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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홍의 대변인]'갑질 논란' 르메르디앙 이전배…'날은 덥고 장사도 안 되고'
2018년 08월 02일 17:11:24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람은 똥을 싼다.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먹고 마시면 변(便)을 본다. 아마 배변할 때만큼 인간에게 자신이 평등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는 시간은 없으리라.

그러나 손과 입으로 똥을 싸는 경우는 다르다. 그것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주변 사람들을 심히 불편하게 만들고, 시쳇말로 '빅똥(大便)'을 쌌을 때는 사회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래도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순간의 빅똥으로 평생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면 이 또한 옳지 않다는 옛 선인들의 지혜다.

<시사오늘>의 '박근홍의 대변인'은 우리 정재계에서 빅똥을 싼 인사들을 적극 '대변(代辯)'하는 코너다.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이전배 르메르디앙 호텔·레이크우드CC 회장을 위한 최종변론

이전배 르메르디앙 서울·레이크우드CC 회장님께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자신이 소유한 레이크우드CC에서 '콩국수 면발이 굵다'는 이유로 식음료 계약업체 신세계푸드에 공문을 보내 용역업체 소속 조리원을 해고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또한 이 회장님께서 과거 '몸에서 냄새가 난다. 차에서 내려라'라며 모욕감을 주면서 운전기사를 쫓아냈다는 후속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해당 운전기사는 회장님의 면박이 계속되자 두 달 만에 퇴사했다고 합니다. 일명 '콩국수 갑질'과 '냄새 갑질'입니다. 논란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인대요.

   
▲ 이전배 르메르디앙 호텔 서울·레이크우드CC 회장이 '콩국수 갑질', '냄새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뉴시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번 논란은 최근 재벌대기업 오너가들의 갑질을 향한 부정적 여론을 악용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별 것도 아닌 일 아닙니까?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했는데 맛이 없기에 사장이나 주방장을 불러 한마디했을 뿐이고, 그래서 음식을 조리한 직원이 짤린 겁니다. 심지어 이 회장님 입장에서는 자기가 직접 경영하는 사업현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또한 요즘 블래컨슈머다, 맘카페다, 뭐다 해서 말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거에 비하면 이 정도는 솔직히 양반 수준이 아닌가요? 아니, 왜 자기들이 갑질을 하는 건 갑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갑질에만 삿대질을 하는 건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리고 백번을 양보해서 이 회장님이 갑질을 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걸 이용해 부당하게 소속 직원을 해고한 건 회장님이나 레이크우드CC 측이 아니라 신세계푸드와 용역업체고, 책임을 따지자면 그쪽이 더 이번 논란으로 지탄을 받아야 할 대상입니다. 원청의 눈치가 보여서 어쩔 수 없이 부당한 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또한 이번 논란은 최근 지속되고 있는 폭염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봐야 합니다.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달 19일, 무척 더운 날이었지요. 칠순을 앞두고 계신 이 회장님께서 왜 질겨서 씹기도 힘든 콩국수를 시키셨겠습니까. 조금이라도 더위를 식히려고 시원한 콩국수를 드시려고 한 거 아니겠어요? 특히 노년층은 더위에 취약하니까요.

그런데 콩국수를 먹으려고 젓가락으로 국수를 들어 올렸더니, 중면이 아니라 굵은 면이 잡힌 겁니다. 자고로 콩국수는 소면보다 살짝 굵은 면을 써서 콩물이 면발 사이로 잘 스며들어야 고소하고 시원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이잖아요. 가뜩이나 더워죽겠는데 그 콩국수를 보고 이 회장님의 불쾌지수가 폭발해 버린 겁니다. 인간적으로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닙니까.

더욱이 요즘 이 회장님께서 사령탑으로 있는 르메르디앙 호텔이 장사가 참 안 됩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르메르디앙을 운영하는 전원산업은 지난해 매출 138억 원, 영업손실 22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반의반에도 못 미치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습니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7200% 증가했어요. 특히 르메르디앙의 매출은 2016년 639억 원에서 2017년 117억 원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날씨도 덥고, 사업은 안 풀리고, 이 마당에 누군들 열이 뻗치지 않겠습니까. 아마 이 회장님께서는 지금 콩국수 먹방이라도 찍어서 이걸 만회하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콩국수 갑질'뿐만 아니라, '냄새 갑질'도 부디 이 같은 시선으로 너그럽게 바라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서울 강남 역삼동에 위치한 르 메르디앙 서울 전경 ⓒ 뉴시스

존경하는 재판장님, 사실 콩국수는 전통적으로 서민들이 즐겨먹던 음식입니다. 조선시대 때 양반은 비싼 '잣'을 갈아서 국수에 말았고, 평민들은 '콩'을 갈아 국수를 말았다고 하지요. 이 회장님께서는 부유하신 분입니다. 업계에서는 호텔을 비롯해 회장님께서 소유한 부동산들의 가치가 약 1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잣국수가 아니라 콩국수를 드셨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회장님의 부친 故 이연 명예회장이 이끌었던 동원탄좌는 군부독재 시절 강원 정선 사북읍 지역에서 광업소 사업을 펼치면서 수억 원에 이르는 광부들의 임금을 착복하고, 공권력의 노조위원장 선거개입을 방조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광부들은 1980년 4월 총파업을 결의, 임금인상과 노조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를 사북민주항쟁이라고 합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따르면 군과 경찰은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광부들과 부녀자들을 체포해 폭행과 성고문 등 가혹행위를 자행했고, 당시 보안사령관 겸 계엄사합동수사본부장 전두환은 성고문과 폭행을 자행한 사북사건 합동수사단 간부들을 표창했습니다. 사북사건이 마무리된 이후 계엄령은 전국으로 확대됐고, 5·17쿠데타로 이어졌습니다.

부친은 1986~1997년까지 11년 간 석탄협회장을 맡는 등 석탄산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지만, 이 회장님께서는 이 같은 회사의 과거가 싫었는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동원연탄 공장 터를 매각해 마련한 대금을 활용해 80년대 후반부터 호텔업에 뛰어들었고, 동원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 냅니다.

이 회장님이 잣 같은 걸 갈아 넣은 국수가 아니라 콩국수를 먹는 건 아마도 이런 부채의식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잣 같은 것보다는 서민들이 즐겨먹는 뽀얀 콩국수로 과거를 씻고 싶은 것이지요. 이번에 논란이 된 '콩국수 갑질', '냄새 갑질'은 이 회장님의 진심이 아니었을 겁니다.

모쪼록 재판장님이 이 같은 점들을 헤아려주셔서 이전배 르메르디앙 호텔·레이크우드CC 회장님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판단해 주길 바랍니다.

제가 준비한 최종변론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식음료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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