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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홍의 대변인]'채용갑질' BGF리테일…'방문접수가 회사 전통'
입사지원서류 온·오프라인 병행 제출…三折肱知爲良醫
2017년 09월 26일 (화)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람은 똥을 싼다.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먹고 마시면 변(便)을 본다. 아마 배변할 때만큼 인간에게 자신이 평등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는 시간은 없으리라.

그러나 손과 입으로 똥을 싸는 경우는 다르다. 그것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주변 사람들을 심히 불편하게 만들고, 시쳇말로 '빅똥(大便)'을 쌌을 때는 사회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래도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순간의 빅똥으로 평생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면 이 또한 옳지 않다는 옛 선인들의 지혜다.

<시사오늘>의 '박근홍의 대변인'은 우리 정재계에서 빅똥을 싼 인사들을 적극 '대변(代辯)'하는 코너다.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BGF리테일을 위한 최종변론

   
▲ BGF리테일(비지에프리테일, 대표이사 박재구)이 채용갑질 횡포를 부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BGF리테일

편의점 CU(씨유)로 널리 알려진 BGF리테일(회장 홍석조)이 '채용 갑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올해 하반기 공개채용 과정에서 입사지원자들에게 온라인으로 입사지원 서류를 접수하게 한 후, 무조건 방문접수를 병행토록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청년실업에 신음하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지원자의 간절함을 악용해 자신들의 편의만을 챙기는 시대착오적이고 권위적인 횡포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또한 오프라인 서류 접수처가 전국 총 18곳에 불과해 접수처와 먼 지역에 있는 지원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BGF리테일 측은 "방문접수를 통해 지원자의 열정을 알 수 있다. 오프라인 접수로 진정성있는 지원자를 가릴 수 있다. 앞으로도 방문접수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최근 취업난으로 인해 젊은 사람들이 많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각 업체들 역시 무척 애로사항이 많다는 것 알고 계신지요?

하도 취업이 안 되니까, 최소한의 역량과 스펙도 갖추지 않은 함량미달의 입사지원자들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몇몇 사람들의 경우, 서류에 합격해도 면접 등 2·3차 채용절차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허수지원자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온라인접수와 방문접수의 병행은 이 같은 허수지원자와 함량 미달의 입사지원자를 가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가 아니겠습니까? 막말로 개나 소나 다 받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방문접수를 고집하는 업체가 드물다고요? 경쟁업체인 GS리테일은 온라인접수만 받았다고요? 그건 다른 회사 인사팀들이 어리석은 거지, BGF리테일이 잘못한 거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 절대 아닙니다.

그거 서류 하나하나 어느 세월에 다 확인하겠습니까. 입사지원자들이 좀 불편을 느끼더라도 같은 회사 식구 인사팀이 편한 게 낫지요. 더욱이 BGF리테일 경영철학이 '사람 중심'인데, 바깥사람보다는 안사람을 먼저 챙겨야 하지 않겠어요? BGF리테일이 현명한 겁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더욱이 요즘 문재인 정부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면서 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입사지원자들을 제대로 평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온라인접수와 방문접수를 병행하면 입사지원자의 외모와 옷차림, 말투, 연령 등을 서류접수 과정부터 두루 살필 수 있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에 따른 함량 미달의 입사지원자를 쳐내기에 딱 좋은 방법이지요.

정부 방침에 반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있는데, 아니 왜 민간기업의 채용방식을 정부에서 왈가왈부하는 겁니까? 대한민국은 경제활동의 자유를 존중하는 나라 아니었나요? BGF리테일의 채용방식을 비판하는 건 곧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과 같은 이적행위라 이겁니다.

   
▲ BGF리테일은 지난 1~16일 2017년 하반기 채용을 실시했다. '온라인접수 후 반드시 지정접수처에 직접 방문해 서류제출을 해야 최종접수처리 됨'이라는 문구가 있다. 입사지원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더욱이 오프라인 서류 접수처는 전국 총 18곳에 불과해 지원자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 BGF리테일

존경하는 재판장님, 또한 특정 회사에 입사를 원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 회사에 대해 잘 파악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지금 BGF리테일의 채용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는 입사지원자들은 BGF리테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방문접수는 BGF리테일에서 일종의 전통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검사 출신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님께서는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에 연루되는 바람에 25년 간 몸담았던 법조계를 떠나셔야 했습니다.

그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홍석조 회장님의 형인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과 삼성그룹 측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검사 7명에게 '떡값'을 돌리는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이 녹취록에는 홍석현 사장이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게 "석조한테 한 2000 정도 줘서 아주 주니어(소장검사)들, 작년에는 3000 했는데 올해는 2000만 하죠. 우리 이름 모르는 애들 좀 주라고"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홍석조 회장님이 '떡값 전달책'으로 지목된 것이지요.

그때 노회찬 의원은 국감에 출석한 홍석조 회장님께 "홍석현은 분명 석조한테 줬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데, 홍석조 고검장이 받지 않았다면 형이 배달사고를 냈거나 동생이 거짓말을 하는 거다. 형의 횡령인지, 동생의 배신인지 형제의 대질신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요.

이에 대해 홍석조 회장님께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얘기"라며 극구 부인했으나, 결국 2006년 1월 광주고검장 자리를 내려놨습니다. 후에 검찰은 공소시효와 징계시효가 모두 지났다는 이유로 무혐의처분을 내렸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처사입니다. 만약 친형인 홍석현 사장이 '15개'가 아니라 '30개'를 들 수 있는 체력만 있었다면, 직접 떡값을 들고 '방문'해 전달할 수 있었다면, 홍석조 회장님께 이런 비극은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앞선 녹취록에는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15개는 괜찮은데 30개는 무겁더라고"라고 말한 내용이 담겨있다).

회장님의 이 같은 가슴 아픈 기억이 BGF리테일의 온라인접수와 방문접수를 병행 채용방식으로 발현된 것도 모르면서 어찌 BGF리테일에 발을 들이려고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네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방문접수가 BGF리테일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문서위조에 대한 염려입니다.

2013년 BGF리테일은 가맹점주 자살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경영악화로 가게를 접으려했던 가맹점주 3명이 본사에 물어줘야 하는 수천만 원의 위약금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시 논란이 커졌던 진짜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습니다. BGF리테일 직원이 가맹점주 3명 중 1명의 사망진단서를 조작한 겁니다. 자살한 점주의 사망원인을 '지병'으로 임의로 작성해 언론에 뿌린 것이지요.

결국 박재구 BGF리테일 대표이사님까지 나서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는 상황까지 이어졌습니다. 개인의 일탈이 회사 전체에 치명타를 입힌 겁니다.

이쯤 되면 왜 BGF리테일이 방문접수를 고집하는지 충분히 아시겠지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입사지원서를 받으면 적어도 어설픈 서류 위·변조는 잡아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지요. 

부디 이 같은 점들을 헤아려주셔서 BGF리테일을 향한 몰상식한 비난이 더 이상 증폭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채용갑질이라 비판 받고 있는 BGF리테일의 채용방식이, 사실은 삼절굉지위양의(三折肱知爲良醫, 곤란을 여러 차례 겪으면 스스로 경험이 쌓인다)라는 진리를 따르는 것이었음을 반드시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준비한 최종변론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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