그건 어차피 대법원까지 갈 사안 아닙니까. 그리고 한화갤러리아 건은 통상임금이 아니라 최저임금 문제입니다. 네? 최저임금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 아니냐고요?

아니, 그럼 애초에 법을 잘 만들었어야지요. 최저임금 인상폭을 상여금이나 다른 수당으로 충당할 수 없도록 입법의 흠결 문제를 사전에 시정했으면 이런 꼼수를 부릴 여지가 없었겠지요. 통상임금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상임금 기준 설정을 위한 법제화를 서둘렀어야지요.

전부 자기 밥그릇에만 관심을 쏟는 정치인들 때문에 발생한 논란입니다. 박근혜 때문이고, 문재인 때문이고, 국회 때문인 겁니다. 그들이 본연의 의무에 충실했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겁니다.

부디 이 같은 점들을 헤아려주셔서 한화갤러리아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근본적인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준비한 최종변론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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