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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홍의 대변인]'꼼수 승계 의혹' 한화…'법대로 하는데 무슨 문제?'
2017년 10월 13일 (금)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람은 똥을 싼다.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먹고 마시면 변(便)을 본다. 아마 배변할 때만큼 인간에게 자신이 평등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는 시간은 없으리라.

그러나 손과 입으로 똥을 싸는 경우는 다르다. 그것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주변 사람들을 심히 불편하게 만들고, 시쳇말로 '빅똥(大便)'을 쌌을 때는 사회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래도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순간의 빅똥으로 평생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면 이 또한 옳지 않다는 옛 선인들의 지혜다.

<시사오늘>의 '박근홍의 대변인'은 우리 정재계에서 빅똥을 싼 인사들을 적극 '대변(代辯)'하는 코너다.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한화그룹을 위한 최종변론

한화그룹이 지난달 27일 한화S&C(한화에스앤씨)를 H솔루션(에이치솔루션, 존속법인)과 한화S&C(신설법인)로 물적분할한 이후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분할 전 한화S&C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님,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님, 김동선 한화건설 전 팀장님 등 김승연 회장님의 세 아드님께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회사인데요. 재계에서는 해당 업체에 대한 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희석하는 동시에, 경영권 승계작업에 속도를 붙인 셈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이번 물적분할로 한화그룹 3형제는 신설법인 한화S&C의 지분을 모두 털어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난을 피하게 됐습니다. 또한 재계에서 언급되는 승계 시나리오처럼 3형제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존속법인 H솔루션이 향후 그룹 지주회사격인 ㈜한화와 합병하면 3형제는 약 40~50% 가량의 합병회사 지분을 차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과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한화그룹이 꼼수 경영권 승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이번 분할 조치로 오너가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당국의 규제에서 자유롭게,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됐기 때문이지요.

   
▲ 한화S&C의 물적분할로 한화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편법과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 한화 CI

존경하는 재판장님, 왜 이렇게 한화에게 요구하는 게 많은 건지 저는 도무지 그 배경을 모르겠습니다. 하도 주변에서 감 놔라 배 놔라 말들이 많아서 하라는 대로 했는데, 또 논란을 부추기고 있으니 참으로 억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입니다.

분할 전 한화S&C는 공정위가 공표한 '2017년 하도급거래 상습법위반사업자' 명단에 대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대금을 깎거나 늦게 지급하는 등 상습적으로 하청업체에 갑질을 일삼았다는 이유였지요. 하지만 김상조 위원장의 진짜 목적은 한화그룹 3형제의 '편법' 승계 견제였다는 게 주된 해석이었습니다.

맞습니다. 범인(凡人)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편법으로 오해할 여지가 상당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3형제가 분할 전 한화S&C 지분 100%를 보유했었고, 실제로 그간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이 그 회사에 많이 돌아갔었지요. 그것도 수의계약으로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오해는 한화S&C가 무슨 일을 하는 업체인지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해당 업체는 한화그룹 전(全) 계열사의 시스템 구축과 솔루션, 보안 전반을 관리하는 회사였어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한화그룹에 영업비밀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일을 외부 업체에 맡길 수 있겠습니까?

최순실 딸 정유라한테 8억짜리 말 2필을 사줬다느니, 갤러리아 면세점 특혜를 받았다느니 각종 의혹에 시달려 곤욕을 치렀는데, 다른 민감한 정보들까지 밖에서 관리가 되면 도대체 사업을 하라는 겁니까, 말라는 겁니까?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라서가 아니라, 그 회사가 전담하고 있는 업무 특성상 일감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김승연 회장님께서는 장고 끝에 특단의 결정을 내린 겁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활용하려고 일감을 준다는 등 '편법'으로 몰아붙이니까요. 그래서 분할을 해서 3형제 지분을 털어내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했더니 이번엔 '꼼수'라니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처럼 꼼수라고 비난하는 불순한 세력에서 핵심적인 근거로 드는 대목은 과거 회장님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님께서 한화S&C 지분을 헐값으로 사들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는 모두 허무맹랑한 소리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한화는 2005년 한화S&C 주식 40만 주를 김동관 전무님에게 614억 원에 매각했습니다. 이로써 전무님은 해당 회사 지분 50%를 확보할 수 있게 됐는데요.

이후 한화S&C는 그룹 일감을 통해 급성장, 지난해 기준 총 자산 2조5280억 원에 이르는 회사가 됐습니다. 2005년 총 자산 723억 원과 비교하면 자산이 35배 가량 뛴 것이지요. 같은 기간 전무님께서 보유한 지분 가치도 약 7120억 원으로 올랐습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오너가의 수월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분을 헐값에 회장님 아들에게 몰아주고, 회사를 키웠다고 오해하기 충분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전무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지난달에 있었던 일입니다. 대법원은 김승연 회장님과 그의 아들 3형제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한화에 피해를 끼쳤다며 ㈜한화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한화그룹 이사회가 김동관에게 이득을 몰아주는 결정을 했더라도 충분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주식매매를 승인했다면 충실의무를 지킨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고 우리 사법부가 천명한 것입니다. 그것도 적폐 청산을 주창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나온 판결입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주가 상승은 주식 매매 뒤 사정에 따른 것이다. 주식 매매 자체도 부당히 저가로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2심 판결을 수용했습니다. 꼼수 승계라는 주장의 핵심 근거가 사라진 셈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제 한 번 따져봅시다.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편법 승계라고 해서 회사를 분할했습니다. 한화그룹 3형제의 지분이 없어져 일감 몰아주기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법대로 한 겁니다.

그럼에도 꼼수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데, 이 또한 지난달 대법원 판결로 허무맹랑한 소리임이 드러났습니다. 법대로 한 건데, 그리고 법원에서 정당하다고 판단한 건데 도대체 문제 삼을 여지가 어디에 있습니까?

물론, 도의적인 책임은 물을 수 있겠지요. 재벌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이를 이용한 경영권 승계, 이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 등을 감안하면 한화그룹 오너가들의 잘못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요.

더욱이 김승연 회장님과 그의 아들 3형제는 그간 여러 폭력 사건과 갑질 횡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철저히 반성하는 차원에서라도 좀 더 여론을 수용하고, 투명하게 경영권 승계 작업에 임할 필요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 아닙니까. 아무리 밉고 나쁜 짓을 했어도 여론재판으로 사람을 처벌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애초에 법을 잘 만들었어야지요. 한화그룹이 잘못한 건지, 아니면 국회가 잘못한 건지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법의 흠결이 없었다면 빠져나갈 구멍도 없었겠지요. 왜 '여의도'에서 뺨 맞고 '청계천로'(한화그룹 본사)에서 눈을 흘기는 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법부가 재벌대기업에 봐주기 판결을 내린 거라고요? 유전무죄가 아니냐고요?

에이, 행동하지도 않으면서 너무 순진한 척, 정의로운 척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문제로 생각되면 한화그룹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불매운동이라도 해야지요. 2007년 '술집 종업원 청계산 보복 폭행 사건' 때도 잠깐 그러다 말았잖아요. 다들 세상 물정 돌아가는 거 잘 알고 있으니 가만히 있는 거 아닙니까.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재판장님, '나는 불꽃이다'라는 광고를 아마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한화그룹은 말입니다. 창업주인 故 김종희 선대회장님 경영철학과 뜻을 계승한 아주 정직하고 진실한 회사임을 기억해 주셔야 합니다.

김종희 선대회장님께서는 "화약은 진실하다. 화약을 만드는 사람은 경영자를 중심으로 모두가 화약처럼 진실하고 정직해야 한다. 또 화약사업의 리더들은 인간성 중시의 리더십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이어받은 김승연 회장님께서도 "사회의 성실하고 존경 받는 구성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고 공언하셨지요.

이 같은 정신 아래 한화그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회사가 어떻게 하늘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고, 사람을 속이는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모쪼록 이 같은 점들을 헤아려주셔서 한화그룹 3세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과 무분별한 비난들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근거 없는 추측이 난무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준비한 최종변론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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